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학보가 읽히지 않는 시대다. 활자보다 영상이 더 편한 세대에게 ‘대학언론의 위기’는 더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해답을 찾으려는 대학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3월18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제3회 〈시사IN〉 대학언론인 포럼’이 열렸다. 대학언론인을 응원하기 위해 제정된 ‘〈시사IN〉 대학기자상’ 수상자와 전국의 대학언론인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었다. 포럼은 1부 제10회 〈시사IN〉 대학기자상 시상식, 2부 대학언론인 콘서트와 3부 선배 언론인과의 토크 콘서트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 심사위원들이 참석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2부에서는 대학언론인 콘서트가 진행됐다. 대상, 취재보도 부문, 사진·그래픽 부문, 방송·영상 부문, 뉴커런츠상 수상자들이 ‘대학기자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발표했다.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취재 과정의 어려움, 기사에 담지 못한 후일담을 전했다.
취재보도 부문을 수상한 박기현 〈중앙문화〉 기자(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5학번)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한 취재에 난항이 많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이 5%씩 인상됐는데 왜 대자보 한 장 붙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해주지 않았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한 축인 총학생회는 ‘모른다’로 일관했고, 교무처 역시 등록금 인상 근거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다면 등록금 인상 기준의 타당성을 직접 밝혀보자고 생각했다. 취재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보며 일일이 ‘팩트 체크’를 해가며 기사를 작성했다. 박 기자는 “무관심 속에서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 관심을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우아현 〈이대학보〉 사진기자(조소과 17학번)는 교수 성폭력 문제가 불거진 후 개최된 학생총회에서 2034명이 안건 찬성 비표를 든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해 사진·그래픽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2016년 ‘이대 사태’ 이후 학생들이 매체에 얼굴이 나오는 것을 꺼려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학생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강단 뒤편에서 셔터를 누르면서도 답답했다. 한 걸음씩 움직여 무대 위까지 올라갔다. 간신히 터져 나온 2000여 명의 목소리가 묻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상한 사진은 그 고민의 결과다. 우 기자는 “현장에 있었다면 누구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본질을 꿰뚫어보는 사진을 찍고 싶다”라고 말했다.
성신여대 교육방송국 SEBS는 성신여대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총장직선제의 의미를 조명한 작품으로 방송·영상 부문을 수상했다. 발표자로 나선 조수연씨(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학번)는 “학교 구성원의 삶에 꼭 필요한 보도가 무엇인지 생각했다”라며 총장직선제의 역사를 되짚어본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사실에 대한 명시적인 자료가 없어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 20년 전 관련 기사를 샅샅이 살피고, 관련 인물에게 보도 내용이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뉴커런츠상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매체에 주는 상이다. ‘여성 홈리스와 마주하기’ 기사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교지 〈연희관 015B〉 이은기 기자(사회학과 15학번)는 홈리스 야학 교사와 용산역 인권지킴이로 활동하며 여성 홈리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그는 처음 여성 홈리스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대개 남성으로 상상되는 홈리스 문제에서 여성 홈리스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최대한 당사자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사 작성 과정에서 홈리스라는 취재 대상을 전형적으로 그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자칫 하나의 가십거리로 소비하게 될까 봐 경계했다. 기사가 발행된 후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식의 ‘악플’도 많았다. 이은기 기자는 “가려졌던 삶을 드러내면서 의제를 제시하는 일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3부 ‘선배 언론인과의 토크 콘서트’에서는 김은지 〈시사IN〉 기자와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가 참석해 ‘탐사기자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재심 시리즈, 양진호 회장 보도 등 굵직한 사건을 발굴해낸 박상규 대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재심 시리즈 당시 살인 누명을 쓴 이들을 만났던 경험을 들려줬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본인 또는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거나,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거나, 가난했다. 기성 언론에서는 잘 포착되지 않는 삶이다. “사회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만 살고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존중할 수 있는 자세가 탐사보도에서 가장 중요하다.”
대학언론인 포럼 참가자들은 기자가 출입처 없이 기사 아이템을 찾는 방법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김은지 기자는 모텔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며 취재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보통 현장이라고 하면 발생 사건만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다가 아니다. 기자의 눈으로 새롭게 발굴하는 이슈도 현장이 될 수 있다.” 탐사기자로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디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박상규 대표는 “내 기사로 세상이 들썩들썩 움직이는 걸 보는 게 큰 동력이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끝까지 버틴다’는 자세가 있어야 이슈를 선점하고 세상을 흔들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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