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이 생활경제 멘토 두 분을 모셨다. (사)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생활경제상담센터 박미정 센터장은 돈 문제로 골치를 앓는 독자들을 위해 ‘생활경제 보건소장’으로 나섰다. 저서 〈월급전쟁〉을 통해 재테크 ‘당하는’ 월급쟁이들의 현실을 보여준 이촌 회계법인 원재훈 회계사는 ‘경제 뉴스 뒤집어 보기’로 눈뜨고 코 베이는 경제 정글에서 필요한 생존 지침을 제시해준다. 두 칼럼은 격주로 번갈아 싣는다. 

어떤 사람은 돈 이야기 자체를 꺼린다. 너무 ‘돈돈’ 하는 것이 인간다운 삶에 문제를 일으킨다며 금기시하는 것이다. 돈은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돈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일체의 이윤 창출 활동이나 돈벌이에 급급한 일은 하지 않고 최대한 돈 안 쓰는 삶을 살고자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긴 한데…, 뭔가 석연치 않다.

질문 하나 던져볼까? 나의 돈에 대한 ‘온도’는 몇 도일까? ‘너무 돈돈 하는 것은 좋지 않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라며 돈에 대해 초연한 선비풍의 인간형이라면 1도, ‘세상에서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어디 있어? 나 돈 좋아해, 돈이 최고야’라며 돈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집착을 보이는 인간형이라면 10도. 그 중간 정도라면 5도쯤일 터.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몇 도에 해당할까?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조사 경험을 이야기해보자면, 일단 남녀 할 것 없이 미혼들은 온도가 낮게 나왔다. 그들이 돈에 초연할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절실해서랄까. 결국 자기 한 몸 먹고사는 일은 그나마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고’가 가능해서일 수도 있다.

기혼자 중에서 여성은 주로 6도에서 7도 언저리에 바글바글했다. 왜 결혼하면서 여성들은 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일까? 아무래도 자녀 양육 문제가 재화의 확보 본능을 부추기는 것이 아닐까.

재미있는 것은 기혼 남성들의 통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혼 남성들의 평균 온도는 5도이다. 기혼 여성들의 평균치보다 낮은 온도이다. 그런데 평균치 부근에는 응답자 분포가 거의 없고 양극단에 몰려 있었다. 즉 기혼 남성은 1~2도 아니면 8~9도였다. 기혼 남성은 돈에 초연한 선비 아니면 대박을 꿈꾸는 흥행사였다.

왜 부부 사이에 돈 문제로 다툼이 날까

이제야 왜 부부 사이에 돈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는지 근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기혼 남녀는 분포도상 서로 위치가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선비형 남편은 아내가 너무 ‘돈돈’ 하는 속물 같다고 나무란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생활력 없고 무능하다고 타박한다. 흥행사형 남편은 아내가 너무 경제 개념이 없고 야무지지 못하다고 나무란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매달 꼬박꼬박 몇십만 원이라도 들고 오라고 타박한다.

돈에 대한 가치관을 말하기 전에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나의 성향’에 대해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돈에 초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계 문제에 시달리면 고통은 두 배로 가중된다. 돈을 좋아하고 돈에 집착이 심한 사람일수록 돈이 부족해서 마음고생을 한 경우가 많다.

진화론에 따르면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자기 먹을 것을 챙기고 나서야 비로소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 먼저 남의 것부터 나눠주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 것을 챙기는 사람. 솔직히 생각해보자. 나는 어떤 부류인가? ‘돈은 인생의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다’라는 당위적인 명제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려 들기 전에, 먼저 나의 속성부터 찬찬히 들여다보자. 그 이후에 돈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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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미정 ((사)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생활경제상담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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