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2015년 개정되어 2018년 1월1일 시행됐다. 일각에서는 ‘50년 만의 과세 도입’이라고 한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구멍가게에도 세금을 매기는데 성직자의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과세 공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발언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세 공평’에 어긋나는 듯한 이번 법안은 일사천리로 기재위 문을 넘었다. 2월1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뒤 3월26일 기재위 상정, 3월28일 조세소위 논의를 거쳐 3월29일 원안 가결됐다.
기재위 소속 일부 의원들 주장처럼 입법자의 과실에 따라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생긴 문제라면 해결이 간단하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 제안 이유에 적혔듯 “과세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가령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대해, 4월1일 SBS CNBC에 출연한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장은 이렇게 반박했다. “잘못된 법을 고칠 때에는 속전속결이다. 과세 범위를 정하지 않아서 생긴 혼선을 바로잡고 보완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고,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서 회장은 지난해 11월 종교인 퇴직금 과세 범위를 정해달라는 내용의 입법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 인물이다.
그런데 현행법 체계에서 종교인 퇴직금의 과세 범위에 아무런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득세법이 아니라 그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종교인 퇴직소득에는 일반적 퇴직소득과 같은 과세 기준이 적용된다.
국세청 “종교인 소득은 과세 대상”
기재위 소속 의원들의 말처럼 입법 실책일까?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이번 법안에 찬성 의견을 밝혔지만 3월28일 조세소위에 나온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의 설명은 미묘하게 엇나갔다. 김광림 의원(자유한국당)이 “그때(2015년 당시) 빠뜨린 거예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요?”라고 묻자 김 세제실장은 “빠뜨린 것은 아니고요. 그때는 문제 제기가 사실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의 조항이 “예외 규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입법은 단순히 세부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방향 수정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공식적으로 세무 당국은 종교인 소득이 과세 대상이라고 밝혀왔다.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1997년 이래 “성직자 소득은 그 종류에 따라 근로소득세 또는 법인세 징수 대상”이라고 답변해온 자료가 있다. 조세 분쟁을 심판하는 조세심판원은 2014년 결정례에서 그 근거를 제시했다. “(헌법은) 소득세법 등에서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를 규정한 내용이 없으므로 종교인도 당연히 납세의무를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과세를 하겠다는 공적 견해의 표명이 없었으므로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 역시 헌법 및 소득세법 등에 반하는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종교단체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관행을 인정하지 않은 2008년 대법원 판례도 참고할 만하다.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세법의 해석 또는 국세 행정의 관행이란 비록 잘못된 해석 또는 관행이라도 특정 납세자가 아닌 불특정한 일반 납세자에게 정당한 것으로 이의 없이 받아들여져 납세자가 그와 같은 해석 또는 관행을 신뢰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것을 말하고, 그러한 해석 또는 관행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그 주장자인 납세자에게 있다.”
모순되게도 법을 바꿔 종교인 과세를 ‘도입’하면서, 형식적으로나마 세무 당국이 견지하던 종교인 과세 원칙은 2018년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것이 됐다. 4월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행법상) 2018년 1월1일 이전에 퇴직하신 분은 소득세도 안 내고 퇴직소득세도 안 낸다”라고 못 박았다. 홍 부총리는 “종교인들도 5월에 (퇴직소득) 신고를 해야 한다. (중략) 그 이후에 국회에서 이 법이 개정되면 갱신 청구해서 환급해줘야 된다”라고 말했다. 채이배 의원은 “법 통과가 가장 어려운 이유가 기재부의 반대다. 기재부는 왜 세입을 걷는 데에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안 내나?”라고 말했다. 4월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종교인 퇴직소득세 특혜법 당장 철회돼야 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으나 참여는 저조하다. 4월11일 현재 2350명이 동의했다.
-
“종교인 과세 준비 않고 뭐했나” 질문에 목사의 답이…
“종교인 과세 준비 않고 뭐했나” 질문에 목사의 답이…
이상원 기자
MBC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아나운서로 사역하고 있는 몇몇 성도들에게 시련이 닥쳤다. 2012년 총파업에서 이탈한 이유가 뒤늦게 다시 주목받으면서다. 양승은·최대현 아나운서...
-
“교회 세습 중지하고 세금 내는 게 예수의 길”
“교회 세습 중지하고 세금 내는 게 예수의 길”
정희상 기자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역사학자이자 교회사학자다. 2001년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을 맡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역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