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604호 커버스토리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에서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을 찾아냈다. 이번 호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 ‘집단’을 찾았다. 이 집단이 ‘20대 남자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이다.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들은 어깨를 거는 동지들이다. 공동기획에 참여한 정한울 한국리서치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반(反)페미니즘 인식이 강력하게 내재화되어 있다.” 20대 가운데 공고하게 반페미니즘 마이너리티 정체성을 공유한 집단을 찾아낸 것이다.

그동안 언론은 20대 현상을 단순하게 ‘공정세대’니, ‘기회균등 세대’니 ‘3포 세대’ 등으로 규정했다. 20대 담론에서 되풀이된 오답이다. 우리는 ‘설’이나 ‘감’에 의존하지 않았다. 208개 질문을 바탕으로 1000명을 조사한 데이터에 기초해 가설을 본격 검증했다.


제604호 기사는 온라인에서 즉각 반응이 왔다. 기사에 대한 찬반 반응이 격했다. 웹조사 방법론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한울 연구위원이 이번 호 ‘취재 뒷담화’ 코너에서 자세히 설명했다(79쪽). 2주 연속 20대 남자 기획을 커버스토리에 담았다. 망설임이 전혀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2016년 절독 사태 때문이다. 그해 8월 ‘분노한 남자들(제467호)’을 커버스토리로 올렸다. 온라인 공간의 메갈리아 논란을 다뤘다. 그때도 천관율 기자가 나무위키의 메갈리아 항목을 분석했다. 반향이 컸다. 기사를 잘 보았다는 의견만큼이나 남성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시사IN〉을 절독하자는 주장이 퍼졌다. 구독 해지 전화가 빗발쳤다.

그때 독자 이탈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제1 마지노선, 제2 마지노선, 제3 마지노선을 나름 계산했다. 1000명 선을 상정한 제3선까지 도달하지 않으리라 보았다. 제작판매팀에 상황을 매일 파악하게 했다. 예상은 깨졌다. 일주일 만에 제3선이 무너졌다. 속수무책이었다. 속은 탔지만 기자들에겐 주눅 들지 말자고 했다. 화답하듯 독자들의 자발적 구독 운동이 일어났다. 그 뒤에도 관련 기획을 다루는 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지금도 ‘메갈인’이라고 조롱당한다.

이번 커버스토리를 두고도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시사IN〉은 정기구독에 수익의 대부분을 의존한다.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모델이지만, 독자들이 한순간에 이탈할 때 취약하다. 그렇다고 ‘자기검열’을 할 수는 없다. 매체가 망가진다. ‘맞는 건 맞고, 아닌 건 아니다’라고 보도하는 게 〈시사IN〉의 창간정신이다. 이번에도 제작판매팀에 상황을 주시해달라고 주문했다. 구독 전화가 이어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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