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류 잡지에도 소개된 꽃미남 야구선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투수 심수창(30)이라는 이름에서 야구팬이 떠올리는 것은 이 정도였다. LG 트윈스에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평범한 성적을 내던 그가 주목받을 일은 별로 없었다. 최근 2년 동안 그는 지독하게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올해 7월21일에는 결국 17연패를 기록해 한국 프로야구 최다 연패 기록을 깨트렸다.

그리고 7월31일, 그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고 LG 트윈스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다. 리그 최고 부자 구단이자 인기 구단에서, 가장 가난하고 팬이 적은 ‘외인구단’으로 둥지를 옮긴 것이다. 


ⓒ연합뉴스
넥센에서 한 경기를 더 져서 18연패. 그는 8월9일 롯데를 상대로 다시 한번 마운드에 섰다. 이날 심수창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1실점하며 무려 786일 만에 그토록 바라던 승리투수가 됐다. 모든 야구팬이, 심지어 상대인 롯데 팬마저 축하를 아끼지 않은 드라마 같은 승리였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마무리 투수를 8회부터 조기 등판시키는 무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심수창에게 ‘승리 기념구’를 챙겨주며 반드시 연패를 끊어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마무리투수 손승락은 아웃을 잡고 심수창을 가리키며 포효했다.

한솥밥을 먹게 된 지 겨우 열흘 된 이적생을 위해, 감독과 코치와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쳐 승리를 지켜주는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줬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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