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들은 2017년 11월15일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했다. “꺼내고 싶지도 않다”라며 입을 꾹 다문 사람들도 자동차 경적소리가 나자 ‘또 지진이 난 게 아닌지’ 몸을 움츠렸다. 여전히 대피소에 남은 이재민들은 신경안정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건 뉴스 영상만이 아니었다. “아직도 세금 낭비하고 있냐” “재해라는 게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이제 그만해라” 따위 반응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들의 집을 부순 건 지진이지만, 일상을 부순 건 지진이 아니었다.
지난 4월4일 강원 고성과 속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다행히 주말 사이 불길이 잡혀 큰 피해는 막았다. 발 빠른 대처로 재난 대응의 좋은 사례로 남았다는 말도 나왔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며칠 전 다녀온 포항의 풍경이 자꾸 겹쳐져 마음이 착잡했다. 재해가 발생하는 건 순간이지만 복구하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무너진 집을 재건하는 일보다 어려운 게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진짜 재난은 지진이 잦아들고 불이 꺼진 후에 시작된다. “원인이 밝혀지면 뭐합니까. 우리는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했는데….” 포항의 대피소에 남아 있는 이재민들을 보며 생각했다. 여전히 멈춰 있는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재난 이후의 ‘재난’을 잘 치유하고 있을까. 포항에서 들었던 물음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일상을 회복하기까지 재난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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