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해마다 3월이면 ‘양회(兩會)’라는 커다란 정치 행사가 열린다. 양회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최고 정책자문기구)와 전국인민대표대회(입법기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판 국회의사당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자문위원들과 대표 인사들이 모인다. 각 지역 대표들도 베이징으로 집결한다. 이 자리에서 지난해 성과를 평가하고 올해 성장 목표와 다양한 정책 등을 제시한다. 한 해 중국 국정 운영의 전반적인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는 미·중 무역마찰과 경기하강 압박 등 대내외적 변화 속에서 치러지는 양회라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중국은 2019년을 건국 70주년이자 2020년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한 해로 정했다. 소강사회(小康社會)란 1987년 덩샤오핑이 밝힌 3단계 중국 경제발전 전략에 따라 의식주가 해결되는 중등생활 이상의 복지사회를 의미한다. 이 같은 추상적 의미에 더해 구체적으로 2010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2배 늘리겠다는 목표도 담겨 있다.
 

ⓒEPA3월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이번 양회에서 중국의 GDP 경제성장률은 6.0~6.5%로 제시되었다. 지난해 목표치 6.5%보다 하향 조정되었으며, 구체적 수치가 아닌 구간으로 목표를 설정해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마지노선을 6.0%로 정했기에 그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적극 방어해나갈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번 양회의 주요 키워드는 크게 ‘시장 활력’ ‘민생 개선’ ‘환경 보호’ ‘대외 개방’으로 요약된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가장 급한 과제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5.3%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5.6%)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중국 주요 산업인 자동차, 스마트폰 등에서 생산 타격이 감지되고 있다. 소매판매 증가율도 8.2%로 하락세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1.5%로 중국 정부 목표치인 3.0%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그래서 이번 양회에서는 감세 및 인프라 투자 등 대대적인 재정 확대 조치가 발표되었다. 정부는 올해 2조1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규모의 감세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조업에서는 현행 16%인 부가가치세(增値稅)를 13%로 인하한다. 교통운수업과 건설업의 부가가치세율은 현행 10%에서 9%로 낮아진다.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규모를 전년보다 8000억 위안 늘려 경기활력 제고에 나선다. 시진핑 주석도 미·중 무역마찰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내 시장의 발전을 추진할 것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민생 문제도 양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다. 우선순위는 역시 ‘일자리’다. 중국은 올해 도시 신규 취업자의 목표를 1100만명 이상으로 설정했다. 목표치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용우선 정책’을 최우선 당면과제로 인식하고 거시정책으로 격상했다. 리커창 총리는 양회 폐막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농민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해 좋은 대우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증 질병에 대한 보험 기본료를 낮춘다는 방안도 언급했다. 리 총리는 지역별 맞춤 양로 및 탁아 서비스를 중점 개발해 사회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산화유황·질소산화물 배출량 3%로 낮춘다

환경 보호도 국가의 중점 사업으로 떠올랐다. 올해 양회에서는 ‘오염 방지’가 국가의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지난해 3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된 것보다 더욱 격상된 조치다. 올해 중앙재정에서 오염방지 예산이 600억 위안(약 10조 1232억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지난해 대비 48%나 증가했다. 이산화유황·질소산화물 배출량을 3%대로 낮춘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올해부터 자동차 제조업체에 ‘더블포인트 제도(雙積分:생산하는 자동차의 연료 소모량과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량을 기준으로 포인트를 부여하는 제도. 화석연료 자동차를 생산하면 벌점을,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하면 가점을 준다)’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염 방지를 위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폐막일에 ‘외상투자법’을 통과시켜 내년 1월1일부터 전면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외국인 투자정책이 심사 허가와 우대정책 위주였다면 이번 외상투자법에서는 ‘내외국인 동등대우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네거티브 리스트’ 산업 외에는 외국인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도 확립되었다. 무엇보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정부 공직자가 행정적 수단을 이용해 강제로 기술 이전을 할 수 없게 한다는 규정까지 담겼다.

새롭게 발표된 외상투자법에 대한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중국 내부에서는 전반적으로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다수 중국 전문가들은 외상투자법이 건전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인민대학교 법학원 멍옌베이 교수는 ‘촉진’과 ‘보호’가 이번 외상투자법의 기조라며 앞으로 중국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여러 의문에 대해서도 추후 법적 장치로 보장할 것이라 설명했다.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한원슈 부주임은 이번 조치가 외국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중국은 헛된 약속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EPA지난해 11월 스모그로 뒤덮인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시내 중심가를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중 무역마찰 속에서 미국을 의식해 너무 서두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외상투자법의 이행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며, 기술 강제이전 금지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보도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새 법안을 환영하지만 법안의 조항이 일반적이며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상투자법 제35조의 “중국 정부가 국가 안전과 관련해 필요할 경우 외국인 투자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대목에 대해 우려했다.

한편 이번 양회 이후 관련된 구체적 조치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국무원은 3월20일 리커창 총리 주재로 상무위원회의를 열고 여객운수서비스 업종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기부금 지원 등 빈민구제 활동을 펼치는 기업에는 사실에 기초하여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오염 퇴치에 앞장서는 3자 기업(오염원을 발생시키는 곳과 계약을 맺고 오염 방지 및 통제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企業所得稅)을 종전보다 10%포인트 떨어진 15%로 낮추기로 했다. 기한은 2019년 1월1일부터 2021년 말까지다. 또한 국무원은 3월22일 올해 노동절 연휴가 하루에서 나흘로 변경되었음을 발표했다.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늘린 것이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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