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9일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멕시코 후보와 경합을 벌이던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자리에 프랑스 장관 출신이 임명되었다는 승전보가 공식적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재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의 IMF 총재 선출은 사르코지에게는 ‘외교 승리’이자 ‘프랑스의 승리’였다. 행운은 또 다른 행운을 불러왔다. 같은 날 아프가니스탄에 546일 동안 억류되었던 프랑스 기자 2명이 풀려난 것이다. 이제 사르코지는 2007년 이후 가장 중요한 정부 개각을 단행할 방침이다.

라가르드가 IMF 총재에 선출되자 프랑스 미디어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 내내 이 소식을 다루었다. 일각에서는 여성 총재라는 점에 안도감을 드러냈다. 적어도 전임 총재 스트로스칸처럼 호텔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로 쫓겨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였다. 


ⓒAP Photo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신임 총재.
프랑스 좌파 진영은 그녀의 ‘성공’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사회당은 같은 당 출신인 스트로스칸의 추락 이후 선정된 인물이 정부 인사, 우파 출신이라는 점에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질투심에서가 아니다. 그간 라가르드가 재무장관으로서 보여준 정치적 능력과 행보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2008년 이래 프랑스 경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프랑스인 80%는 경제위기의 일차적 책임이 정부의 경제 정책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칼자루를 쥔 것이 바로 재무장관 라가르드였다. 그런데 그녀는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론을 적절히 피해갔다. 사르코지의 경제 정책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온 덕분이다.

재무장관 재임 기간에 라가르드는 정치적 미숙함도 보여주었다. 그녀는 2007~2010년 줄곧 프랑스 경제성장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프랑스 공공부채는 폭발했고 세금 수급은 늦춰졌다. 또 논란이 되었던 은행권 보너스에 대한 과세 및 부자들에 대한 세금 개혁 정책 수립에도 소극적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발언으로 구설

그녀의 부르주아적이면서 미숙한 경제 감각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 2008년 여름 기름값이 급등하자 재무장관인 라가르드가 내놓은 기름값 절약 대안은 자전거 타기였다. 프랑스인들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녀의 발상이었다. 이 일화는 곧 프랑스 혁명 당시 “바게트 빵이 없어 배가 고프다”라는 시위 군중에게 “그러면 브리오슈 빵을 먹으라”고 말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케 했다. 프랑스 정부가 서민의 삶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라가르드는 경제 전문가이지 정치인은 아니다. 앵글로색슨족이 그녀의 손을 들어준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은 IMF 총재 자리에 정치적 인물이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라가르드의 경쟁자였던 멕시코 출신 아구스틴 카르스텐스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데다 IMF가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기를 강력히 원했다. 또 그는 신흥 국가의 목소리에도 관심이 높았다.

프랑스 법정은 7월8일 신임 라가르드 IMF 총재가 연루된 특혜 및 직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할 것인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8년 프랑스 정부가 아디다스 전 소유주인 베르나르 타피에 대해 과도한 정부 배상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당시 재무장관이던 그녀가 이를 중재했는지가 핵심 조사 내용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라가르드는 참고인이자 관련자로서 조사받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조사가 몇 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신임 총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자명 파리·최현아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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