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한류’의 기준은 지금까지 관련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7337만명의 조회를 기록한 소녀시대로 삼았다. 소녀시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걸그룹 인기를 이끌었다. 1000만명 이상 조회한 유튜브 동영상이 세 편(〈지(Gee)〉 2255만명, 〈오(Oh)!〉 1950만명, 〈런데빌런(Run Devil Run)〉 1029만명)이나 되었다(9월12일 기준. SM엔터테인먼트 전체로는 1억9000만명).
비교 대상으로는 빅뱅과 함께 찍은 〈롤리팝(Lollipop)〉이 1856만명을 기록한 2NE1과 비공식 동영상이 38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원더걸스를 선정했다(공식 동영상 〈노바디(Nobody)〉의 경우 1564만명). 2NE1은 〈아이돈케어(I don’t care·1277만명)〉 〈파이어(Fire·1242만명)〉의 조회 수도 1000만을 넘었다(9월23일 기준. YG엔터테인먼트 전체로는 1억7000만명).
소녀시대 데이터에서 흥미로운 양상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동영상을 가장 많이 보는 나라는 놀랍게도 한국이 아니다. 그럼 어디? 바로 타이이다. 9월12일 기준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이 소녀시대 동영상을 441만 번 플레이할 때, 타이는 무려 그 3배에 육박하는 1237만 번이나 플레이했다.
타이 다음으로 조회 수가 많은 나라는 930만 번 조회한 미국이었다. 이후 조회 순서는 타이완(660만명), 필리핀(612만명), 베트남(564만명), 일본(526만명), 한국(441만명), 싱가포르(380만명), 말레이시아(367만명), 홍콩(329만명)으로 이어진다. 10위권 밖으로는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 등이 뒤를 이었다. 동남아를 넘어 영어권에 ‘걸그룹 한류’가 전파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녀시대 동영상 조회 수가 한국보다 많은 나라가 여러 곳인 대목을 한국보다 유튜브 사용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유튜브가 ‘다음 TV팟’ 등 여타의 국내 동영상 서비스를 앞선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을 능가하는 수치가 여러 국가에서 나온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중국은 구글이 공식 서비스를 하지 않아서 유튜브 수치가 파악되지 않는다).
이런 국가별 수치를 단순히 양적 비교에 그치지 않고 국가별 인구 규모를 감안해 질적 비교를 시도했다. 인구 대비 소녀시대 동영상 조회 비율을 환산해본 것인데, 맥도널드 ‘빅맥지수’처럼 일종의 ‘소녀시대 지수’를 산정한 셈이다. 이 수치를 산정해 소녀시대에 대한 각국의 팬덤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소녀시대지수’로 보았을 때 ‘걸그룹 2차 한류’는 벌써 전 세계적 현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는 이렇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인구 100명당 9명이 유튜브에서 소녀시대 동영상을 조회했는데, 싱가포르는 무려 100명당 83명이 조회했다. 홍콩은 47명, 타이완은 29명, 타이는 19명, 말레이시아는 15명이었다. 우리보다 적지만 캐나다(7명)·필리핀(7명)·베트남(7명)도 충성도가 높았다. 소녀시대가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일본은 100명당 4명(오스트레일리아 역시 4명), 아직 제대로 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은 미국에서도 3명이나 되었다.
이런 수치로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에 대한 반향과 소녀시대가 원더걸스처럼 미국에 진출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안수욱 이사는 “유럽에서도 소녀시대 유튜브 조회 수치가 낮지 않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 있는 지역이 더 넓게 퍼져 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짠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팬이 다르다
이를 거칠게 해석해보면 소녀시대는 ‘세계 아이들의 우상’이고 원더걸스는 ‘세계 어른들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소녀시대 ‘삼촌 팬’이 많은데 해외에는 왜 ‘아이들 팬’이 많은지, 외국의 중년 남성에게 원더걸스가 왜 더 인기가 좋은지를 데이터로 해석하면 여성성이 강조된 정장 치마를 입고 나와 복고풍 노래를 부르는 원더걸스에게는 남성들이 매력을 느끼고, 역시 여성적 매력을 강조하지만 자연스러운 소녀시대에 대해서는 어린 소녀들이 닮고 싶은 롤모델로 삼는다고 볼 수 있다.
2NE1은 소녀시대·원더걸스와 함께 ‘유튜브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는 그룹이다. 그동안 빅뱅과 함께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2NE1은 9월에 신곡 〈박수 쳐〉와 〈고 어웨이(Go Away)〉를 유튜브를 통해 발표하면서 글로벌 스타로 거듭났다. 〈박수 쳐〉가 당일 전 세계 최다 조회 수를 비롯해 최다 댓글, 최고 평점 등 주요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2NE1의 유튜브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소녀시대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국내에서는 ‘어른들의 우상’이었지만 해외에서는 ‘아이들의 우상’이었고 국내에서는 ‘남자들의 우상’이었는 데 반해 해외에서는 ‘여자들의 우상’이었다. 국내에서는 35~54세 중년 아저씨들에게가 인기가 제일 좋았지만, 해외에서는 13~17세 소녀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한국 아저씨들로부터 얻은 인기를 발판으로 해외에 진출해 다른 나라 소녀들의 인기를 얻어 금의환향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2주 만에 323만명이 조회한 〈박수 쳐〉 뮤직비디오의 경우 세계 전체로는 ‘남자 26% 대 여자 74%(미국 남자 28% 대 여자 72%)’였지만, 국내는 남자 ‘61% 대 여자 39%’였다. 비슷한 시기에 올려진 〈고 어웨이〉의 경우도 339만명이 보았는데, 세계 전체 수치 ‘남자 32% 대 여자 68%(미국 남자 28% 대 여자 72%)’와 국내 수치(남자 63% 대 여자 37%)가 달랐다.
한국 아이돌 가수, 영미권에서도 각광
걸그룹 현지화 전략과 관련해서는 YG엔터테인먼트의 일본 계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영어로 설명되어 있는 뮤직비디오보다 일본어 설명이 붙은 뮤직비디오 클릭률이 훨씬 높다. 2NE1의 뮤직비디오도 일본어 설명이 되어 있는 동영상 조회 수가 1000만명을 넘었다. 일본에 진출한 카라의 경우 일본어로 부른 〈미스터〉의 조회 수가 100만명이 넘었다.
남성 아이돌 그룹 중에서는 슈퍼주니어와 빅뱅의 유튜브 조회 수가 많은 편이다. 슈퍼주니어는 1632만명이 조회한 〈소리소리(Sorry Sorry)〉를 비롯해 5곡이 500만명 이상 조회를 기록했다. 2NE1과 함께 부른 〈롤리팝〉이 1856만명 조회 수를 기록한 빅뱅은 10여 곡이 500만명 이상 조회를 기록했다. 2PM의 경우 박재범이 솔로로 독립한 이후 팬덤이 분산되어 슈퍼주니어나 빅뱅에 미치지 못한다.
샤이니의 〈링딩동〉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올라온 날은 지난해 10월15일이었다. 그리고 〈루시퍼〉의 뮤직비디오가 올라온 날은 올해 7월18일이었다. 대략 9개월 차이가 나는데, 〈링딩동〉의 조회 수는 1200만 번 정도였고 〈루시퍼〉는 460만 번 정도였다. 양적으로는 〈링딩동〉이 〈루시퍼〉를 앞서지만 인기 양상은 다르다. 〈링딩동〉 때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었지만 〈루시퍼〉로 가면서 북미·오스트레일리아·유럽 등 영미권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하는 것이 그래프에 나타났다.
샤이니처럼 아이돌 그룹의 유튜브 동영상 통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이처럼 영미권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가 각광받는다는 사실이다. 이 지역은 교포나 유학생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지만 수치가 이미 그 규모를 뛰어넘는다. 드렁큰타이거·타블로·박재범 등 한국 힙합가수 팬덤 활동이 활발해지는 브라질 등 비영어권에서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한류’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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