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또는 그 스스로가 자주 과장되게 늘여 말하듯 “지아코”. 그의 랩은 그 발음만큼이나 연극적인 과장으로 넘실댄다. 맛깔스러운 언어의 리듬 속에서 억양은 매번 큰 진폭으로 오르내린다. 칼칼한 목소리로 꽂아 넣는 듯한 발음은 중간중간 대충 펴 바르듯 얼버무리고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다가는 대뜸 “왁” 하고 소리 지르기도 한다. 마치 잔뜩 흥분한 떠버리 같다. 때론 허풍 섞인 많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만 같다. 그의 히트곡들이 한껏 트렌디한 사운드로 느긋하게 들썩일 때, 이 떠버리는 미워할 수 없는 파티의 주인공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과하지만 어떤 표현들은 차라리 담백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이를테면 욕설이 그렇다. 그는 다른 래퍼들처럼 참신하게 꾸며낸 욕설을 하지 않는다. 욕처럼 들리지만 욕이 아닌 단어로 심의를 우회하려 하지도 않는다. 욕을 해야겠다면 그저 내뱉는다. 다만 음악적·극적인 효과가 분명한 욕일 뿐이다.
대신 그는 비속어를 생생하게 사용한다. “눈치 까다” “개털 되다” “진지 빨다” “가오 잡다” “한 곡 땡기러 흔쾌히 따러” 같은 말들이다.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별로 티 나지 않을 때도 많다. 곡의 분위기는 확실하게 ‘더럽혀준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이돌 음악과 확연한 차이가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낡았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감각을 과시하려는 노력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40~50대 기획자가 자신의 젊은 시절과 지금의 유행어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길어 올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늘 사용하는 ‘진짜 껄렁함’, 그것은 어느 아이돌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지코의 언어다.
지코와 그의 그룹 블락비는 흔히 ‘아이돌 힙합’의 본격적인 개막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이는 힙합과 아이돌의 단순한 절충이 아니다. 그의 실력이나 태도는 웬만한 힙합 아티스트들보다 더 힙합스럽다. 동시에 ‘아이돌 래퍼’는 그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아이돌로 데뷔해 큰 인기를 누리면서, 힙합 프로듀서이자 래퍼로서도 온전히 인정받았다. 그것이 그의 자부심이자 스왜그가 된다. 그러니 그의 가장 공격적인 곡들이 힙합 신을 조준할 때, 그 근거에는 역설적으로 아이돌이란 정체성이 전제로 자리한다.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을 지녔지만, 올라붙은 광대뼈 때문인지 꽤 귀염성 있어 보이는 얼굴. 상반된 매력이되 모순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는 아이돌과 힙합 중 어느 쪽도 덜어내지 않는다. 그래서 그에게는 ‘힙합을 차용한 아이돌’이나, ‘아이돌이지만 힙합도 잘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에게 아이돌과 힙합은 서로를 완성하는 짝이다. 그것이 그가 ‘아이돌 힙합’의 중요한 이정표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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