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 민정에게.
안녕, 얘들아.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지? 우리가 못 본 지 벌써 5년이 지났네. 나는 3년 전 너희가 없는 학교에서 졸업을 했어. 다들 보고 있었지? 너희 빈자리는 부모님과 많은 사람들이 채워줬어. 그때 남아 있던 우리들 교실은 이제 단원고를 떠나 안산교육지원청에 있단다.
난 올해 스물세 살, 대학 졸업장도 받았어. 너희가 잘 알겠지만 나는 유아교육과를 가고 싶어 했잖아. 그날 이후 내 진로가 완전히 바뀌었어. 누군가를 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 응급구조학과를 간 이유야. 막상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려고 어두운 바다 속에 들어갔을 때는 너무 무서웠어.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해.
요즘 5주기를 앞두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얼마 전 수빈이(설수빈·23·단원고 생존자)와 수원에서 열린 간담회에도 다녀왔어. 거기 온 초등학생들이 어찌나 말을 잘하던지.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묻기에, 나는 “저도 이미 어른이 돼서, 제 자신부터 이제 나서려고 해요”라고 말했어. 이번 5주기 추모 집회 무대에도 올라갈 예정이야. 그때는 진상 규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올게. 물론 늘 잊지 않고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전할게.
우리 부모님은 여전히 바쁘셔. 아빠는 가족협의회 사무처 팀장을 맡았어. 바쁜 아빠가 계속 살이 빠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엄마는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세 번째 공연을 시작했어. 엄마들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학생 역할을 맡았어. 연극을 보러 갔다 엄마가 집에서 항상 연습하던 노래가 나올 때 나도 모르게 같이 춤을 출 뻔했지 뭐야. 간혹 관객석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열여덟 살 때 우리들처럼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연극이었어.
안산에는 벚꽃이 다 피었어. 익숙한 동네를 걸을 때 민지, 민정이 너희가 생각나. 내 휴대전화에 저장된 너희 전화번호와 메신저 프로필 사진은 그대로인데 너희만 여기 없구나.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아. 앞으로 여기 있는 우리가 너희를 잊지 않도록 노력할게. 그곳에서 항상 응원해줘. 보고 싶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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