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9일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은 본문과 표지·목차까지 합쳐 모두 91장이다. 공소장에 담긴 이 전 대통령의 범죄 사실은 크게 여섯 가지다. 다스 비자금 조성 등 횡령, 다스 법인세 포탈, 다스 140억원 회수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등 뇌물, 국정원 특수활동비 등 뇌물, 공직 임명 대가 뇌물 수수 등 혐의다.
수사는 살아 움직인다. 검찰 수사 초기만 해도 과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검찰 안에서도 의구심이 컸다. 내부고발자가 등장하면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냈다. 다스 직원이자 18년간 이명박 일가의 운전기사 노릇을 한 김종백씨(42)가 그 주인공이다(〈시사IN〉 제535호 ‘다스는 MB 것 100% 확신한다’ 기사 참조). 김씨는 다스 내부 문건·음성 녹취 등 자신이 모은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가 제출한 증거는 검찰이 다스 실소유주를 입증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상은 회장은 김씨에게 운전뿐 아니라 집안일도 맡겼다. 그런 그가 이명박 일가와 틈이 벌어진 건 2011년이다.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이자 다스 부사장인 이동형씨가 김씨에게 자기 대신 리베이트 혐의를 뒤집어써달라고 했다. 거절하자 그때부터 불이익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2015년 1월 다스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김씨는 2015년 11월 경주 다스 공장 근처에 자동차 정비공업사를 차렸다. 자동차 경정비와 손세차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다 자신이 모은 자료를 세상에 내놓았고 여느 내부고발자가 그렇듯 김씨의 일상도 어그러졌다. 현재 자동차 정비공업사는 폐업에 가까운 상태다. 지난 4월6일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호루라기재단은 김씨를 물푸레기금 지원자로 선정했다. 물푸레기금은 공익제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지원하는 생계비다.
공익제보자로 살기 녹록지 않다고 여기게 만드는 일은 또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먼저 연락을 해와서는, 현행법상으로 시민단체나 언론 제보는 공익제보자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했다. 무성의한 태도와 답변이 상처가 됐다. 이런 식이면 누가 공익제보를 하려 할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가 가장 위로받는 순간은 말없이 응원해주는 시민을 만날 때다. 10여 차례 밤새도록 참고인 조사를 받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얼굴을 알아본 시민들이 음료수를 건네준 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연대의 따뜻함을 느끼며 마음을 다진다. 거짓말하는 이들이 승승장구하지 않고, 그 대가를 치르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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