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유럽에서 영화 관람객이 가장 많은 나라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매년 2억명 이상이 영화관을 찾는다. 프랑스 국민은 연평균 3.3회 영화를 관람하며, 전국에 5909개 상영관이 운영 중이다. 정부는 26세 미만 청년에게 관람료를 할인해주고, 매월 20유로(약 2만6000원)로 영화를 무제한 관람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하는 등 영화산업 진흥책을 펴고 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도 프랑스 영화산업 정책의 자랑이다. 칸 영화제는 1946년 프랑스 교육장관 장 자이가 만들었다. 매년 칸에는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점치며 축제를 즐기는 3만 인파가 모인다. 가장 주목받는 순서는 황금종려상 시상이지만, 그 밖에도 칸 영화제의 역할은 다양하다. ‘주목할 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섹션은 다양한 지역의 영화를 세계에 소개한다. 감독들이 새 영화 계획을 발표하고 투자자와 배급사를 찾는 ‘영화 마켓’ 구실도 톡톡히 한다.

봉준호 자신의 프랑스 흥행 기록도 경신

프랑스 영화평론가들과 관객들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을 어떻게 평가할까? 먼저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는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 모두가 이 영화에 사로잡혔다. 날이 갈수록 더 매혹됐다”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기생충〉에 대한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이 연일 뜨겁다.
 

ⓒ연합뉴스5월21일 칸 영화제에서 관객들이 〈기생충〉의 티켓을 구한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프랑스 평단은 대체로 〈기생충〉에 찬사를 보냈다. 지난 5월21일 일간지 〈레제코〉의 올리비에 드 브루잉은 “가족극 서스펜스와 정치적 우화 사이에서 봉준호는 명석함과 유능함으로 기가 막힌 누아르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6월5일 〈르피가로〉의 에티엔 소랑은 “기생충은 트레일러부터 어서 영화관에 가고 싶게 만든다. 이 영화는 가난한 이들이 쥐처럼 사는 한 나라에 대한 은유다”라고 평했다. 〈20뮈니트〉에서 카롤린 비에는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 이야기는 나라를 떠나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다. (영화는) 기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은 착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못된 모습이 아니라 그 정반대(모습)를 볼 수 있다”라고 썼다.

사실 프랑스에서 역대 칸 영화제 수상작들은 대중적으로 흥행하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 가운데 프랑스에서 100만 관객을 넘은 작품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뿐이다(총 103만7000여 명).

〈기생충〉이 이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현지에서 6월5일 개봉한 〈기생충〉은 1주차에 38만, 2주 만에 60만 관객을 넘어섰다. 누적 관객 100만명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가 2013년 10월 개봉되어 프랑스에서 누적 관객 67만명을 기록했다. 프랑스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관람객 1위 기록이었다.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공상과학도 아닌, 스릴러도 아닌 ‘봉준호’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라고 극찬을 받고 있는 〈기생충〉이 프랑스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