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예술가들아 박원순 시장의 멱살을 잡아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예술성과 공공성에 대한 글이었다. 공공 예술기관은 예술성과 공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런데 서울시의 예술 행정은 다분히 공공성에 치우쳐 있었다. ‘기승전-시민과 함께’로 끝나곤 했던 서울시의 문화예술 행사는 공공성을 최우선에 두었다. 이를 지적하고 예술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날 서울시 예술 행정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박원순 시장이 이 글을 읽고 예술성 강화 대책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박 시장도 서울시의 예술 행정이 공공성에 치우쳐 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박 시장은 시민의 예술 향유에 방점을 찍었는데, 그러는 사이 현장에선 예술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사IN 양한모

예술성과 공공성은 상호 대립적으로 각축하는 듯 보이지만 의외로 간단한 함수다. 지극한 예술성은 공공성이 될 수 있어도 지극한 공공성은 예술성이 될 수 없다. 공공성은 예술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예술 회피이거나 혹은 예술 파괴일 수 있다. ‘시민과 함께’라는 멋진 구호 아래 예술적 태만이 숨어들어갈 여지가 많다. 공공성은 어설픈 얼버무림일 수 있다.

예술성은 세대를 두루 망라할 수 있다. 예술성은 시대를 초월할 수 있다. 그래서 공공적이다. 민간이 못하는 것을 공공이 해내라고 공공 예술단체를 두는 것이다. 이런 공공 예술단체의 최우선 의무는 바로 예술적 성취다. 예술성이 예술단체가 이룰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성취라면 공공성 혹은 대중성은 가장 낮은 단계의 성취다.

예술성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서울시 산하 공공 예술단체의 성공 사례로도 확인할 수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창작 초연 극장으로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고, 서울시립미술관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처럼 대형 대관전을 하지 않고 의미 있는 자체 기획전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공공 예술기관은 예술의 마지막 보루여야 한다. 시민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최고의 의무다. 아무쪼록 서울시 예술 행정이 예술성을 확보하기 바란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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