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6일 〈시사IN〉 인터뷰 쇼의 인터뷰이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그는 수도권 지역구를 떠나 고향 대구로 내려가 선거에 세 번 도전했다. 지난 총선에서 야당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대구(수성구 갑)에서 당선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이 승리를 거론하며 그의 확장성을 장점으로 꼽는 이들이 늘어났다. 독자들의 질문을 주진우·차형석 기자가 대신 전하는 〈시사IN〉 인터뷰 쇼에서 김 의원은 ‘공존과 상생’을 강조했다.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인터뷰 쇼를 재구성했다.


 

ⓒ시사IN 윤무영주로 대구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책임 윤리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어떻게 보나?

국민은 더 똑똑해지고 사회는 진화하고 국가 전체는 앞으로 뛰려 하는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과 그 주변 그리고 한국 경제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재벌 2세, 3세들의 리더십과 책임감은 뒤로 가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현실을 깨닫게 했다. 촛불은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고 절제했다. 위대한 국민과 보잘것없는 대한민국의 강자들. 대한민국이 당당한 주인들에 의해 확실히 바뀔 것임을 보여준 사건이다.

지역구 분위기는 어땠나?

서울 촛불집회에 참가하다가 (대통령이) 탄핵되는 주부터는 대구로 갔다. 혹시라도 대구 촛불 현장에서 경찰과 시민이 직접 부딪치는 일이 생길까 봐 내려갔다. 대구에는 촛불 시민들 곁에 있어줄 정치인이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안 오니까 저와 홍의락 의원(무소속), 의성 출신 김현권 의원(민주당·비례)은 가능한 한 대구를 지켜야 했다. 그래서 대구에 있었는데 촛불이 점점 타오르더라. 처음에는 시민사회 활동가 중심이었는데 점차 참가자가 증가하더니 나중에 행진할 때는 5만명까지 늘어났다. 세상이 바뀌는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가슴이 떨렸다. 대구도 젊은 층의 분노는 다른 지역과 똑같다. 가족 단위 촛불 시민도 많아졌다. 다만 50대 중반 위로는 안타깝고 섭섭한 감정이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조건 지지를 보냈던 분들 사이에선 혼돈, 막연한 답답함 같은 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변했다고 해도 대구는 새누리의 아성이었다. 그래서 (김 의원) 당선이 큰 화제였는데.

처음 총선에 출마했을 때 제가 명함을 주면 저를 안 쳐다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내가 이놈하고 만난다는 거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하는 거다. 명함에 2번이 적혀 있으니까. 그들이 보기에 간첩이거나 이상한 놈이지(웃음). 정말 난감했다. 그 무렵에 지금 시집간 둘째 딸(탤런트 윤세인)이 출연하던 드라마가 방송되었다. 제가 그 덕을 좀 봤다. 그 선거에서 제가 도망갈 수 없을 만큼 40%를 주더라.

지방선거 때는 시당 위원장이 지금 홍의락 의원이었다. 저는 ‘세상 물정 좀 알아야겠다, 없는 사이 괜찮은 시장 후보를 구해달라’고 말하고 외국으로 나갔다. 돌아와 후보를 구했느냐고 물었더니 ‘안 되면 김부겸이 나오지’ 하는 거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대구 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지난 총선에서는 대구 유권자들이 편견을 걷어내고 봐주었다. 김문수 후보가 저를 그렇게 ‘타깃’ 삼듯이 오지 않았으면, 당선 안 되었을 것이다. 선거 중간에 ‘빨갱이 논쟁’도 나왔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에이, 이건 아니지’ 하며 저에게 표를 준 것 같다. 유승민·주호영 의원을 쳐낸 새누리당 공천 파동도 영향을 미쳤다.

 

탄핵 정국에서 김부겸 의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평이 있다. 왜 다른 후보처럼 ‘사이다 발언’을 안 했나.

서울 촛불에 있을 때는 정치인들이 무대에 서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끌고 간다는 오해가 생길까 봐 서로 조심했다. 대구에서도 저희가 나서면 곡해가 된다. 촛불은 시민들 속에서 타올랐다. 대구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발언 기억나시나? 그런 발언이 막 터져나왔다. 정치하는 사람이 떠들 필요도 없었다. 또 변명하자면 정치를 하다 보니 ‘절차, 책임감’이 늘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시원한 발언을 하고 나면 책임질 수 있을까? 그만큼 끌고 나가야 할 텐데 준비가 되어 있나? 말이 조심스러워진다. 정치인의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 중에서 저는 책임 윤리 쪽이 좀 더 강해진 것 같다.

개헌에 대해선 어떤가?

개헌 때문에 많이 얻어맞았다(웃음). 총선 끝나고부터 개헌을 이야기해왔다. 촛불 민심이 무엇인가?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이 멋대로 하는 특권과 반칙의 사회를 바꾸자는 거 아닌가. ‘앞으로 그러면 작살난다’ 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게 헌법이다. 이번에 안 하면 언제 손보겠는가. 개헌은 1000만명이 거리에 나올 때 아니면 안 된다. 개헌과 함께 선거법도 바꿔야 한다. 35% 받은 정당은 의석의 50%를 가져가고, 30% 받은 2당은 의석의 40%를 가져간다. 비례성에 맞지 않는다. 이번에 안 바꾸면 못 바꾼다. 지금 탄핵의 주역이었던 야 3당이 제대로 손만 합치면 제일 좋은 찬스다.

조기 대선이 되면 물리적으로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탄핵 결정 전까지 개헌을 완료하자는 말이 아니다. 역대 모든 대선 후보가 개헌을 하자고 약속했다. 선출되고 나면 무산시켰다. 지금 논의를 하게 되면 야 3당이 비슷비슷한 전망을 가지리라 본다. 탄핵을 같이했던 세력이다. 야 3당이 함께 약속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 개헌안으로 나타날 것이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공동으로 운영하겠다는 그림이 나올 것이고, 그게 바로 연립정권이다. 지금 야 3당이 논의를 해서 적어도 대선 후보들은 그 논의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약속은 깰 수가 없다.

개헌 말고 김부겸의 브랜드가 있다면?

공존·상생을 오래 이야기해왔다. 고 제정구 의원이 정치적 스승이다. 빈민운동을 하던 이 열혈 투사가 1999년 돌아가실 때 유언처럼 그러더라. 앞으로 정치하면서 상대편 짓밟아서 올라가는 거는 안 된다고. 상대편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서로 같이 사는 그런 정치를 해보라고 했다.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우리처럼 내부 갈등이 심한 나라에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공존과 상생밖에 길이 없다. 나도 괜찮은 정책 많이 했다. 청년 기본소득 지원이라든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련 법률을 내놓았다. 갈수록 센 게 나오니 기다려달라.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야권에 넘어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하지만 대세론, 3파전 필승론, 4파전 필승론은 안 믿는다. 1987년에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 되는 건 상상도 못했다. 다자 대결에서 야당이 이긴다? 못 믿겠다. 쉬운 게임이 아니다.

 

 

ⓒ시사IN 이명익2016년 총선에서 김부겸 의원(오른쪽)은 대구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제치고 당선되었다.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서는?

실제로 대세론이 있다. 지난번에 후보로 모시고 대선을 치러보니 인품에 대해선 흠잡을 것이 없다. 지난번 1460만 표로 강한 지지도 얻었기 때문에 후보군 가운데 많이 앞서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벌써 주변에 뭔가 인의 장막이 너무 두껍게 쳐지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고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자면 문재인과 문재인 그룹 그리고 민주당만 먹는 그림을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있다면 지금 제3지대만 걱정할 게 아니다. 전통적 야당을 지켜왔던 호남 민중과 상징적 정치 세력인 국민의당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우린 불과 한 달 전까지 탄핵 연대세력이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야 3당이 공조하고 공동의 책임을 지기만 하면, 정권도 정치도 교체할 수 있다. 문 전 대표께서 그런 큰 그물을 쳐주셔야 국민이 안심하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금 많은 분들이 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기대를 할까? 대한민국의 위축된 국제 위상 때문이라고 본다. 사드 문제에 대한민국은 없었다. 한국의 초라한 현실을 보고 누군가 대한민국 위상을 세워줄 만한 사람을 기대한 것 같다. 그런데 귀국해서 하는 거 보니까 10년 공백이 제법 크지 않나? 대한민국을 책임지시겠다면 ‘반기문표 대한민국 설계도’를 내어놓아야 한다.

서울대 폐지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방청객 질문)

서울대 입학생들을 보면 강남이나 특목고로 대표되는 부유층의 자녀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간다. 국립대학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신분을 대물림하기 위해서 국립대학을 유지하나. 프랑스에서는 68혁명을 겪고서 1대학, 2대학 식으로 만들었다. 가장 근본적인 사회 개혁이었다. 지역인재 균형할당을 사립대학까지 확대해야 하고 국공립대학 통합 네트워크도 도입해야 한다. 예컨대 지금의 서울대는 공학, 부산대는 철학, 경북대는 인문학, 전남대는 사회과학 이런 식으로 통합 네트워크를 구성하자.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사회적 강자들의 서열의식을 언제 바꾸겠나.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방청객 질문)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 자체가 동북아를 격동케 한다. 하나의 카드가 된다. 사드를 기정사실화해서 사드를 ‘찬성하냐 반대하냐’밖에 없을까. 사드 배치가 중국과 북한을 실질적으로 설득하고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면 6자 회담을 통해 북·미 협정, 사드 배치, 북핵 동결부터 해체까지 여러 가지 보따리를 놓고 흥정할 수 있다. 사드 배치를 할 거냐 말 거냐보다 6자 회담을 통해 거기에 올려놓고 동북아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조차 전략적 카드로 유용하게 쓰자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된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은?

정권의 임기와 상관없는 10년짜리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고 싶다. 사교육 담당하는 이들까지 포함할 정도로 각계각층이 모여서 교육을 바꾸고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데 우리는 정말 깜깜이로 가는 거다. 입학 관련, 교육과정, 수업 내용 다 바꿔야 한다. 정권마다 교육이 바뀌니까 국민이 불신한다. 나라 전체를 살리는 교육 대개혁을 꼭 하고 싶다.

그런데 김 의원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여당의 공작이라고 하면 되는데(웃음). 저도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러나 정치인이라는 것은 자기 때와 역할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 열정과 진정성을 보여주고 뛰는 것밖에 길이 없다.

본인만의 장점은?

우리 당 후보들을 좋아하더라도 우리 당에 대해 멋쩍어하고 못 미더워하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 설득하는 데에 제가 제일 낫지 않나? 당 후보로서의 확장성. 예선만 통과하면 저보고 제일 낫다고 하지 않나. 다음 정권 봐라. 얼마나 난제가 많이 있나. 열정으로 확 뒤집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하다. 오히려 큰 스크럼을 짜고 나가면서 그들이 어쩔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따라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설득하고 통합하는 역량이 필요할 거다. 내가 한 성질은 못하지만 끈기는, 설득력은 있다.

김부겸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억울함이 없는 나라다. 집 없어서, 못 배워서, 일자리 없어서 억울해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내가 조금만 더 하면, 자식을 조금만 더 도와주면 적어도 우리가 뿌린 씨만큼은 거둘 수 있겠지 하는 그런 나라다(인터뷰 쇼 동영상은 〈시사IN〉 페이스북(facebook.com/sisain)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명 차형석·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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