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페이스북을 끊었다. 계정을 삭제한 건 아니다. 그럼 취재를 못하니까. “나 앞으로 방치할 거임.” 오글거리는 선언을 남기고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았다. 헛헛할 때 글 쓰고, 행복할 때 사진 올리고, 재밌는 링크를 공유하던 인생의 가장 큰 놀이터랑 작별했다. 가입한 지 9년 만이다.
처음에는 정말 이 거대한 소셜 미디어를 떠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막상 앱을 켤 일도, 주소창에 ‘f’자를 적을 일도 많지 않았다. 재미가 없어서였다. 떠난 이유도, 딱히 다시 떠올리지 않는 이유도.
2년 전만 해도 페이스북은 웹(Web)을 집어삼킨 거대한 단일 인터넷이었다. 여기에 기사 쓰고, 여기서 소식 듣고, 여기서 검색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원하는 정보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허들을 뛰어넘어야 했다. 광고를 스크롤하고, 유명 인사의 인기 게시물을 타임라인에서 지나치고 나서야 평범한 주변 사람들의 흔적에 겨우 다다랐다. 기업 광고와 바이럴 페이지의 능수능란한 ‘어그로’와 경쟁해야 했다. 피곤했다. 걔넬 우리가 어떻게 이겨.
상대적으로 젊은 기자인 나는 ‘소셜 미디어 예찬론자’에 가까웠다. 뉴스는 어떻게 독자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가치 있는 글은 어떻게 홍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막연하게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끊어보니, 일상이 윤택해졌다. 잠을 조금 더 자고, 책을 조금 더 읽게 됐다(그만큼 유튜브도 조금 더 보긴 했다). 놀이터 하나 잃었다고 세상이 무너지진 않았다. 다른 기자들에 비해 소식을 몇 시간 늦게 알게 되지만, 어차피 내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는 어떤 식으로든 나한테 오게 되어 있었다.
‘소셜 미디어 다이어트’를 예찬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세상과 미디어가 바뀌고 있다는 걸, 지난 몇 달간 소셜 미디어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직감했을 뿐이다. 여전히 ‘발언력’을 가진 분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은 최근 ‘공지’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유튜브 타임라인에 글을 올릴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 것이다. 평범한 우리는 ‘좋아요’라는 감정을 표현하던 개인에서 ‘구독 버튼을 누르는’ 독자에 가까워졌다. 평등해 보이던 소셜 미디어는 발언이 허락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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