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평가하는 일은 그리 인기 있는 작업이 아니다. 아무리 객관적인 이론과 통계를 들고 따져도 엉뚱하게 ‘좌파’라는 공격을 받거나, 실컷 설명을 한다 한들 “그때 이후로 밥술 좀 뜨게 된 건 사실이잖아”라는 반응만 돌아와 기운이 빠져버리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경제학을 전공한 국내 학자 8명이 그 작업을 자청하고 나선 이유는 “지금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재벌 독식·양극화·관치 통제 같은 문제의 원조가 박정희식 성장이기 때문”이다.
이정우·박헌주·김상조·박섭·윤진호·조석곤·신동면 교수와 함께 〈박정희의 맨얼굴〉을 쓰고 대표로 엮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사진)는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박정희 경제 신화를 걷어내야만 올바른 경제 성장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덕에 우리 경제가 이만큼 발전했다’라는 인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유 교수는 “우리 사회가 좋은 성장, 올바른 경제 구조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독일에서 여론조사를 하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히던 아돌프 히틀러가 복지 국가의 기틀을 잡아간 이후부터는 일부 파시즘 추종 세력에게서만 추앙받게 된 예처럼, ‘더 좋은 세상’을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한계라는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이 오면 자연스레 그릇된 신화가 사라지겠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저자들은 땅값과 물가를 폭등시키고(이정우), 재벌 결탁 방식의 통제 체제를 만들고(박헌주), 관치 금융을 구조화했으며(김상조),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 힘든 산업 정책을 고수했고(박섭),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윤진호), 농업을 압축 쇠퇴시키고(조석곤), 복지를 도외시한(신동면) 박정희식 경제 성장을 낱낱이 파헤쳐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당기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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