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7쪽에 달하는 보도자료(‘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이동통신의 새 역사를 연다’)를 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은 박근혜 정부가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을 위한 핵심 과제였다. 미래부는 기존 음성 무제한 요금이 평균 5만1000원에서 2만9900원으로 인하되기 때문에 데이터 소모량이 적은 300만명이 7000억원을 절감하는 등 총 1조원가량의 가계 통신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만들었지만, 요금제 도입은 미래부가 추진했다. 음성과 문자의 소비량이 감소하는 만큼 이통사는 데이터 서비스에서 수익 모델을 찾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데이터 서비스로 개편하려는 시점과 정부의 통신비 절감 협의 시점이 맞물렸다”라고 말했다.

출시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중심으로 선택하는 요금제’다.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한다. 통신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3만원대(부가가치세 포함)에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 요금제에 따라 유선번호로 전화할 경우에는 비용이 부과되고, 영상통화는 통화량 제한이 있다.

ⓒ연합뉴스5월12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매장 직원들이 KT의 데이터 요금제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문자 메시지가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메신저 앱으로 대체되고, 모바일 동영상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데이터 사용량은 모바일 접속 속도의 향상, 웨어러블 디바이스 증가 등을 이유로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1인의 2015년 3월 데이터 사용량은 평균 3222MB(메가바이트)다. 한 사람이 한 달에 데이터를 3.2GB(기가바이트)가량 소모한다는 뜻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1시간 분량 드라마를 보면 저화질 영상의 경우 400∼450MB, 고화질은 800∼900MB가 소모된다. 길이와 분량에 따라 다르지만 음악 10곡을 듣는 데 50MB(30분), 카카오톡 문자 100개 수·발신하는 데 1MB가 든다.

또한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3.2GB지만, 노령층 등 데이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계층을 고려하면, 평균적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구간은 3GB에서 5GB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이통사들의 요금제도는 이 구간을 교묘하게 활용해서 수익을 높인다. 일반적으로 이통사들은 요금이 5000원 높아질 때마다 1GB를 더 제공하는데, 3~5GB에서는 예외적이다.

예컨대 KT의 39요금제는 3만9000원에 데이터 2GB를 제공하고 49요금제에서는 4만9000원에 6GB를 사용할 수 있다. 1만원 더 내고 4GB를 더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5000원 더 내고 1GB를 더 사용하는 상품(4만4000원으로 3GB)은 아예 출시하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비슷하다. 38요금제(3만8000원)에서는 2GB를 제공하는데, 이보다 1만1000원 더 내는 49요금제에서는 데이터 사용량이 6GB다. 5000원 더 내고(4만3000원 정도의 요금) 3GB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은 없다. 4만원대 중반의 요금으로 3~4GB를 쓸 수 있는 상품은 SK텔레콤의 47요금제(데이터 3.5GB)뿐이다.

이통사가 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올리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2009년 말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국내에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이때부터 3세대(3G) 데이터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요금제가 정착했다. 이통사는 3G 무한요금제를 내세웠다. 국무총리실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낸 보고서 ‘무선 데이터 트래픽 동향(2012년)’에 따르면, ‘무선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는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투자 유인을 제공한다. 통신사는 모바일 브로드밴드에 투자해 무선 데이터 수익을 올리려고 노력한다’라고 적혀 있다.

통신비 1조원 이상 절감? 비현실적 전망

실제로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빠르게 증가했다. 한 해 데이터 소모량은 2010년 1월 430TB(테라바이트)에서 2011년 12월 2만1186TB, 2012년 12월 4만7886TB, 2013년 12월 7만2947TB로 4년 만에 170배 가까이 늘었다(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2014년).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시작된 2012년에는 이통사마다 LTE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당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가 없었던 LTE 서비스 이용자를 늘려 장기적으로 수익을 대폭 높이려는 속셈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LTE 서비스가 3G WCDMA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를 내는 만큼 데이터 소모량도 많았다. 데이터 요금 폭탄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3G를 고수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2년 뒤인 2014년, 이통사는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과징금과 영업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일 대안으로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무제한이었지만 일정 데이터를 초과하면 속도 제한에 걸리는 식이었다. 지난해 10월, 4G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통신사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동영상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당시 4G 통신 기반 스마트폰의 무선 데이터 사용량은 이전에 비해 40% 가까이 많아졌다. 통신 서비스가 데이터 중심으로 대부분 전환된 것이다.

이동통신 3사는 이번에 출시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29요금제를 앞세워 2만원대 요금제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2만원대 요금은 없다. 부가가치세 10%를 더하면 3만2890원이다. 이 요금제는, 음성통화는 많지만 데이터 사용량이 300MB 이하인 이들에게 유리하다. 영업사원이나 대리기사, 택배기사 등에게는 음성 무제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추천한다.

하지만 미래부가 발표한 대로 통신비가 1조원 이상 절감되리라는 전망은 비현실적이다. 음성 위주 이용자라고 하더라도 모두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데이터 위주 이용자의 통신비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통사가 매출 1조원을 손해 보면서까지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리는 만무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가입자별 평균 수익은 감소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또 KT와 LG유플러스의 3G 사용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2G와 3G 가입자가 4G 시장으로 넘어오리라 보인다. 3G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생기면서 장기적으로 수익구조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리라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단통법과 데이터 요금제로 가계 통신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홍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통사는 예전처럼 요금체계와 상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데이터 요금제를 기폭제 삼아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설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통사마다 데이터 서비스를 중심으로 부가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통신비에 대한 관심이 대대적으로 높아진 것을 계기로 이통사마다 이번 기회에 가입자 점유율을 높이려고 분투 중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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