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함부로 쓰지 마라. 인생의 지옥은 ‘빚’과 함께 다가온다.” 한쪽에는 갈 곳 없는 돈이, 다른 쪽에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버글거리는 곳. 그나마 가장 유리한 조건(싼 이자)으로 대출할 수 있는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자’와 ‘이용할 수 없는 자’로 계급이 확연히 갈리는 곳. 일본 만화가 마나베 쇼헤이의 작품 〈사채꾼 우시지마〉의 주인공은 이런 사회에서 활개 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다.
우시지마는 빈곤층이나 개인 파산자에게 열흘에 10%, 심지어 하루에 수십%의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대출금의 회수 가능성과 리스크에는 관심이 없다. 고객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극악한 ‘금융 기법’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성매매 업소에 팔아넘기고, 남성은 생명보험상의 보험금 지급 조건을 창출해서(즉 살해해서)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우시지마는 ‘돈 없는 녀석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회수할 수 있느냐’고 묻는 부하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회수할 수 있나요’가 아니야. 회수하는 거다.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면 손님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마라.” 이 작품의 장르는 ‘경제 관련 만화’라기보다 ‘호러물’처럼 여겨진다. 사회적 약자들이 거머리 같은 사채업자의 덫에 걸려 ‘인간이 아닌 것’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너무나 섬뜩하게 그리기 때문이다.
〈사채꾼 우시지마〉는 어쩌면 금융이란 제도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금융의 세계에서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미상환 위험성이 높으므로 높은 이자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심지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쓰레기’로 취급받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인생 자체를 이자로 내야 소액이나마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런 질서하에 기생하는 자들이 바로 사채꾼이다. 2004년부터 일본의 한 잡지에 장기 연재되던 이 극악한 만화가 조만간 대단원에 이를 모양이다. 우시지마가 어떤 종말을 맞을지 궁금하다.
-
INF 음모론이 솔깃한가요?
INF 음모론이 솔깃한가요?
남문희 기자
미국이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 (INF) 폐기를 두고 여러 음모론적 시각이 퍼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특히 이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배경에 INF 폐기 문제가 ...
-
외계인이 안 오면 우리가 간다
외계인이 안 오면 우리가 간다
문정우 기자
친구 중에 태양계에는 숨겨진 행성이 있다고 굳게 믿는 녀석이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3억8000만 년도 더 전에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의 후손일 리 없다. 진화론은 완벽한 사기다...
-
‘내가 틀렸다’라고 말하는 전문가
‘내가 틀렸다’라고 말하는 전문가
이상원 기자
이 책은 20년 경력의 전문가가 쓴 실용서이자, 먼저 떠난 이가 남긴 자전적 수필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였던 고 임세원 교수의 3년 전 저작이다. 지난해 12월31일...
-
‘장자연 사건 증언자’ 윤지오는 왜 이 책을 썼을까 [독서일기]
‘장자연 사건 증언자’ 윤지오는 왜 이 책을 썼을까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2009년 3월7일, 한 신인 여배우가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드러나지도 처벌되지도 않았던 이 사건은 여배우의 10주기를 맞이한 올해, 언론과 대중의 뜨거...
-
이 주의 신간 [새로 나온 책]
이 주의 신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만주국 속의 동아시아 문학 김재용 외 엮음, 소명출판 펴냄 “제국에 포섭되지 않은 작가들 다성성을 도모하다.” 일본 제국이 세운 만주국은 괴뢰정권이었지만 그곳의 문학까지 괴뢰는 아...
-
젊고 매력적인 사회주의자 출현하나?
젊고 매력적인 사회주의자 출현하나?
문정우 기자
대학에서 12학기 동안 글쓰기를 가르쳤다. 열정 있는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 내내 내 가슴은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 설렜다. 35년 가까이 글을 써왔지만 정작 ‘가르치는 데’ 눈뜨기...
-
박완서가 더욱 궁금해지네
박완서가 더욱 궁금해지네
임지영 기자
〈박완서의 말〉은 무심코 집어든 책이다. 그 자리에서 완독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작가가 직접 스크랩해두었던 생전 인터뷰를 딸 호원숙 작가가 엮었다.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
이 주의 신간 [새로 나온 책]
이 주의 신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혼밥생활자의 책장 김다은 지음, 나무의철학 펴냄 “혼자 산다는 것은, 나 자신과 함께 사는 것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을 ‘혼밥생활자’로 살던 김다은 CBS 라디오 PD는 ...
-
이 주의 신간 [새로 나온 책]
이 주의 신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의심이 힘이다 배형민·최문규 지음, 도서출판 집 펴냄 “건축은 현실이라는 얼음 바다를 깨는 도끼.” 배형민은 건축 전시 전문 큐레이터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큐레이터...
-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페더럴리스트 알렉산더 해밀턴 외 지음, 박찬표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공화국에서는 사회의 한 부분을 다른 부분의 침해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18세기 후반 영국으...
-
[왕좌의 게임]과 [소오강호]
[왕좌의 게임]과 [소오강호]
이종태 기자
지인들이 열광하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늦게 입문했다. 한번 빠져드니 억제할 수 없었다. 가끔 ‘빨리 돌리기’를 감행했지만 초고속으로 마지막 시즌에 도달했다. 캐릭터들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