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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들, 모르는 번호로 전화 와도 받는 이유는

2019년 05월 02일(목) 제606호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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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면 열심히 받아요.” 2011년부터 대학 시간강사로 살아온 김어진씨가 말했다. 시간강사들은 연결과 소개로 강의를 배정받는다. 다음 학기 수업을 하느냐 마느냐가 전화 한 통에 걸려 있다. 그래서 모르는 번호라도 열심히 받는다. 이들에게는 문자 해고도 없다. 김씨가 수도권의 한 사립대에서 2년간 맡은 강의는 전임 교수에게 넘어갔다. 김씨는 그 사실을 학교 조교에게 전화해서 알았다.

고려대 철학과 시간강사 가운데는 10년, 20년 가르친 이들도 있다. 그들은 ‘시간강사 채용을 극소화’한다는 학교 교무처의 문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는 안 쓰겠다는 얘기잖아요. 그동안은 대학이 필요해서 쓴 것 아닌가요.” 10년, 20년 숨죽여온 이들은 최근 ‘강사협의회’를 꾸리고 학교와 대화에 나섰다.
ⓒ시사IN 양한모

‘강사법’으로 불리는 개정 고등교육법이 8월1일부터 시행된다.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해 고용안정성과 처우를 높이는 법이다.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은 강사 수를 최소화하고 있다. 대학들이 강의를 줄이면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현실화되었다. 비정규직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은 비정규직을 줄인다. 대학 등록금은 10년간 동결되었다. 정부가 확실하게 재정을 지원한다는 보장도 없다. 돈도 돈이지만, 이제는 시간강사를 언제든 자를 수 없다는 게 대학들로서는 가장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강사법이 부여하는 교원의 강력한 고용 안정은 그간 전임 교원들이 교원 신분으로 누려온 권리다. 애초 교수 노동시장의 최말단에 속하는 시간강사에 대한 차별을 더 일찍 개선했다면, 혹은 고등교육에 관한 국가 책임을 좀 더 진지하게 논의했다면 지금의 대량 해고와 학습권 침해가 벌어졌을까. “아마존에서는 ‘기술적 채무(technical debt)’라는 말을 자주 쓴다. 당장의 쉬운 방식으로 대충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시간이 가면서 이자가 붙어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아마존에서 11년간 일한 박정준씨의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한 대목이다. 85%에 이르는 사립대학에 고등교육을 외주 주고, 그 강의의 30~50%를 강사에게 외주 주면서 국가와 대학이 얼버무린 비용이 빚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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