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활을 하며 두 가지를 결심했다. 첫째, 석사 이상을 넘보지 말 것. 먹물을 더 먹어봐야 좌우고면하기만 할 뿐, 기자는 마음이 건강하고 기자 정신이 투철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다. 둘째, 책은 절대 쓰지 않겠다. 든 게 없는데 감히 무슨 책인가. 안 쓰는 게 도리다.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사진)은 최근, 본인의 다짐 중 두 번째를 깼다. 언론계 이야기를 영화와 함께 풀어낸 〈다시 자유언론의 현장에서〉를 내면서다.
웬 영화인가 싶었다. 2008년 10월, MB 특보 출신이 YTN 사장으로 임명된 것에 반대하다 해고된 지 3년, 해고무효 소송에서 두 차례 승소하고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한국기자협회장이 됐다. 그 자리를 맡고 나서 기자들에 대한 세간의 눈총이 따갑다는 걸 실감했다. 그런데도 기자 지망생은 여전히 많았다. 그들에게 상식이니 논술이니 하는 충고보다 실제 현장의 고민과 저널리즘 정신을 말하고 싶었다. 읽기 편하도록, 이름난 영화에 언론계 현실을 빗댔다.
책은 주말에 썼다. 지난 4월부터 매 주말 한국기자협회 사무실에 나와 8시간이고 10시간이고 썼다. 어떤 날은 한 줄도 안 써졌다. 황석영 선생의 말처럼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걸 알았다. 텅 빈 사무실에서 타자를 치다, 지난 기억에 복받쳐 혼자 운 적도 여러 번이다. 적당한 영화를 찾느라 명작 500편 이상을 뒤졌다. 더러 우리 현실을 억지로 영화에 끼워 맞추기도 했지만 철면피하게 넘어볼 요량이다.
책에는 언론인 우장균의 PD 초년병 시절 촌지를 받았던 고해성사부터, 황우석 사태, 천안함, YTN 사태 등 주요 사건을 둘러싼 언론계 비화가 등장한다. 청와대 출입 기자였던 그는 현 정부 실세들에 대한 분노를 부러 감췄다고 했다. 소송에 걸릴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연민이 느껴져서란다. 그래도, 언론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 현 정부에 대한 고마움은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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