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부모 대체할 새 공동체 찾자 하미나 (페미당당 활동가) 며칠 전 엄마 생신이었다. 각각 흩어져 살던 오빠와 나는 본가로 부모를 뵈러 갔다. 오랜만에 네 식구가 모여 두런두런 얘기하며 고기를 구웠다. 엄마는 고기 한 점 먹기도 전에 말을 꺼냈다. “너희 아빠와 이제 이혼하고 싶어.” 오빠는 반색했다. 자기가 아빠를 닮을까 봐 두렵다며 이혼 과정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나 역시 동조했다. “그래 엄마. 이제 아빠로부터 해방되어보자.” 내 말에 그녀는 단호했다. “해방은 예전부터 스스로 했어. 이제 절차 문제만 남았을 뿐이지.”‘행복한 가정은 다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다 제각각의 이유 나는 채치수에게 맞서고 싶었다 김원영 (변호사·〈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자 친구들이 모두 말렸다. 우리 학년에는 외모, 책임감,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슬램덩크〉의 채치수를 닮은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리 욕심에 회장 출마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열다섯 살에 처음 구매한 휠체어로 특수학교에 입학했던 나는 중학교 과정을 마친 후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일반 고교에 진학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애가 없는 아이들 990여 명과 교복을 입고 함께 학교생활을 시작하자, 일상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어떤 종류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방법 중 하나는 아예 더 어려운 일에 맞서보는 걷다 보면 안다 이 섬의 매력을 정태겸 (여행작가) 여수, 참 멀다. 서울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얘기다. 물론 광주나 목포, 순천, 창원 등지에 사는 분에게는 가까울지 모르겠으나, 서울 사는 사람에게 여수 가는 길은 그리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물론 KTX도 다니고 하루에도 수차례 고속버스가 오가니 무척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킬로미터로 환산해서 표기하는 거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니 서울에서 멀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굳이 왜 하필 그 먼 여수까지?”라고 묻는다면, “여수 밤바다보다 중독성 강한 여수의 섬이 거기 있어서”라고 답을 드리겠다. 여수의 섬은... 자꾸 아른거리네 노랗고 파란 그 풍경 정태겸 (여행작가) 길 따라 땅끝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완도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청정 해역을 가진 섬. 이제는 다리가 연결돼 육지와 섬의 경계가 모호해진 완도는 작지만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진 부속 섬을 여럿 거느리고 있다.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50분을 타고 들어가는 청산도도 그중 하나다. 봄이면 청산도로 향하는 발길이 부쩍 는다. 아름답기로 말하자면 그 어느 곳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풍광이 펼쳐지기 때문. 청산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꼭 다시 가고 싶은 섬”이라고 말한다. 청산도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던 지인에게 물었다. ... 꽃길만 걷게 해줄게 박찬은 (〈매경 시티라이프〉 기자) 하화도는 늦봄에 가장 걷기 좋다. ‘아래꽃섬’이라,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붙인 이는 누구일까. ‘아래’ ‘꽃’ ‘섬’. 뜯어놔도 모두 겸손하고 곱다. 여수의 ‘365개 생일섬(생일과 지역 섬을 짝지은 것)’ 가운데 해마다 동백과 섬모초, 진달래가 몸을 뒤덮어 많은 이들을 황홀하게 하는 하화도를 걸었다. 배를 대기 좋은 항구가 있고, 섬만이 지닌 고즈넉함에 폭 안기고 싶은 꽃섬이다. 꽃길만 걷다 보면, 시끄러운 세상살이쯤 한나절 잊히겠지. 여수신항이 있는 돌산도 방향이 남해를 오목하게 끌어안고 있는 왼팔이라면, 하화도는 그 오... ‘쥬라기공원’ 찍고 막걸리 익는 섬으로 박찬은 (〈매경 시티라이프〉 기자) ‘이리 낭(狼)’자를 쓰지만 ‘물결 낭(浪)’자를 써야 할 듯 낭만 가득한 섬 낭도는 서해 바다에 띄운 연서 같았다. ‘사랑이 맺어지는 낭도’라는 카피에 한번 웃으며 배에서 내리면 ‘어서 오세요. 여기는 사랑과 낭만이 있는 섬 낭도입니다’라고 쓰인 표지판이 객들을 맞는다. 낙원은 쉽게 지루해지지만 조약돌의 ‘자그르르르’ 소리가 정겨운 섬은 늘 새로운 풍경이다. 100년 된 막걸리가 큰 독 안에서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낭도와, 한때는 공룡이 걸었을 섬, 사도를 찾았다. ‘싸목싸목’은 ‘천천히’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이야기 드러내야 ‘진짜 사진’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세상은 아름답고 행복한가? 사진을 찍고 나누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쉬워진 시대에 우리는 산다. SNS에 하루 포스팅되는 사진만도 1억8000만 장에 달한다. 아름다운 풍경과 풍성한 먹을거리, 이국적인 모습들이 넘쳐난다.SNS 사진을 들여다보노라면 월터 리프먼이 자신의 저서 〈여론(Public Opinion)〉에서 ‘시민들은 그들이 스스로 머릿속에 만드는 그림(the pictures in our head)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이 말은, 시민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미지를 갖는 게 아니 5·18 기획 기사에 ‘멈춤’은 없다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특종 기자’ ‘주진우 사수’ ‘돌고 돌고’ ‘쓰고 또 쓰고’. 정희상 기자에게 붙은 별명.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돌고 돌며 전화 취재를 합니다. 한번 물면 놓지 않고 계속 씁니다. ‘괄호 속 현대사’를 진행하며 5·18 진압군 출신 이경남 목사를 인터뷰한 정 기자입니다. 진압군 출신 이경남 목사의 공수대원들의 성폭행 증언이 상당히 구체적인데? 이 목사가 1999년에 쓴 ‘5월의 회고-어느 특전병사의 기록’ 수기에는 없는 내용이죠. 1980년 5월19일 밤 공수대원들이 당겨진 통행금지 시간에 맞춰 순찰을 돌다가 주로 여학생들을... 엄마, 아빠가 아니어도 괜찮아 임지영 기자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철없다는 시선과 팔자 좋다는 비아냥.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자 제각각 육아로 바빴다. 억지로 동네 친구를 만들었지만 온종일 아이 얘기만 듣다가 왔다. 대화란 주고받는 것인데 늘 청자였다. 이수희씨(41)와 이용원씨(45) 부부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도 사는 지역의 학군과 그 학교의 교사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그만큼 무용한 만남이었다.이수희씨는 ‘과업 중심형’ 인간이었다. 생애 주기별 과업을 무난히 해결해왔다. 4년제 대학을 나와 취직했고 부모 도움 없이 독립했다. 한 우린 같이 살아요 그래서 가족이죠 임지영 기자 2016년 11월 정혁씨(27)와 김찬휘씨(26)가 서울 홍대 앞에서 처음으로 마주쳤다. 각각 진해와 광주에서 서울로 놀러온 참이었다. 정씨가 김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다. 알려주었는데 연락이 안 왔다. 김씨가 먼저 연락했다. 이후 하루에 서너 시간씩 통화하고 채팅을 했다. 김씨가 보기에 정혁씨에게는 반전 매력이 있었다. 어딘지 불량스러워 보였는데 순수한 면이 있달까.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도 비슷했다. 김씨는 대학 근처에서 자취 중이었고 정씨는 직업군인이었다. 두 시간 반 거리였다. 주말에 광주에서 데이트를 했다. 정씨가 전역을 역사를 품은 ‘검은 산’의 기억 고재열 기자 흑산도 동백나무 숲길을 걷다가 문득 소름이 돋았다. 어디서 많이 본 동백나무 숲 같아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강진 백련사에서 다산초당 가는 길에 본 숲과 많이 닮았다. 그랬다.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는 같은 이유로 유배당했고 비슷한 풍경의 동백나무 숲길을 걸었을 것이다. 동백나무 숲길이 시작된 마을의 이름은 소사리였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달린 마을이다. 섬에서는 드문 풍경이다. 예전에 소사리마을 사람들은 항구 마을에 땔감을 가져가서 팔고 쌀과 생필품을 구입해 마을로 돌아왔다고 한다. 소사리마을을 가... 800m 해변이 오롯이 나의 것 천소현 (여행 매거진 〈트래비〉 팀장) 유달산이 멀어지고 있었다. 목포대교 밑을 통과한 배가 바다로 몸을 밀고 나아갔다. 목적지는 전남 신안군 하의면 신도. 하의도 서쪽에 흩어져 있는 부속섬(유인도 9개, 무인도 49개) 중 하나다. 목포에서 이미 2시간 넘게 왔지만 하의도 웅곡선착장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야 했다. 하의도는 한 시절, 김대중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어서 각광받았다. 그 관심은 곧 옅어졌다가, 2017년 여름 하의도와 상하태도 사이에 삼도대교가 연결되면서 다시 ‘유명’해졌다. 덕분에 여행자도 다시 늘었다. 상하태도는 원래 상태도와 하태도라는 두 섬이었지만... ‘예술 섬’에서 보낸 하룻밤 천소현 (여행 매거진 〈트래비〉 팀장) “나오시마 알아요? 연홍도는 한국의 나오시마 같은 곳이죠.” 안다고 해야 할까? 워낙 유명한 일본의 예술 섬이지만 가보지는 못했다. 그러니 연홍도와 나오시마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육지와 섬만큼이나 동떨어진 비유처럼 들렸다. 어쨌든 좋은 힌트다. 연홍도는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불린다. 매끄러운 입도였다. 서울에서 고흥까지, 밤새 달려온 버스는 소록대교-거금대교를 건너 신양선착장에 멈춰 섰다. 연홍도는 거금도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섬 속의 섬’이지만 실상은 거의 육지다. 그곳에서 연홍도까지는 ... “내 마지막 소원은 검찰·공정위의 사과” [프리스타일] 정희상 기자 〈시사IN〉 창간 전부터 취재원으로 인연을 맺은 중소기업인이 있다. 지금은 망해 없어진 설비업체 ㈜한진건업 반성오 전 대표다. 반성오씨는 올해로 16년째 삼성과 삼성을 편든 국가기관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2004년 초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전기 부산공장 신축 공사 하청 계약을 59억여 원에 체결하고 그해 여름 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삼성 측이 총 공사대금 중 24억여 원을 주지 않아 그는 28년 만에 자식처럼 키워온 사업체를 접어야 했다. 반씨는 즉각 경제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소했다. 그러... 황교안 대표의 ‘300m 대장정’ 부산·거제 나경희 기자 붉은 옷을 맞춰 입은 인파가 나팔을 불며 “대한민국” 구호를 외쳤다. 중앙 무대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사람들은 “문재인 독재 타도”를 외쳤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흥미롭다는 듯 사진을 찍었다. 5월4일 전국 각지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자 5만여 명이 모였다. 장외집회 3주차였다. 셀프 삭발로 SNS에서 입길에 오른 박대출 의원도 눈에 띄었다. 민머리에 붉은 티를 입은 채 ‘자유’라는 단어가 적힌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이른바 보수 유튜버들도 현장에 나타났다. 가짜 뉴스를 생산해낸다는 힐난도 이 자리에서... ‘비혼들의 비행’은 오늘도 계속된다 임지영 기자 ‘뭔 계기를 묻고 그런다냐.’ 봄봄(닉네임· 47)이 걷기 운동을 하며 투덜거렸다. 미리 받아본 질문지에 ‘비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는 대목이 있었다. 자주 받는 질문이기도 했다. 걸으며 생각해보니 답변이 달라지는 시기인 것 같았다. 서른 즈음 결혼보다 중요한 건 경제적 독립이었다. 그걸 이루고 나서도 결혼보다 중요한 게 많았다. 40대에 접어들 무렵 또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결혼에 적합한가.’ 정서나 취향, 성격을 고려했을 때 아니었다. 30~40대를 지나는 동안 그의 곁엔 늘 비혼 여성들의 공동체 ‘비비(비혼들의 트랜스젠더와 여자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임지영 기자 ‘그냥 오늘 하루 술 얻어먹으러 나왔구나.’ 임은비씨(33)를 처음 본 순간 송영민씨(39)는 생각했다. 이렇게 괜찮은 여자가 뭐가 아쉬워 나 같은 사람을 만나러 왔을까. 처음 같이 먹은 음식은 알탕이었다. 술도 곁들였지만 경계심은 풀리지 않았다. 임씨 역시 굳은 그의 표정이 불만이었다. ‘그전엔 김태희를 만났나? 자기는 뭐 얼마나….’ 둘은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채팅을 했는데 잘 맞았다. 송씨가 FTM (Female to Male·여성에서 남성으로) 트랜스젠더라는 걸 먼저 알아챈 한발 떨어져 자본주의 바라보기 전혜원 기자 ‘자본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 경우에는 이윤 추구의 냉혹함, 자본가의 횡포 같은 어두운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경제사다. 1962년 초판이 나온 이래 13차례 개정되었다. 단순한 역사서는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독특한 체제가 어떻게 발달했고 어떤 구조와 논리를 갖고 있는지, 무엇보다 얼마나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진화해왔는지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가 생산 및 분배의 문제를 ... 기자들의 시선 장일호 기자 이 주의 공간5월16일(현지 시각) 미국 앨라배마주가 임신중지를 완전히 금지했다.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중지를 포함해 사실상 모든 시술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임신중지 금지 법안이다. 시술을 하는 의사는 최고 99년형 혹은 종신형을, 시술을 시도하기만 해도 최고 10년형을 선고받는다. 앨라배마 외에도 텍사스·조지아· 켄터키·아이오와 등에서 임신중지 금지 법안이 통과됐다. 모두 임신중지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vs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내용으로 위헌 소송이 예고된다. 현재 기자들의 시선 전혜원 기자 이 주의 ‘어떤 것’버스.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 제외.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노선버스 주 52시간 초과노동 금지. ‘준공영제(버스 운행은 민간기업에 맡기면서 운영에 따른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가 도입된 곳들은 노동시간도 줄고 처우도 개선되었지만, 여기서 제외된 경기도 시외버스와 지방 시내버스 기사들은 그동안 무제한으로 노동. 그런데 기본급은 낮고 수당 비중이 높은 임금체계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하락 초래. 정부는 준공영제 확대와 요금 인상을 동시 추진하기로.떠난 이의 빈자리3년간 공주우체국에서 무기계약직 집배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