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보호와 단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인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청약·세금·재건축·금융 등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고려한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이다. 8·2 부동산 대책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투전판으로 전락한 청약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고, 양도세를 높여 투기 유인을 줄인다. 또한 강남 재건축 시장에 투기세력이 진입하는 걸 차단한다. 금융 규제 강화로 시중의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투입되는 총량을 억제하겠다.”

ⓒ시사IN 포토8월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9월 들어서 8·2 부동산 대책을 보완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9·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성남시 분당구 및 대구시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하고, 조정대상지역인 경기 및 인천의 일부 지역까지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해 투기과열지구로 ‘승격’시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사실상 사문화됐던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도 부활했다. 9·5 부동산 대책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견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할 계획인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은 물론이고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불균등한 역관계를 완화시킬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혼부부에게 분양 및 임대가 혼합된 형태의 소형 주택을 연 1만 호씩 5만 호를 공급한다는 신혼희망타운과 연 17만 호를 공급할 계획인 공공임대주택 프로젝트는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 불안정을 잡기 위함이다.

또한 10월 중 발표가 예상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새로운 형태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뿐만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 자동차 할부금 등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책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추가 대출 한도를 더욱 줄이게 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DTI 역시 대출 희망자들의 직업과 연령 등을 반영해 미래 예상소득을 추계하고, 대출 기간의 평균 예상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게 되어 있다. 불합리한 대출을 억제하는 정도가 기존 DTI보다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흐름을 보면, 문재인표 부동산 대책의 청사진과 정책 목표를 짐작할 수 있다. 먼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적 가수요를 잡아 집값 급등과 투기 심리 확산을 진정시키고, 9·5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견고하다는 것을 천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거복지 로드맵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한편 이전보다 한층 강화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과잉 유동성을 정교하고 강력하게 통제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부동산 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계획과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느냐이다. 사실 8·2 부동산 대책 같은 강력하고 종합적인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지금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정부 정책 외에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워낙 많고 그런 요소들 간의 상관 및 인과관계도 복잡하다. 그럼에도 중간평가는 시도해봐야 한다. 단기에 대한 시장 반응에서 장기 추세를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완 대책도 미리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일단 지금까지 상황을 놓고 평가하자면, 8·2 부동산 대책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의 투기 심리 확산을 억제하고 주택 가격 급등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부동산 평가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현저히 떨어졌거나 심지어 소폭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투기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가격의 하락 규모가 인상적이다. 거래량도 비슷한 추세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에 비해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강남 3구는 10분의 1 정도로 격감했다. 특정 지역에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가하면 규제를 받지 않는 지역으로 투기 심리와 유동성이 옮아가는 풍선효과나 매매시장에 관심을 가지던 시장 참여자들이 대거 전세시장으로 이동하는 데 따른 전세 가격 상승 같은 부작용 역시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연합뉴스9월15일 부산 강서구 ‘명지 더샵 퍼스트월드’ 모델하우스에 관람자가 몰려서 입장하기까지 7시간이 넘게 걸렸다.

물론 건설업계나 조·중·동 같은 거대 언론, 경제지 등은 ‘거래 절벽’ ‘경제가 멈춘다’ ‘교각살우’ 등의 수사를 동원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공격한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거래는 폭증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 휩싸인 이런 주장들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의 시장 상황을 ‘비정상’이라고 비판한다.

사방에 도사리는 불안 요소를 잠재우려면…

이런 ‘부동산 공화국 시민’들의 푸념과 달리 청약·금융·세제·재건축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른 8·2 부동산 대책은 정책 조합에서나 시기에서나 매우 적절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이후 9·5 부동산 대책, 현재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주거복지 로드맵 및 가계부채 대책이 결합되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불안 요소들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에도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청약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잠깐의 충격에서 벗어나 버티기에 들어갔다. 서울 등 투기 유인이 큰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과 시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라고 평가하는 게 공정할 것이다.

이런 국면을 ‘부동산 안정’ 쪽으로 굳히려면, ‘한국의 대표 적폐인 부동산 공화국과 정면 대결하겠다’라는 정부의 의지를 충분히 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시장 전망 가운데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를 ‘물가상승률 수준에서의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 관리 및 주거복지 확충’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 같은 분위기가 자칫 투기 부활로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이 정부의 정책 의지를 느슨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간의 부동산 대책에 ‘보유세 강화’가 빠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 같은 짧은 시기를 빼고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상황을 감안하면, 보유세 강화 없이 투기 심리의 근절이나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보유세 강화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이유다. 

기자명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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