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잠자고 있는 무함마드를 뱀이 물려고 했다. 이를 무함마드의 고양이인 무에자(Muezza)가 막아줬다. 무함마드는 무에자를 크게 치하하며 아끼게 된다. 어느 날은 고양이가 자기 옷 위에서 잠들자 고양이를 깨우지 않기 위해 고양이가 자는 부위의 옷을 잘라낼 정도였다. 이후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무함마드에게 무에자가 절을 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무슬림 사회는 관습적으로 개를 집에서 기르지 않지만, 고양이는 집에서 키운다. 고양이 기르기가 해당 지역에서는 이슬람 전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이스탄불의 모스크는 겨울에 일부러 고양이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모스크뿐이랴, 폭풍 같은 재난 상황이 닥치면 일반 가게들도 고양이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곤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고양이도 있다. 도로 난간에 앞다리를 걸치고 느긋하게 거리를 바라보곤 하던 고양이 톰빌리는 이스탄불 시민의 사랑을 넘어 SNS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2016년 사망 직후 거리마다 추모 전단이 붙고 1만7000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해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런 식이니 이스탄불에 고양이가 말 그대로 창궐할밖에.
개는 어째서 고양이만큼 이스탄불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걸까. 관습적으로 개를 기르지 않는 문화의 근본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1910년 오스만튀르크 제국 치하의 이스탄불에서 개 대학살이 벌어졌다. 19세기만 해도 이스탄불은 강아지에게 동정적이었다. 크리스트교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집안에서 개를 키우지 않던 무슬림들 또한 함부로 동물을 죽이는 것은 알라에게 반하는 일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코란에도 직접 언급되어 있다. 즉, 이스탄불 주민을 구성하는 두 주요 종교와 관계없이 이들은 거리의 개(함부로 유실견이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에게 먹이를 주며 마을을 지키게 했다.
개 8만 마리 풀어놓은 작은 섬의 비극
문제는 터키를 ‘현대화’하려 했던 청년 튀르크당(Jön Türkler)이다. 고등학교 세계사 책에 아주 짧게 소개돼 있어서 기억이 안 나겠지만, 한국으로 치면 갑신정변이 성공한 경우다. 급진적으로 유럽화 정책을 추구했던 이들은 이스탄불을 유럽화하기 위해 집에서 기르거나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을 ‘처분’하기로 결정한다. 어떻게? 기록마다 좀 다르지만 개 8만 마리를 잡아들여서 조그마한 섬에다 모조리 풀어놓는 식이었다. 당연히 작은 섬에 물과 양식이 있을 리 없었고, 개들은 서로를 잡아먹다가 끝내 다 죽고 말았다.
종교를 막론하고 대다수 시민이 큰 충격에 빠졌고, 이 사건은 지금도 터키 동물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2년에는 터키의 동물보호 단체들이 당시 사건을 언급하며 단체로 개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거리의 개들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터키가 세계대전 때마다 패전국 편에 섰던 이유가 바로 이때 사라진 ‘견공’들의 저주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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