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줍는 여행인데 사람들이 올까요?” “옵니다.” “자기 돈 내고 가서 쓰레기를 줍는 건데요?” “그래도 옵니다.” 여행대학 강기태 총장(34)이 ‘섬에 가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여행하자’며 ‘섬청년탐사대’를 꾸릴 때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반응이 왔다. 탐사대원 모집 인원은 28명인데 신청자가 190여 명이나 몰렸다. 강 총장은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거쳐 탐사대원을 선발했다.

가치 있는 여행을 얘기할 때 흔히 ‘공정여행’을 언급한다. 공정여행은 ‘현지인에게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 공정하게 거래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며,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대안적 여행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Leave No Trace)’을 캠핑 에티켓으로 삼는다. ‘섬청년탐사대’의 여행은 ‘내가 여행한 곳을 더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여행’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여행 철학을 보여주었다.

‘섬청년탐사대’의 시작은 지난겨울 섬연구소가 주최하고 〈시사IN〉이 후원한 ‘청년섬캠프’로 거슬러 올라간다. 3차 답사에 함께 참여해 보성군 장도에 갔던 강 총장은 해류에 밀려온 쓰레기가 해안가에 많은 것을 보고 이런 여행을 기획하게 되었다며 “섬의 어르신들이 치우지 못해 쓰레기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쓰레기가 있으면 섬에 온 사람들도 함부로 버릴 것 같았다. 그러면 섬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길 우려가 있어 치우면서 여행하자는 생각을 해보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섬청년탐사대’가 쓰레기만 주우러 섬에 가는 것은 아니다. 소통하는 여행이 진정한 목적이다. 그래서 섬을 하나 정해놓고 세 번 간다. 그래야 그 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소통을 시도한 섬은 진도군 관매도였다. 전라남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했지만 세월호 참사가 근처에서 일어나면서 여행객이 확 줄었다. 강 총장은 돼지고기를 잔뜩 사들고 가서 마을 어르신들을 대접하며 섬 여행을 시작했다.

ⓒ김성선 제공여행대학 강기태 총장(위)은 전문 여행가들이 강의를 하는 ‘소셜 대학’ 여행대학을 설립했다.

‘쓰레기를 줍는 여행’임에도 신청자가 몰린 것은 ‘여행대학’이라는 여행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트랙터로 세계를 여행하던 강 총장은 뜻이 맞는 젊은 여행가들과 함께 2014년 여행대학을 설립했다. 허름한 강의실 하나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만리시장 상가를 개조해 제법 그럴듯한 소셜 대학을 만들었다. 전문 여행가들이 강의를 개설하고 수강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신청해서 듣는 방식인데, 매달 30여 개 강의가 열린다. 지금까지 4기수 600여 명이 여행대학에서 수강했다.

섬탐사대 동참하면 ‘섬맹’이 어느덧 ‘섬친아’

여행대학 수강자들은 대부분 해외여행에 관심이 많다. 요즘 인기가 있는 곳은 남미와 발칸반도다. 한국 섬은 큰 섬 외에는 이름도 제대로 모른다. 그런 ‘섬맹’이었던 사람들이 섬탐사대에 동참한 후 ‘섬친아(섬에 미친 아이들)’로 거듭난다. 강 총장은 “나도 그렇고 우리나라 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섬에 가서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정말 매력적이었다. 우리나라 섬부터 알고 외국을 나가서 보면 보이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외국에서 우리가 본 좋은 것들을 우리나라 섬에다 시도해볼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강 총장과 ‘청년섬캠프’에 함께 참석했던 배우 류승룡씨가 ‘섬청년탐사대’를 후원하고 섬연구소 강제윤 소장은 멘토로 참여해 탐사대원들에게 ‘섬의 인문학’을 들려주고 있다. 강 총장은 “2월과 3월 관매도를 더 방문하고 2기 탐사대원을 모집해 4월부터는 또 다른 섬을 탐사할 예정이다. 섬탐사대에 참여한 멘토와 탐사대원을 주축으로 무인도탐사대와 섬캠핑팀도 꾸려지고 있다. 섬탐사대 출신이 섬게스트하우스나 섬카페도 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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