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재미있는 일을 벌이기로 이름 높은 물리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40·사진 왼쪽)가 또 한번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는 왜 멸종됐을까를 과학으로 연구하겠다는, 이름하여 ‘백인천 프로젝트’. 한국 프로야구 최초이자 최후의 4할 타자인 백인천 감독(사진 오른쪽)의 이름을 빌려왔다.

한국 프로야구는 원년인 1982년 백인천 이후 맥이 끊겼고, 미국 메이저리그는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70년 넘도록 4할 타자가 없다. 왜 4할 타자는 멸종했을까? 야구광들의 수다거리로 여겨졌던 이 주제를, 진화생물학자이자 골수 야구광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최초로 과학의 연구 주제로 끌고 들어왔다. 

정 교수는 굴드의 연구와 통찰에서 출발해, 한국 프로야구 30년을 과학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이 연구는 정 교수가 직접 하는 게 아니다. 그의 트위터를 보고 흥미를 보인 자원자들의 집단 연구 프로젝트다. 1월13일 첫 모임에서만 51명이 모였다. 통계 전문가, 야구 데이터 수집가, 프로그래머, 기자, PD, 직장인, 대학생, 야구광…. 전문 연구자의 눈으로 보면 오합지졸일 수도 있는 참석자들이 각기 움직이며 질문도 답도 스스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집단 연구 프로젝트가 굴러가는 과정 또한 보는 이의 흥미를 자극한다. 정 교수와 프로젝트팀은 프로야구 30주년인 올해 개막일에 맞춰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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