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침묵의 카르텔’은 적폐다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필자가 ‘스포츠 인권’ 문제에 관여하게 된 것은 10년 전쯤부터다. 2008년 2월 초,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일을 막 시작하려는 참에 방영된 한 방송사의 스포츠 성폭력 관련 탐사보도가 계기가 되었다. “선수는 자기가 부리는 종이야. 육체적인 종이 될 수도 있고…. 선수 장악을 위해 여자니까 (성관계를) 가져야 날 따라오고….”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 그런데 나에게 더 놀랍게 다가온 사실은 또 있었다. 국민에게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하는 스포츠계가 인권 사각지대였다는 점이다.인권위는 당장 체육계를 비롯해 폭력·성폭력 문 보라, 이 통렬하고 피 끓는 밴드를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음악적인 당당함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밴드가 여기에 있다. 피 끓는 사람들이 만든 통렬하고도 가식 없는 음악. 그들의 이름은 빌리카터다. 빌리카터는 베이스 없이 드럼과 기타 그리고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원초적이고 단순한 밴드다.여성 두 명이 이끄는 그들의 라이브는 특유의 폭발력으로 데뷔 후 단숨에 록 음악 신을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유럽 각국의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다. 특히 2016년에 발표한 정규 앨범 〈Here I Am〉은 우리 시대에 들을 수 있는 가장 거침없는 록 앨범 중 하나이다. 2 날개가 있든 없든 나는 그대로 나야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나다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등에 날개 한 쌍이 돋아났기 때문입니다. 나다 씨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날개라니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나다 씨는 곧장 병원으로 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날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나다 씨가 병에 걸린 것도 아니어서 의사 선생님은 아무런 약도 처방해주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다 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등에 날개가 생겼고 병원에 갔지만 의사 선생님도 어찌 된 일인지 모르...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바다에서 본 역사 하나다 마사시 외 지음조용헌·정순일 옮김 민음사 펴냄 “오늘날의 동아시아 세계는 바다에서 만들어졌다.”획기적이다. 그리고 충격적이다. 그런데 설득력이 있다. 바다를 중심에 놓고 동아시아 역사를 다시 검토하자는 주장이다. 국적이라는 꼬리표는 무시하고 바다의 논리로 동아시아를 보자고 한다. 접근 방법이 신선하다. 바다를 모르는 당시의 육지 위정자들이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한·중·일의 기록을 대조하며 잡아낸다.바다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총 28명의 일본 학자가 동원되었다. 지중해 문명처럼 동아시아 해역을 하나의 ... ‘마음의 독감’은 왜 치료하지 않나요 이준수 (삼척시 도계초등학교 교사) 독감 철에 22명이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교실은 기침 소리로 가득하다. 감기에 걸린 아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는다. 아침에 병원 들르느라 조금 늦을 수 있다는 문자와 전화를 받는 일도 잦아진다. 만일 몸 상태가 평소보다 유난히 나빠 보이는 학생이 있으면 보건 교사에게 체온 측정을 부탁하고, 필요하면 부모에게 연락해서 전문의 진찰을 권한다. 몸이 아픈 문제는 학부모와 이야기하기가 쉽다. 초등 교사가 의사는 아니지만 등교부터 하교할 때까지 한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며 수시로 관찰하기에 아이 몸의 이상을... 이 주의 그래픽 뉴스 - 반려동물 최예린 기자 Queen망진창? 그래서 어쩌라고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지난한 1개월 반이었다. 이유는 별것 없다. 수많은 사람의 ‘퀸(Queen) 망진창’이 나에겐 조금 지겨웠을 뿐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관련해 수많은 사후 분석이 등장했다. 하지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야 발휘되는 통찰력이라는 것은 대체로 무용할 뿐이다. 나는 ‘청춘 어쩌고’ 하며 퉁치는 식의 분석을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퀸의 명곡이 청춘의 어떤 지점을 건드렸다’는 유의 언어가 창궐했는데 읽다가 민망해서 스크롤을 내려버렸다. 우리 그냥, ‘광고를 통해 친숙해진 퀸 음악의 파괴력이 완벽히 증명된 현상... 산천어 축제에 가려는 당신에게 이상엽 (사진가) 매년 이맘때면 돌아오는 최대 축제가 있다.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 축제’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하니 국내 축제로서는 꽤 역사도 있고, 연간 동원 인원이 170만명에 달하니 가히 세계적인 축제라 할 만하다. 그런데 올해는 소설가 김탁환씨를 비롯해 국내 동물권 단체들의 반대 움직임이 만만찮다. 물 맑은 화천에서 산천어라는 민물고기를 체험한다는 애초 취지와 완전히 달라진 ‘동물 학대 축제’라는 것이다.산천어는 바다를 오가던 송어가 그냥 한자리에 머물면서 진화해 아종으로 분류된 물고기다. 물이 맑고 차가워야 살 수 있으니 그만큼 화천군 성 판매 여성 위한 의료 서비스 확대해야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적발된 성 판매자가 위계·위력에 의해 착취를 당했거나 청소년인 경우는 ‘피해자’로서 보호처분을 받는다. ‘자발적’ 성 판매자와 성 구매자는 처벌을 받는데, 이 중에서 초범에게는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성 구매자에게는 계도를, 성 판매자에게는 자립과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여기에는 사회봉사와 수강명령이 뒤따른다. 2018년 마지막 진료실 밖 강의는, 성 판매 여성들이 수강명령을 받고 들어야 하는 40시간짜리 보호관찰소 교육 중 3시간이었다. 교육은 직업관·자존감 회복·인권·재무관리... 사진을, 지면을 더 더 더 많이 쓸걸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글 쓰는 사진가. 중국에 꽂혔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개혁개방 현장 기록. 〈중국 1997-2006〉 〈파미르에서 윈난까지〉 저자 이상엽. “함께하시죠.” “그럽시다.” 단 두 마디로 통했습니다. 제591호 커버스토리 ‘중국의 오늘’을 현장 취재한 이상엽 사진가입니다. 중국을 왜 기록하기 시작했나? 한국 언론에서 중국 하면 차마고도, 실크로드만 조명. 다른 걸 해보자. 뭐가 있을까 궁리하다, 개혁개방 현장 기록이었죠. 2003년부터 중국의 동부 연안도시, 그러니까 톈진으로 들어가 마카오까지 갔죠. 그때가 필름 시대 끝물이었는... 법률보다 운영이 중요한 ‘규제 샌드박스’ 이나래 (변호사) 지난 12월24일 기획재정부는 외국환거래 규정을 개정한다는 고시를 발표했다. ‘소액 해외송금업자’를 통한 송금액 연간 한도를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소액 해외송금업자’란 금융기관이 아닌 회사가 요건을 갖추어 기획재정부에 등록하고 소액으로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는 업체다. 개정된 외국환거래 규정의 시행 일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예기간 없이 1월1일부터 곧바로 시행되었다.이처럼 새해부터 각종 규제 완화책이 시행되고 있다. 핵심은 올해 상반기에 시행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다. 아이들이 모래밭... 기록은 예술이 되고, 예술은 기록이 된다 강홍구 (사진가·고은사진미술관장) 사진은 예술과 기록 사이를 오간다. 존 택이라는 작가이자 이론가의 말처럼, 사진은 정체성이 없어서 한때의 기록은 예술이 되고 예술 작품이라고 찍었던 사진은 기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진 초창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잘 알려진 프랑스의 사진가 외젠 아제(1857~1927)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연극배우를 꿈꾸다 선원을 하고 우여곡절을 거쳐 직업 사진가가 된 아제의 사업소 간판은 예술가를 위한 기록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 한 번도 예술가라고 여긴 적이 없었고 그럴 가능성을 꿈꾼 적도 없었을 것이다.발터 베냐민이 주목한 외젠 직업병은 가족의 삶까지 파괴한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17년 11월, 우리 병원 산재업무 담당자가 신체감정 의뢰가 있다고 내게 연락을 했다. 신체감정이란 법원의 요청으로 사건 당사자의 건강 문제와 원인 등을 확인·규명하기 위해 촉탁기관이 환자를 직접 살펴보는 절차이다. 2015년, 한 전구공장 철거 작업 이후 발생한 수은중독으로 건설노동자 스무 명이 산재 신청을 했고, 그중 여섯 명이 사업주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수은중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모자 장수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미친 모자장수(Mad hatter)’라는 말이 ‘한국형 고깃집’의 미래는 무엇인가 고영 (음식문헌 연구자) 40년째 고기를 구워온 집이다. 1979년 태능정이란 이름으로 창업해 지금은 ‘배갈비’라는 상호로 문을 열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 있다. 서울 교외에 갈빗집이 들어서면서 외식 문화가 꽃피던 시대의 산증인 같은 곳이다.“한국 사람은 굽는 재미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웃음).” 이 집 김태형 사장은 돼지갈비 하면 한국인의 ‘구이 사랑’부터 떠오른다고 한다. 불에 굽고, 김치류·쌈거리·샐러드와 각종 반찬까지 너끈히 한상차림을 내는 고깃집은, 어쩌면 한국 요식업만이 가진 문화적 자산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돼지갈비는 아버 인도의 착한 기업 ‘타타’를 아십니까?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대략 1000년 전 페르시아, 그러니까 지금의 이란에서 엄청난 난민이 인도로 몰려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수의 난민이 유입되는 걸 반길 나라는 없다. 1000년 전에도 인도는 인구 대국. 인도의 왕은 대놓고 거절하진 못하고 찰랑찰랑 넘치는 우유 한 통을 보내서 자기 뜻을 알렸다. 너희까지 받아들이면 우유 통이 넘친다는 의미였다. 난민 지도자는 이 우유에 설탕을 가득 부어 돌려보냈다. 설탕은 녹았지만, 우유는 넘치지 않았다. “우리를 받아만 준다면 설탕처럼 우유에 스며들어 조용히 살 것이고, 설탕처럼 인도를 달콤하게(부유하게... 국일고시원 화재 사건, 그후 피해자들의 삶 김영화 기자 지난 12월31일 다시 찾은 국일고시원은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2.64㎡(약 0.8평)짜리 방들로 쪼갰던 내벽이 철거되자 꽤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고시원 2층과 3층의 면적은 140.93㎡(약 42.6평)였다. 그곳에 공용 화장실과 보일러실을 빼고 방이 29개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2층에 24명, 3층에 26명, 4층 옥탑방에 1명이 살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 생활용품뿐이에요.” 철거 작업을 하던 인부 한 명이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잿더미 사이로 빈 소주병, 뜯지 않은 라면 봉지... Amazing Race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예측불허의 전개 상상초월의 형식 임지영 기자 정세랑 작가와는 짧게 두 번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둘 다 원고 청탁 때문이었는데 한 번은 수락했고 한 번은 거절했다. 두 번 다 인상적이었다. 수락했을 때는 흔쾌히 “와, 재밌겠네요”라고 말했다. 숱한 청탁의 경험이 있지만 그렇게 반응하는 경우가 잘 없어서 기억에 남았다. 거절을 할 때는 하고 싶지만 바빠서 그럴 형편이 아니라고 고사하는데, 괜히 하는 말 같지 않았다고 할까. 그가 거절한 이유는 이 책 때문이었다. 단편집의 표제작이 제목인 경우, 그것부터 읽은 뒤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이 책에선 차례로 그 두... [카드뉴스] 그가 가짜 독립유공자를 파헤치는 까닭 시사IN 편집국 #1. 그가 가짜 독립유공자를 파헤치는 까닭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제590호 '가짜 독립유공자 국립현충원에 누워 있다' 기사를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2. 진짜 독립운동가의 아들 김세걸씨 국립현충원에 묻힌 가짜 독립유공자를 찾아내는 데 20여 년을 바쳤다. 그의 아버지 김진성은 임시정부 계열인 국민부 제2중대에서 참사로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3. 1992년 어느 날 노래방 배경화면의 국립현충원 묘역에서 ‘김진성’이라는 묘비가 클로즈업되었다. ‘어, 아버지 유해는 중국에 있는데 어떻게 서울 현충원에 묘지가 있지?’ #4... 칩을 만드는 자, 천하를 가지리라 문정우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자동차와 철강과 같은 오래된 전장에서 관세라는 구식 무기가 날아다녀 얼핏 식상해 보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정면으로 거론된 적은 없지만 양대 진영이 서로 절대로 양보하고 싶어 하지 않는 분야는 따로 있다. 바로 반도체다. 이 싸움은 지난 세기 핵 경쟁만큼이나 절박하다. 21세기의 주도권은 오로지 이 깃발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왜 아니겠는가. 미래의 통신, 교통, 상거래, 금융, 전력망, 군대까지 현대의 모든 핵심 분야를 움직이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