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죽음, 그 후 58일 나경희 기자 태안버스터미널에서 태안군 보건의료원까지 택시 요금은 4100원이다. 택시 기사 말처럼 도로가 막힐 일 없는 ‘시골잉께’ 새벽에 타든, 한낮에 타든 꼭 4100원이다. 가는 길 왼편에는 한국서부발전 본사가 있다.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지난해 12월11일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빈소가 태안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 203호에 있었다.유가족은 곧바로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태안 빈소와 서울 국회를 오가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음산하고 괴이한 마성의 블랙 판타지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젊은 날엔 젊음을 모릅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젊음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를 먹은 뒤에 젊은 시절을 기억한다면 세대 간 갈등이 이렇게 심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그냥 망각의, 축복을 받은 동물입니다. 〈몬스터 콜스〉가 잊은 줄 알았던 유년의 상처를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청소년기의 상처도 건드려주었습니다. 다 아문 줄 알았던 상처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현재의 상처도 돌아보게 했습니다. 괴물이 입을 열었습니다. “코너 오말리. 널 데리러 왔다.” 괴물이 벽을 밀며 말했습니다. 벽에 걸린 사진이 흔들립니다. 책과 낡은 ... ‘독점규제법’ 살려야 경제 산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시장경제를 하자고 하면서 시장경제의 기본 룰인 독점규제법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술 아이디어와 인력을 착취하고 경쟁에서 도태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전문직·공무원 외에는 품위 있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힘든 경제구조가 만들어졌다. 결국 수많은 사람이 자영업자가 되었다. 어차피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니 시작하기 쉽고 착취를 덜 받는다고 여긴다. 한국에서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 대비 2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9% 외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는 속마음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우리 학교도 제법 글로벌 캠퍼스 느낌이 나는걸!’ 한국 학생들과 어울려 캠퍼스를 거닐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을 볼 때면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 학생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외국인 친구들과 막힘없이 대화하는 모습도 이젠 낯설지 않다.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져 학내 다양성이 커진다면 부작용도 일부 있겠지만 장점이 더 많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다.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 친구를 만들기 위해 캠퍼스 밖에서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외국 문화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지 싶었다.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학생들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청소년을 위한 민주주의 여행 유영근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아직도 부숴야 할 장벽은 많다.” 네루가 딸에게 쓴 옥중 편지 형식의 〈세계사 편력〉을 읽은 청소년이 자라 판사 아빠가 되었다. 두 딸과 함께 프랑스·영국·독일로 여행을 떠났다.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 외관에 가려진 권력투쟁과 혁명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에서 전쟁범죄를 설명했다.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유럽의 역사를 부녀간의 대화로 풀어냈다. 특히 단두대나 뉘른베르크 재판(제2차 세계대전 후 전범 재판)을 설명할 때 판사인 저자의 해설이 빛을 발한다... 연애할 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것 김민아 (페미당당 활동가) 연애할 때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뭘까? 때에 따라 내가 더 돈을 많이 낼 수도 있고, 자주 만날 수 없는 애인을 오래 기다릴 수도 있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며 생기는 기나긴 싸움을 견딜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을 다 포기한다 하더라도, 내가 나 자신이기를 포기하며 살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타인을 포함해 나에게 고통을 준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진실하지 않은 삶은 아무리 잘 살아도 가짜일 테니까. 언제나 예의 바르고 정중한 태도로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받던 A 선배를 기억한다. 사람들은 그가 선비 같다고 했다... 심각함을 놀이로 바꾼 스티커 사진의 운명 강홍구 (사진가·고은사진미술관장) 사진 기술에도 유행과 운명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제 길거리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 스티커 사진기이다. 일본에서 발명되었다는 이 즉석 사진기는 20여 년 전에 등장했다. 스티커 사진기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마다 있었고 모임 도중 이동할 때 심심풀이로 사진을 찍어 나눠 가지며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스티커 사진은 사진이 완전한 놀이, 이미지 게임이 되었다는 증거였다. 유행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었고,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의 득세로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럼에도 스티커 사진은 사진 찍기의 태도를 바꿨고 의미와 소통 방식도 한순간도 흔하지 않고 한 장면도 뻔하지 않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49년이었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서 집을 나온 열일곱 살 여성이 자신보다 열 살 많은 의대생과 사랑에 빠졌다. 남자가 곧 군에 입대하면서 둘은 멀어졌다. 몇 해 뒤 재회했고 다시 사랑에 빠졌다. 결혼했다. 아들을 낳았다. 싸웠다. 이혼했다. 남자는 폴란드를 탈출한 뒤 독일에서 재혼했고, 여자도 영국 남자와 재혼해 런던에 정착했다. 열네 살짜리 아들과 함께. 몇 해가 흘러 또 마주치게 되었다. 독일과 영국에 떨어져 살던 두 사람이 어떻게 다시 만났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만나자마자 곧 다시 ... [SKY 캐슬]의 최종 승자는? 최지은 (〈괜찮지 않습니다〉 저자)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JTBC 〈SKY 캐슬〉 1회 시청률은 1%대였다. 10회 만에 두 자릿수를 돌파했고, 18회에 이르자 22.3% (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비(非)지상파 드라마의 최고 전국 시청률을 경신했다.신드롬에 가까운 흥행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주효한 것은 이야기의 재미였다. 단순한 인물이 빤히 보이는 함정에 빠져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괜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많은 드라마와 달리, 영리하고 경계심 강한 주인공이 그 순간 최선처럼 보이는 선택을 하지만 어떻게 해도 딜레마를 벗어날 수 없는 상 남상아 “록 음악 해왔지만 로커이고 싶지 않다”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㉗ 남상아 얼마 전 나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보컬 남상아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7년 여름 내가 속한 밴드 ‘허클베리핀’과 ‘3호선 버터플라이’의 협연 이후 약 1년 반 만이었다. 우리는 함께 만든 ‘허클베리핀’의 첫 번째 앨범 〈18일의 수요일〉에 대해, 그리고 신림역에서 처음 만났던 오래전 그날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었다.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나는 안타까움과 이해와 슬픔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남상아는 1990년대 중·후반 시작된 대림동 프로젝트에 상찬 쇄도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대림동 기사 볼만했어요. 한 쪽씩 할애한 인물 사진도 좋았고(안병찬 원 〈시사저널〉 발행인)” “오랜만에 굉장히 좋은 르포를 읽었다(@the_hours_)”. 언론계 선배부터 트위터리안까지 상찬 쇄도.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스노폴(Snow Fall)’ 페이지를 보는 것 같다며 대림동 프로젝트 페이지(daerim.sisain.co.kr)에 대한 칭찬도. ‘대림동 한 달 살기’의 김동인 기자입니다. 기획 계기는? 장일호 사회팀장의 어느 술자리. 장 팀장이 대림동에서 한국인이 줄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아이템 투척... 일본 아닌 일본, 류큐 왕국의 수난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오키나와 나하(那覇) 중심부에 있는 슈리(首里)성에는 200여 년 전, 성에서 열렸던 행사를 재현해놓은 미니어처가 있다. 전통적인 일본 군주 복장이라기보다는, 어딘지 한국이나 중국 복장을 닮은 차림을 한 왕이 궁정 한가운데에 서 있고, 그 앞에 장막이 쳐진 단 위에 중국에서 온 사신 두 명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왕의 부하들은 멀찍이 물러선 채 무릎을 꿇고 있다. 오롯이 왕 혼자서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는 풍경이다. 이 모습은 오키나와의 옛 이름인 류큐(琉球) 왕국의 왕이 새로 즉위한 뒤, 명나라 천자로부터 책봉서를 받는 모습을... 선거는 왜 ‘19금’인가 김은지 기자 선거는 왜 ‘19금’인가. 선거 연령 하향 운동을 하는 이들의 오랜 의문이다. 김윤송(17) 청소년 활동가도 마찬가지다. OECD 35개 국가 중 19세로 선거권을 제한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다른 나라는 그보다 아래다. 18세를 넘어 16세 참정권을 허용하는 나라(오스트리아)도 있다. 한국에선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은 될 수 있지만 정작 투표를 할 수 없는 나이, 18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돌아가는 가운데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지난해6월 지방선거를... 불법파견 앞에만 서면 검찰은 왜 작아지는가 이창근(쌍용자동차 노동자) 언덕이 너무 가팔라 펜스를 잡고 걸었다. 회사 안을 보여주겠다는 지회장을 따라나선 길이었다. 구미공단 언덕 위에 위치한 공장은 누런 겨울 잔디만큼이나 삭막했고 오가는 이들도 드물었다. 제품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도 발이 자꾸 미끄러졌다. 오솔길조차 제대로 나 있지 않은, 길 아닌 길을 걷고 있었다.경북 구미에 있는 아사히글라스는 LCD용 글라스를 생산하는 일본계 기업이다. 2005년 설립 당시 정규직 800명, 비정규직 300명이 근무했으며 매출 규모 1조원을 넘길 만큼 내실 있는 기업이었다. 외국계 투자 기업에게 한국은 빨갱이·친일파가 대한민국 지켰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독후감은 읽은 책에 대해 샅샅이 말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 디스코텍 천장에 달려 있는 미러볼(mirror ball)이 무수히 많은 작은 거울 조각으로 이루어진 구체(球體)이듯, 텍스트 역시 여러 주제와 화제로 만들어진 다면적인 의미체다. 하므로 그 어떤 독후감도 그 책의 전체를 말한 것이 아니다. 한 번으로 전모가 파악되는 텍스트는 없으며, 여러 번을 통해서도 전모를 구할 수 없는 것이 텍스트다. 책은 무수하게 되풀이 읽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독후감 역시 그렇다. 책은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주제와 화제... 귀성길에 챙겨 가면 고향길이 금방이네 김은지 기자 세뱃돈을 받은 어린이만 마냥 행복할 가능성이 높은 ‘우리 우리 설날’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끼리 안 친해서 묻는 게 뻔한 진부한 인사가 오가는 철이다. “취직 안 하냐” “결혼 안 하냐” “아이 안 낳냐” 따위. 친분을 가장한 상처주기가 갑자기 훅 들어올 땐, 긴급 처방으로 이 칼럼을 읽자.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는 이번 설에 읽어도 좋다. 표제작이랄 수 있는 이 칼럼을 비롯해 김 교수의 에세이·영화평론이 묶인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그런 점에서 귀성길 챙겨 가기 좋은 책이다. 서울대 정... [카드뉴스] 구체적 비핵화 실천과 금융제재 해제 맞교환? 시사IN 편집국 구체적 비핵화 실천과 금융제재 해제 맞교환? 미국의 비건 특별대표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앞두고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동시 병행'을 시사한 바 있다. 북·미 정상은 2차 회담에서 무엇을 주고받을까? === 2월27~28일 베트남에서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향한 양측의 외교 노력이 한창이다. === 2월6일 평양을 방문해 실무 협상을 벌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미국 측 협상 기조의 전환을 이미 암시했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 목록 신고를 '비핵화 완... 외교왕 ㅇㅂ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뉴 보수 오더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카드뉴스] 이 주의 그래픽 뉴스 - 13,050,259 시사IN 편집국 13,050,259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제596호 ‘이 주의 그래픽뉴스’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극한직업〉이 올해 첫 1000만 관객 영화로 등극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6위(2월11일 기준)에 올랐다. 〈극한직업〉은 개봉 15일 만에 1000만을 돌파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