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드라마이지만 법정 풍경보다 더 재밌는 건 캐릭터다. 사실 내가 두 주인공보다 더 아끼는 조연이 있다. 독특한 외모와 취향이 콤플렉스인 ‘루이스 리트’는 항상 실수하고 뒤늦게 깨닫는다. 잘생기고 능력 좋은 주인공들에게 열등감을 느낄 때마다 그가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심리상담가다. 그는 전화기를 붙잡고 ‘세상에서 나만 이렇게 괴로울 거다’라며 신세 한탄을 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질투하던 잘난 주인공도 힘들 때마다 자신의 심리상담가를 찾아가고 있었다. 상담 신은 보다가 졸면 안 되는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데, 달라진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드라마를 끌고 가는 중요한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심리상담소에 간 적이 있다. 자신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주위 몇몇에게만 털어놓은 친구가 함께 상담소에 가달라고 부탁했다. 혼자 가기는 겁나고 무섭다고 했다. 상담소는 붐볐다. 진료를 잘 본다고 소문난 치과만큼이나 대기 줄이 길었다. 우리 옆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응, 나 안과야.” 아주머니는 익숙하게 말했다. 전화가 울릴 때마다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은행’ ‘외근’ 등의 얼버무린 단어를 속삭였다. 회사 업무 시간에 자신의 심리상담가와 통화하는 내 ‘최애’ 캐릭터 루이스 리트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미국이라서, 혹은 드라마라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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