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9100여 명은 전투가 가장 치열한 아프간 남부 헬만드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 아프간 전쟁 개전 이후 전사자가 220명을 기록하면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전사자를 냈다. 브라이언트 하사에 대한 관심과 동정은 영국 내 아프간 철군 여론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를 반영하듯 여론조사 기관 BPIX가 영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영국인 3명 가운데 2명꼴로 아프간 전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든 브라운 총리가 아프간 전쟁을 매우 잘 이끌었다고 생각하는 영국인은 고작 1.5%였다. 미국의 가장 큰 동맹국으로 아프간 전쟁에 그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이던 영국조차 전쟁이 길어지자 한계에 이른 것이다.
지난 7월 ‘브라운 총리가 아프간 대선 이후 영국군 1500명을 철수시키기를 원한다’라는 인디펜던트 보도는 영국 내 아프간 논란을 부채질했다. 한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설이 나돌기까지 한 영국 정부는 추가 파병을 놓고 더 큰 재정 출혈을 감수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영국 정부는 미국이 요청한 2000명 규모의 영국군 추가 파병을 군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추가 파병 거절은 아프간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아프간 주둔 미국 사령관 매크리스털 장군은 최근 백악관에 4만여 명 규모의 추가 파병을 요청했다. 그는 “추가 파병을 하지 못하면 이 전쟁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최후통첩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대답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미국의 친구’들, 돈과 병력 내놓지 않아
미국 처지에서 2만명을 파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토로부터 다시 추가로 4만명을 아프간으로 보내기는 쉽지 않다.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동맹국의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가장 믿었던 영국이 추가 파병을 거절하자 아프간 전쟁 자체가 큰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병력과 돈이다. 하지만 이 돈과 병력을 선뜻 내놓는 동맹국이 없다. 현재 아프간에는 23개국 연합군이 주둔하지만 미국의 바람과는 달리 다들 아프간에서 발을 뺄 구실을 찾고 있다.
약 2700명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으로 남부 칸다하르에 파병한 캐나다의 경우 아예 총리가 나서서 “아프간 전쟁은 절대 승리할 수 없다”라고 장담했다. 지난 3월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무장반군이 패배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캐나다는 확실한 출구 전략이 없는 한 추가 병력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지 병력이 주둔하는 것으로 아프간 전쟁을 이기지 못한다. 우리는 절대로 반군을 패퇴시킬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예 오는 2011년에 캐나다군을 모두 철수시킬 것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철군 시기까지 못을 박고 아프간에 더 이상 캐나다군이 주둔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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