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자크 랑(72) 전 프랑스 문화부장관, 파리7대학 벵상 베르제(44) 총장, 박병선(83) 박사가 145년 만의 외규장각 도서 한국 반환의 의미를 설명했다.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자크 랑은 "5년 갱신 대여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장기 대여라고 본다"며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은 지속적인 귀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 10대학 공법학 교수를 지내기도 한 그는 "외규장각 의궤를 좀 더 빨리 귀환토록 하기 위해 우리는 절대로 영구반환이라는 결정을 내리면 안 됐다"면서 "영구반환을 위해서는 프랑스 국내법을 바꿔야 하는데 수년 간의 끊임없는, 확실하지 않은 토론이 이어져야 했다"며 대여 형식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만약 혼자 결정하라고 했다면 당연히 영구 반환했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고 법을 따라야 해 굉장히 긴 절차가 필요했다"면서 "구체적인 목적을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용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여를 사실상 장기귀환이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알렸다.

자크 랑은 외규장각 의궤 귀환을 위해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 쏟은 10여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 10년, 교육부 장관으로 2년을 일한 랑은 2009년 11월 대북특사로 임명돼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외규장각 의궤 관련 사항들을 정기적으로 보고했다. 또 한국과 프랑스 정부 간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이 교류원칙에 따라 원활히 진행되도록 힘썼다. 

"의궤가 바로 한국땅, 의궤가 원래 속한 곳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가 대여 기간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한 순간도 생각한 적이 없다"며 "그 점을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모든 부분들을 이해해준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 중요한 것은 의궤가 이제 한국땅에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의궤이고, 역사이며, 기록이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 남아있는 다른 문화재의 반환에 관해서는 "매 경우가 아주 다르고 특별하다"고 전제한 뒤 "이번 의궤는 건축물도, 회화도 아니다. 더군다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문서여서 매우 특별하다"면서 "개인적으로 이번 의궤가 어떤 선례로 남는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반환돼야 하는 유물들이 여기저기에 많이 있다. 더욱이 식민지 시절 약탈해온 거라면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자크 랑과 함께 의궤 귀환을 위해 노력한 베르제는 "반환과 대여는 세계 인류가 사회활동을 하면서 하는 활동"이라면서 "이번 외규장각 의궤는 반환이 아니라 갱신대여라고 걱정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울에 있다는 것이다. 소유권은 철학적인 문제이며 의궤가 한국 서울에 있다는 것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법정스님의 말을 인용해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이번 귀환의 신뢰를 강조하고 싶고 의궤가 서울에 있다는 것 또한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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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함께 한 박흥신(52) 주프랑스 대사는 "지난 20년동안 외규장각 의궤 반환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마무리 짓게 돼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감격해 했다.

"박병선 박사가 70년대에 발견한 게 단초가 돼 1991년 정부차원에서 귀환을 요청했지만 20년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올해 5월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외규장각도서를 돌려주는 것은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의 우의, 협력의 중요성 때문에 돌려주는 것이다. 국내의 반대에 불구하고 돌려주는 것은 한국이 프랑스의 협력 파트너로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이 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 연구한 박 박사는 "우리의 의무는 아직도 남아있다"며 "영원히 한국 땅에 남아있도록 노력하고 대여라는 말을 없애기 위해서 협심해 손에 손을 잡고 장기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궤가 다시 프랑스에 가지 않고 한국에 영원히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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