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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인 내게도 ‘흑역사’가 있다

2019년 04월 11일(목) 제603호
김민아 (노무사)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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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는 노동자가 임금 체불을 당하면 상담하고 무슨 방법이 있는지 찾아본 뒤 대리해 고용노동부에 진정하는 게 직업인 사람이다. 공인노무사인 내게도 ‘흑역사’가 있다.

대학생 시절 서울 신촌 맥줏집에서 한 달 정도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임금을 받지 못했다. 노동법 수업을 두 학기나 들은 법대생이 임금을 체불당했는데도 억울한 마음만 컸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방법을 알았다고 해도 지금처럼 진정서를 쓱쓱 작성해서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사용자와 대질신문하는 과정에서 또박또박 대답할 수 있었을까. 나는 요즘도 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과에 임금 체불 진정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20년 전 나에게 다시 물어보곤 한다. 그리고 함께 고용노동지청에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노동자에게 말한다. “나쁜 일을 당했다고 경찰서에 신고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사장이 잘못한 거지 선생님은 잘못한 게 없어요.”
ⓒ윤현지

현실은 비참하다. ‘사용자가 지급해야 할 임금 얼마를 지급하지 않았다’라는 그저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는 간단한 사건인데도 근로감독관 자리 칸칸마다 돈을 받지 못한 자와 돈을 줄 수 없다는 자들로 가득하다. 어떤 사람은 고함치며 따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울기도 하고, 화난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신호등 빨간불일 때 길 건넌 적 없으세요?”

“일할 때는 가만있다가 퇴사하더니 달라고 한다!” 사용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임금은 노동자가 요구하기 전에, 그러니까 노동자가 가만있을 때 지급해야 한다. 이걸 왜 노동자가 요구하게 하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마치 배신이라도 당했다는 듯, 오히려 노동자를 생떼 쓰는 사람 취급한다.

“임금 중에 아주 일부만 지급하지 않은 것인데 저런다!” 이렇게 항변하는 사용자도 있다. 당연히 임금은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사용자의 사정에 따라 금액을 함부로 조정할 수 없다. 전체 임금 중 미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수롭지 않게 적다면 지급하지 않으려 생떼 쓰지 말고 그냥 지급하면 될 일이다.  

“일을 시킨 적이 없는데 본인이 그냥 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말도 들었다. 나이가 60대 이상인 노동자 70여 명에게 청소 업무를 시켰던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퇴근시간 직전 1시간이 휴게시간인데(이게 사실이라면 한 시간 일찍 퇴근하게 해야지 왜 휴게시간을 주는가), 노동자들이 그 시간 동안 스스로 일을 했다는 것이다.

휴게시간은 노동시간 도중에 주어야지 퇴근시간에 붙여서 줄 수 없다고 했더니 그 시간에 노동을 제공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퇴근하기 전까지 쉬어본 적이 없다고, 그 시간에 열심히 일만 했다고 말하는 60대 노동자의 손끝이 떨리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했다.

“노무사님은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길 건넌 적 없으세요?” 몇 년 전 어떤 회사 노무 담당자에게 들은 모욕적인 질문이다. 일을 시킬 때는 노동자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기를 기대하면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사용자 사정에 따라 주지 않는 것이 신호 위반처럼 들키지 않으면 허용되는 행동, 재수 없이 들키면 문제가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질문이다. 임금은 일반 채권과 달리 지급일에 주지 않으면 사용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임금 체불은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불법 행위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피해자를 생떼 쓰는 사람 취급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인 노동자에게 미안해하고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절도죄·사기죄처럼 형사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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