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 어렴풋이 금강산이 보이네 신선영 기자 2월13일 국방부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세워진 강원도 고성 감시초소(GP)를 처음 공개했다. 이곳은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 금강산이 바로 보이는 최동북단 GP이다. ‘9·19 평양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DMZ 내 GP를 파괴했다. 하지만 이곳은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장비와 병력만 철수하고 원형 그대로 보존키로 했다. 이곳 고성 GP 창 왼쪽으로 금강산 비로봉 일대 외금강산 자락을, 창 오른쪽으로는 동해 해금강 일대를 볼 수 있다. 학대받던 강이가 가르쳐준 삶의 이치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낮이 지나면 밤이 된다. 썰물 뒤에는 밀물이 온다. 고생 끝에 낙이 오고, 오르막 다음에는 내리막이다. 만나자 이별이다. 태어나는 모든 것은 죽기 마련이다. 세상 만물의 이치, 인간 삶의 경로이다. 그러니 우리는 낮에 일하고 밤에 쉬어야 한다. 썰물에 조개를 잡고 밀물이 오기 전에 뭍으로 나와야 한다. 낙이 올 것을 믿으며 고생을 견뎌야 하고, 내리막은 없을 것처럼 정상에서 득의양양할 일이 아니다. 절대로 이별하지 않을 것처럼 SNS에 만남을 까발릴 일도 아니다. 태어나는 것은 기쁘게 맞으며, 죽음 앞에서는 연민과 감사와 경의를 표 플라이 백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어슐러 K. 르 귄 지음, 진서희 옮김, 황금가지 펴냄 “하지만 부디 저 문장이 아니기를 바란다.” 여든이 넘은 판타지 문학의 거장은 티셔츠를 만드는 회사에서 인용문 하나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창의적인 어른은 살아남은 어린이다.” 르 귄은 생각한다. ‘내가 저런 문장을 썼던가? 어른들 중에 누군들 살아남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있던가?’ 이 문장이 영 마뜩지 않았던 그는 이 인용의 기원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댓글을 달아달라고 요청한다. “6월부터 계속 신경 쓰이게 만들었던 일이... 지만원씨 탓에 ‘거짓말쟁이’가 된 사진 이상엽 (사진가) ‘광수’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1990년대 말을 풍미한 만화 〈광수 생각〉의 그 광수가 아니다. 극우 인사 지만원씨가 말한 ‘광주 북한군 특수부대’를 줄여서 ‘광수’라고 한다.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공동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만원씨는 “광주 사태는 북한군 특수부대 600명이 일으킨 폭동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공청회에서 광주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의원 제명 정도가 아니라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 공정한 입시 따윈 불가능하다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예전엔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는데….”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선배 교사가 이런 말을 할 때 힘이 쭉 빠진다. 저 말을 하는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동일하다. 특히 저런 말을 하고 나서 “그냥 옛날처럼 하면 되는데…”라고 하는 선배와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진다.시험지 유출 사건과 드라마 〈SKY 캐슬〉의 엄청난 흥행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고 공정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한다. 맞다. 부자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말은 꽤 타당한 ‘최교일들’의 기이한 상식 황도윤 (자유기고가)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의 스트립바 출입 논란을 처음 들었을 때, 그저 추한 일시적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주목한 건 최교일 의원의 반복적인 변명 자체다. 최 의원은 사건이 세간에서 잊혀갈 때마다 구구절절한 변명을 반복하고 있다. 이 반복적인 변명은 억울함 해소 외에 별다른 목적을 찾을 수 없다. 수사나 추가 취재가 진행 중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최교일 의원은 왜 이렇게 진심으로 억울해할까. ‘나쁜 짓을 몰래 하는’ 흔한 경우인 줄 알았던 이번 사건에 대해 그는 ‘나쁜 짓도 아니고’ ‘몰래 한 것도 아니다’라고 변명하고 있다. 이보다 더 행복한 ‘듣기’가 있을까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공연을 자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최근에 강태환·박재천·미연이 함께한 재즈 공연을 봤는데,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60분 동안 세트 리스트는 딱 한 곡. 언어마저 가볍게 초월해버리는 세 장인의 연주에 완전하게 집중한 터였을까. 한 시간 내내 단 한 번도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미국 출신 재즈 색소포니스트 도니 매캐슬린의 내한 역시 마찬가지다. 무조건 가서 ‘타임 리프(시간 여행)’를 경험하려고 달력에 체크까지 끝낸 상태였다.그런데 이걸 어쩌나. 이런저런 마감이 겹치면서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 글을 쓴 미래의 기자들 만나러 오시라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2018 〈시사IN〉 대학기자상’ 수상작 선정. 대학 학보사 기자 출신이 상을 받은 대학 언론인 취재. 격세지감? 동병상련? 전혜원 기자에게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습니다. 대학 학보사 기자 출신? 네. 2007년 11월부터 2년 가까이 공부하며 취재하며. 현직 대학 언론인을 만났는데? 학보사 기자 시절과 같은 점과 다른 점? 제가 학보사 기자를 할 때도 학생들이 학보를 잘 읽지 않는다고 했죠. 지금은 텍스트, 종이 자체를 읽지 않는 경향이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현직 대학 언론인들도 디지털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 고민을 나... 발달장애 ‘친구’의 일자리 발명하다 장일호 기자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었다. 장애인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존재였다. 노순호씨(28)는 2014년 동아리 친구들과 창업을 준비하다 장애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 고용률이 특히 낮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근속연수 차이도 컸다. ‘왜 발달장애인은 오래 일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사회적 기업을 통해 풀어보고 싶었다. 도시농업이 유행할 때였다.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농부를 배출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동구밭’이라는 회사명에는 마을 어귀 공터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다. 지자체가... 자영업자가 꼭 알아야 할 상가임대차보호법 박현정 (변호사) 한국은 자영업의 나라다.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 대비 25.5%로, 취업자 네 명 중 한 명은 자영업자나 무급가족종사자(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6.9%로,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그리스·터키·멕시코·칠레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층과 하층 자영업자 소득은 임금근로자보다 못한 실정으로 이들을 자기고용노동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기고용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 새해 두 번 즐기려면 사모아로 가라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1872년 10월2일 저녁 8시45분 영국 런던을 출발해 인도-일본-미국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80일이 되는 12월21일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다. 포그를 은행 강도로 오인한 형사의 방해 때문에 약속시간을 넘기고 만다. 그런데 이들이 감안하지 못한 게 있었다. 지구를 서에서 동으로 일주하게 되면,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을 때 날짜가 하루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구를 위에서 내려다보자. 하나의 원으로 보일 것이다. 이 원을 피자를 자르듯 24조각으로 나눠보자. 이 피... 중동 분쟁의 뿌리, 사이크스-피코 비밀협정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2000년 동안 기독교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비난을 받는 인물이 있다. 로마 티베리우스 황제 시대인 AD 26~36년께, 유대와 사마리아 지방의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다. 예수를 재판했던 이다. 유대인들이 아우성을 치니 예수의 무죄를 알면서도 사형을 선고했던 까닭에, 졸지에 그리스도 고난의 주범이 되었다. 정작 예수를 배신하고 팔아넘긴 가룟 유다보다 더 비난받는 셈이다.중동의 복잡한 분쟁사를 이야기할 때 마치 본디오 빌라도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둘 있다. 영국의 마크 사이크스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조르주 피코다. 양국을 교훈과 교가가 ‘헛소리’ 한다면 장일호 기자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교칙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양말은 흰색으로 발목을 꼭 두 번 접어야 한다거나, 머리핀은 검정색으로 3개 이상 꽂을 수 없다거나, 한여름에도 브래지어 위에 캐미솔을 챙겨 입어야 하는데 무조건 흰색으로 입어야 한다거나(심지어 검사했다), 걸으면서 음식물을 섭취해서는 안 된다거나…. 물론 나는 ‘성실하게’ 교칙을 어기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훈의 시대〉를 읽다 말고 졸업한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모교 홈페이지를 찾았다. 3년간 지겹게 보고 불렀을 교훈과 교가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90년... ‘포텐’ 터뜨리는 카리스마 청하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청하는 ‘솔로로 데뷔한 솔로 아이돌’이다. 〈프로듀스 101〉의 아이오아이(I.O.I)로 일시적인 그룹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청하는 해당 프로그램 출연 이전부터 솔로 가수로 기획되었고, I.O.I의 활동이 끝난 뒤 곧바로 솔로로 정식 데뷔했다. 그러니 진짜배기 솔로 아이돌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솔로 아이돌 자체가 가요계에 흔치 않다. 최근 몇 년간 활동한 여성 솔로 아이돌을 헤아려보면 아이유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그룹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선미(원더걸스)나 태연(소녀시대)처럼 긴 시간 그룹 멤버를 했던 ... 한의학은 과학인가 철학인가 문정우 기자 스타가 떼 지어 나오는 예능도 아니고 화제의 드라마도 아니면서 갤럽이 조사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순위 앞자리를 고수하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MBN이 2012년 8월부터 방영해온 〈나는 자연인이다〉 말이다. 이 프로그램이 가진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치유이다. 저 험한 바깥세상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던 이들이 자연의 품에 안겨 자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카메라는 좇는다. 출연자 중에는 도시에서 남부럽지 않게 돈도 벌고 고급 식당에만 출입했던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일상적인 결핍과 소박... 김영미 추적기,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찾기까지 케이프타운·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나는 2017년 9월부터 스텔라데이지호를 찾고 있다. 이 배는 그해 3월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광석 운반선이다. 당시 배에는 선원 24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되었다.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해 나머지 선원 22명은 실종 상태다. 2년 전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는 지금 남대서양 한가운데 가라앉아 있다.그동안 난 이 배를 찾기 위해 육지에서 취재할 수 있는 곳은 모두 다녔다. 우루과이·아르헨티나·브라질·프랑스·미국 등을 현지 취재했다(〈시사IN〉 제536호 ‘스텔라데이지호를 찾아서’ 기사 참조). 이제 대학언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다 전혜원 기자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대학언론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2018 〈시사IN〉 대학기자상’ 수상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학언론다움’이었다. 출품작 100여 개 가운데 최종적으로 선정된 5개 부문(대상, 취재보도, 사진·그래픽, 방송·영상, 뉴커런츠상) 수상작은 기성언론이 아닌 대학언론이기에 포착하고 파고들 수 있는 주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출품작 가운데 ‘미투(나도 말한다)’ 관련 보도가 많았고, 수상작 5개 중 2개 역시 ‘미투’ 관련 보도였다. 2018년을 뒤흔든 성폭력 고발 흐름이 대학가에 미친 영향을 ‘미투’에서 시작해 노동·인권으로 나아가다 전혜원 기자 2018년 ‘미투(나도 말한다)’에 의해 가해자로 지목된 한국외대 교수가 3명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명인 L 교수는 2006년 외대노조 파업 때 직원을 성희롱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를 받은 인물이었다. 한국외대 독립언론 〈외대알리〉 인보근·정소욱 기자는 L 교수 관련 취재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L 교수는 제자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인 2018년 3월 숨진 채 발견되었다. 학교는 관련 조사를 멈췄고, 기사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외대알리〉는 그의 죽음 이후에도 해당 사건을 더 들여다보... 아무도 문제 삼지 않던 외국인 수업료 인상 비판 전혜원 기자 10년 전만 해도 대학가의 핵심 이슈였던 등록금 인상은 점차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져가고 있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등록금을 올릴 수 없고, 올리더라도 정부 재정지원 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학부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하고 있다. 중앙대 역시 학부 수업료는 2013년 이후로 6년째 동결되었다. 반면 정원 외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는 2017년부터 2년 연속 5%가 올랐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 박기현 기자(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5학번)는 이런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분... 개교 첫 총장직선제를 영상으로 담다 전혜원 기자 지난해 5월30일 성신여대는 193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구성원이 직접 총장을 뽑았다. 이화여대에 이어 대학 구성원이 직접 총장을 선출한 두 번째 사립대다. 지난해 성신여대 교육방송국 국원으로 활동한 김주현·박정인·조수연씨(모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학번)는 ‘성신여대 봄의 시작, 총장직선제’를 기획·제작했다. 장영은 국장(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7학번)이 방송국을 총괄하고, 강윤지 아나운서부장(국문과 17학번)이 AD 구실을 했다. 박정인씨는 “사회 분위기가 민주적으로 바뀌면서 대학에도 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