‘예정된’ 기사는 대강 이런 줄거리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도착 장면을 길게 늘어뜨려 묘사한다. 다음으로 그가 봤을 ‘베트남 자본주의’ 풍경을 전달하고, 베트남 개혁·개방 모델이 무엇인지, 왜 북한이 이 모델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쓴다. 마지막으로 회담 합의문 내용과 현장 기자들의 반응을 적는다.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에서 ‘베트남 모델’을 취재한 경험을 살리면 재미있는 기사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무리 없는 구성이라고 봤다.
주간지 특성상 회담 진행 소식을 조금 늦게 입수했다고 기사를 못 쓰지는 않는다.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 ‘사고’가 터지지는 않았다. 나를 멍하게 만든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변수가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느꼈고, 대응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혹시 계획을 믿은 나머지 현장에서 촉각을 덜 세웠던 건 아닐까. 앞이 보이지 않아 손으로 더듬어 나아가던 때에 비해 놓친 게 있지는 않을까. ‘역사의 현장’을 떠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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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북·미 담판’ 이렇게 엇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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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희 기자
2월27~28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부터 아슬아슬한 장면이 없지 않았다. 지난 2월6일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특별대표)를 평양으로 불러들인 게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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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현장에서 본 2차 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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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랑선/글 이상원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평온하던 공간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들고 뛰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을 들여다보던 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형 스크린 뉴스 화면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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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사진 찍냐” 특종을 부른 한마디 [취재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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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규 편집국장
순간포착 비결은? 자리싸움과 기다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착 하루 전인 2월25일부터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뻗치기 시작. 전 세계 기자들과 경쟁했을 텐데? 1라운드는 사다리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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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볼턴 탓이라고?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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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희 기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국내 전문가들의 공적이 되다시피 했다. 2월27일 북·미가 거의 합의에 도달했는데 2월28일 오전 볼턴 보좌관이 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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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그 후, 김정은의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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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희 기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메시지는 ‘인간 선언’이었다. 북한에서 ‘최고 존엄’으로 신적인 존재로 떠받들어지는 수령도 인간일 뿐이며 실수할 수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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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수술 산부인과’를 알려달라는 독자들의 메일 [프리스타일]
‘낙태 수술 산부인과’를 알려달라는 독자들의 메일 [프리스타일]
임지영 기자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지만 기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건 늘 긴장되는 일이다. 지난 연말에도 메일을 한 통 받았다. 기사를 잘 읽었다고 시작되는 메시지에는 내가 쓴 기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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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꺼지면 시작되는 것 [프리스타일]
산불이 꺼지면 시작되는 것 [프리스타일]
김영화 기자
“기자들이 제발 그 영상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3월25일 찾은 경북 포항시 흥해읍 재난심리지원센터에서 상담사가 간곡하게 부탁했다.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이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