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늙어가고 있다. 과거 중국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구가 가져오는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려왔다. 소위 ‘인구 보너스’(노동력의 증가로 인한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대적인 수와 꾸준한 증가는 무시할 수 없는 중국의 힘이었다. 이런 중국에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가 놓여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의 총인구(홍콩과 마카오, 해외 화교 인구 제외)는 13억9538만명이다. 이 중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억4949만명,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억6658만명에 이른다. 각각 전체 인구의 17.9%, 11.9%를 차지한다. 중국은 60세 이후를 노인으로 규정한다. 50대 중반부터 60대까지 인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이비붐 세대이다. 이들은 1980년부터 시행된 ‘한 자녀 정책’의 영향을 직접 받은 부모 세대이기도 하다. 중국 개혁개방의 일선에서 활약한 산업 역군이자 어쩌면 중국에서 형성된 최초의 중산층이기도 하다.
 

ⓒEPA2025년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3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위는 단체 생일 축하 행사에 참석한 중국 어르신들.

중국의 노인 인구 비율은 한국(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약 14.9%)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노인층의 절대적인 수는 한국과 일본의 총인구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중국 노령화업무위원회(全國老齡辦) 왕젠쥔 부주임은 2025년이 되면 중국의 60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3억명, 2033년에는 4억명을 돌파해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이르며, 2050년 전후로 4억8700만명에 근접해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이를 것이라 예상한다. 노인층을 위한 사회 시스템 구축이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고령화 대책에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많다. 수요층은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서비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첸잔산업연구원(前瞻産業硏究院)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까지 중국 양로기관에 공급된 침상 수는 약 746만 개 수준이다. 노인 인구 1000명당 평균 30개 정도다. 중국의 목표치(1000명당 35~40개)와 OECD 평균(1000명당 50개)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난카이 대학 사회건설관리대학원 관신핑 원장은 우수한 공립 양로원은 자리를 구하기 어렵지만 일반 민간 양로원은 침상이 넘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급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양로금 운용도 걱정이다. 학계에서는 2035년이면 중국의 양로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는 상황에 맞는 대응조치를 통해 충분히 지급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점점 커지는 부양비는 당연히 부담일 수밖에 없다. 베이징시 고령산업협회에서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시 민영 양로기관 중 수익을 낸 기관은 8%에 불과하고, 65%가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로기관의 특성상 투자 규모가 크지만 투자 수익을 회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다년간 운영해야 손익 균형을 실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고령화 위기와 도전이 이어지자 다양한 계획과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향후 노인 인구의 잠재 소비력에 주목한다.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보유한 새로운 노인층이 대상이다. 중국 노령산업발전 보고서는 중국 노인 인구의 잠재 소비력이 2050년 약 106조 위안 규모로 성장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 이용한 스마트 양로산업 각광

양로 시스템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월15일 폐막한 양회에서도 민생 개선을 위한 실행 계획 가운데 하나로 양로 서비스를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양로 서비스업을 발전시키고, 세제 감면과 상수도 요금 지원 등의 우대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양로 서비스에 대한 외자 개방과 민간자본 투자 지원이 강화되었다.

지난 3월 중국은행보험관리위원회는 중국과 영국의 합작보험사인 ‘헝안 스탠더드라이프(Heng An Standard Life)’가 양로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중국의 첫 외자 양로보험사가 탄생한 것이다. 4월16일 중국 국무원은 ‘양로 서비스 발전 촉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양로기관의 설립 허가제를 폐지하고 점차적으로 업계의 진입 문턱을 낮춰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로 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 확대, 외자 설립 양로기관의 내국민 대우 등이 포함되었다.

이런 변화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양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양로(智能養老)’가 떠오르고 있다. 양로원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침상 위에 있는 노인이 음성으로 양로원의 모든 시스템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다. 자택에 있는 노인들은 자기 집에서 양로 서비스 정보를 휴대전화 단말기에 집대성하여 자녀 호출, 응급신고, 병원 접수, 건강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2018년에 발표한 ‘중국 스마트 양로산업 발전보고서’에서는 2018~2020년을 스마트 양로산업 발전의 성장기로 규정하고 이 부문에 기업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이어 2020년이 되면 점차 성숙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광과 융합된 ‘관광 양로(旅居養老)’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 지역에서 열흘, 길게는 수개월 동안 체류하며 요양하는 방식이다. 노인들은 요양과 함께 그 지역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 취향과 목적에 따라 생태풍경 관광, 보양온천 관광, 역사문화 관광, 문화예술 관광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 간 분가가 보편화되고 노인도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최근 세태를 반영한 서비스 유형이다. 즉, 향유형 소비가 증가한 결과다.

중국의 대표 여행사 씨트립(Ctrip·携程)이 조사한 ‘2018년 노인 단체관광 소비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노인 관광객 수는 이미 중국 전체 관광객의 20%를 넘어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대 세대들이 가장 돈을 아끼지 않는 집단으로 나타났다. 이 세대는 한 번 여행할 때마다 평균 3115위안(약 53만원)을 쓰고 있다(국내외 불문).

고령화라는 위기 앞에 놓인 중국이 오히려 실버산업 창출이라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양로 업종이 중국 내수시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3월31일부터 4월2일 사흘간 중국 베이징 국제엑스포센터에서는 중국 국제양로산업박람회가 열렸다. 400여 개 기업이 다양한 양로 상품을 선보였다. 한국관에서는 적적한 노인 옆에서 대화하며 벗이 되어줄 수 있는 로봇인형과 한의학식 혈액순환 효과를 강조한 쑥찜질 베개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국의 고령화가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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