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꿈을 강요하는 사회에 협박당하지 말 것”

2014년 12월 09일(화) 제377호
김은남, 전혜원 기자 ken@sisain.co.kr
공유하기

구글+구글+ 카카오톡카카오톡 카스카스 라인라인 밴드밴드 네이버블로그블로그 URL복사URL복사

URL 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 ‘직업을 창조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사IN> 드림콘서트’가 올해로 3회를 맞았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60명이 참가했다. 무대에 선 멘토들은 꿈이 곧 직업이 될 수 없다는 화두를 공통으로 던졌다.



“저는 다큐멘터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SF나 호러물을 더 즐기죠. 그렇다면 저는 꿈을 이루지 못해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요?”

<지식채널 e>로 한국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김진혁 PD(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던진 질문에 학생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지난 11월24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직업을 창조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사IN> 드림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시사IN> 드림콘서트는 청소년들이 꿈과 진로를 찾을 수 있게끔 지원하기 위해 매년 가을 개최하는 무료 강연 행사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이 행사에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60여 명이 참가했다.

  <div align = 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11월24일 서울 연세대에서 제3회 <시사IN> 드림콘서트가 열렸다.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선 김진혁 PD가 꿈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11월24일 서울 연세대에서 제3회 <시사IN> 드림콘서트가 열렸다.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선 김진혁 PD가 꿈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이날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선 김진혁 PD는 “네 꿈이 뭐냐”라고 끊임없이 확인하려 드는 사회의 압력에 주눅 들 필요가 없다는 말로 청소년들을 위로했다. 자신도 서른을 목전에 두고서야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떠밀리듯 일반 회사에 취직해 좌충우돌하던 어느 날, 더 높은 연봉을 좇아 다른 회사로 이직을 탐색하는 동기를 보며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게 뭐지? 더 높은 연봉? 아니면 전공(신문방송학)을 살려 영상 관련 일을 하는 것?’ 그러다 어렴풋이 깨달았다. 어떤 직업 또는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나아가는 게 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뭔가를 하면서 ‘아, 참 즐겁구나’ ‘내가 미쳐 있구나’ 느낄 때가 있다. 어릴 적 망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달을 보았을 때, 중학생 시절 방송반에 지급된 캠코더를 들고 제멋대로 놀 때가 그랬다.” 뒤늦게 교육방송에 입사해 <지식채널 e>를 만들 때도 그는 비슷한 희열을 맛보았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와 관계없이, 한편 한편 만들 때마다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느낌. 그는 꿈이라는 것도 결국 이런 행복감과 연관돼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그 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설레고,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혁 PD의 뒤를 이어 무대에 등장한 드림콘서트 멘토 5명 또한 ‘꿈=직업’이 될 수는 없다는 화두를 공통으로 던졌다. 이들은 안정된 삶을 거부했다는 교집합을 갖고 있다. ‘75%’라 쓰인 화면을 배경으로 등장한 서동효씨(모티브하우스 대표)는 “우리나라 고3 중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라며, 자신은 대학에 가지 않은 나머지 25%에 속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대신 1년간 책을 100권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블로그에 ‘독서대학’을 만들어 사람들과 교유하던 그는 어느 순간 ‘누군가의 꿈을 찾아주면서 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꿈 문화 기획자’라는 세상에 없던 직업이 출현한 배경이다.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라 ‘자양분’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동네방네협동조합을 운영 중인 조한솔씨 또한 전공은 지금 하는 일과 무관한 사회복지학이었다. 대학 시절 우연히 사회적 경제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조씨는 졸업을 앞두고 ‘정해진 길’을 갈 것이냐, ‘만드는 길’을 갈 것이냐 고심했다고 한다. 그의 선택은 후자. 협동조합 형태로 여행자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그는 쇠락해가는 춘천의 구 도심을 젊은 여행자들이 찾는 활기찬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지역을 바꿔나가는 중이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기는 했으되, 이들은 살면서 겪는 시행착오 또한 인생의 자양분이 되더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지만 새로운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성향 덕에 하자센터에서 청소년 교육기획자로 일했던 한영미씨(오가닉제이션 요리 대표)는 30대 중반 훌쩍 떠난 캐나다에서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오늘날 자신을 ‘팔자에 없는 밥집 장사’로 이끈 것 같다며 웃었다. 없던 메뉴를 만들어 파는 등 ‘주인이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재미있어서 벌였던’ 다양한 시도가 오늘날 서울 홍대 앞과 성북동, 제주에서 운영 중인 커뮤니티 식당 ‘슬로비’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자센터에서의 경험 또한 한씨가 현재 운영 중인 청소년 요리사 양성 프로그램 ‘영 셰프 스쿨’로 이어졌다.

멘토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결과, 오후에 이어진 멘토-멘티 소그룹 대화에서는 좀 더 속 깊은 얘기가 오갔다. 정석항공과학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성민지양은 “솔직히 꿈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꿈이 없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준 강사 선생님들 덕에 안심했다”라고 말했다. ‘빨간 돼지’라는 별명으로 학생들의 인기를 모은 최근준씨(애로우애드코리아 대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꿈을 강요하는 사회에 협박당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한때 좀 놀아본 아이들’을 모아 광고 퍼포먼스 기획사를 운영하는 최씨는 10대에 아직 꿈이 없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꿈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어떤 꿈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볼 것, 그중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땐 일단 ‘빡센’ 쪽을 선택할 것, 이른바 유망 직업에 현혹되지 말 것. 이것이 그가 아이들에게 전한 ‘내 꿈 찾기 3계명’이었다.

그런가 하면 고교 재학 중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최연소 멘토 이혜연씨(FINGER119 공동 창업자·한양대 산업공학과 1년)는 “단순히 꿈을 꾸기보다 꿈에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씨는 고교 재학 시절 인근 공단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을 안타까이 바라보다 절단된 손가락을 보관해 병원에 이송하는 응급 키트를 개발한 바 있다.

멘토-멘티 소그룹 대화는 드림콘서트가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다. 일회성에 그치는 일반 진로 강연과 달리 심도 있는 관계 맺기를 가능케 한다. 서동효 모티브하우스 대표는 “드림콘서트가 3년째에 접어든 만큼 후속 커뮤니티 모임을 만드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