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30여 명을 만났다. 저널리즘에 관심 있다는 친구들이 방과 후에 모였다. 진로 특강을 부탁한 담당 교사는 오랜 독자였다. 거절키 어려운 부탁이기도 했지만 사심이 따로 있었다. ‘미래 독자’가 궁금했다. 뉴스를 어떻게 소비할까? 종이 잡지인 〈시사IN〉을 읽을까? 특강을 가며 일부러 신문 한 부를 챙겨 갔다. 신문을 쭉 펴 보이며,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오늘 이런 형태 신문을 본 학생, 손 들어볼까요?” 한 명도 없었다. 정말 “한 명도 없느냐”라고 다시 물었다. 단 한 명도 없었다. 〈시사IN〉을 읽은 적 있느냐는 질문은 꺼내지도 못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고 준비해 간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럼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 손 들어볼까요?” 질문을 바꿔서 했다. “혹시 ‘송혜교·송중기 뉴스’를 안 본 사람?” 대답 대신 웃었다. ‘우문’이었다. 학생들은 지면이 아닌 화면으로 뉴스를 소비했다.

진로 특강 내내 이런 사심이 담긴 탐색 질문을 몇 개 더 던졌다. 짐작은 했지만 다시 확인했다. 미래 독자도 뉴스를 읽는다. 단, 다양한 플랫폼에서 디지털로.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애써 외면한 정답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현답’은 가까운 데 있었다. 이종태 기자가 그 예다. 이 기자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다. 2주 연속 커버스토리 등판이다. 이번 주는 일본의 수출규제 본질을 취재했다. 늘 그렇듯 이 기자의 기사는 깊이가 다르다. 아베 총리 뒤에 있는 일본 역사 수정주의 세력의 속셈을 짚었다. 기사 쓰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이 기자는 매주 〈시사인싸〉 방송을 한다. 이 기자의 친절한 해설 동영상이 유튜브 채널에 쌓이고 있다. 미래 독자를 위한 디지털 실험이다.

물론 차별화된 콘텐츠는 기본 전제이다. 속도보다 깊이를 중시했다. 경박단소(輕薄短小) 기사는 SNS에 넘쳐난다. 일본 현지로 기자를 파견했다. 장일호 기자가 일본 최고 지성으로 손꼽히는 우치다 다쓰루 고베 여자대학 명예교수를 인터뷰했다. 우치다 교수는 미·일 관계의 역사를 짚으며 이번 경제제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상원·김영화 기자도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 합류했다.

진로 특강을 끝내자, 여러 학생이 질문을 했다. 기사 작성, 글쓰기 등 다양했다. 한 학생이 실패의 경험을 물었다. “기자는 실패의 직업”이라고 답했다. 취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감한 기사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열심히 취재하고 마감한 기사도 대개는 만족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런 실패야말로 더 나은 기사를 만드는 혁신의 동력이 된다.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미래 독자도 만나게 될 것이다. 〈시사IN〉의 실험은 오늘도 계속된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