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최예린

01  정희상 기자와 함께하는 ‘사건 인사이드'

 

 

ⓒ시사IN 조남진

탐사보도에 관심이 있는 독자 6명과 함께했다. 대학생부터 주부, 홍보 전문가, 시나리오 작가까지 직업과 연령층이 다양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기자가 오랫동안 탐사보도해온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마스터〉의 사례처럼 기자의 또 다른 탐사보도 내용을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기자가 썼던 〈대한민국의 함정〉과 〈검사와 스폰서〉를 사들고 와서 사인 요청을 한 고마운 독자도 있었다. 나이 들었다고 풀어져 있던 내게 신선한 채찍이었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고 아쉬웠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탐사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취재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함께 공감해준 독자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02  변진경 기자와 함께하는 ‘밥은 먹고 다니니?’

ⓒ시사IN 조남진

‘집밥’을 대접하고 싶어 집에서 쓰던 전기밥솥과 그릇과 수저를 편집국에 들고 왔다. 나는 밥만 안치고 ‘끼니를 다함께’의 해영씨가 반찬과 찌개를 준비해준 덕에 그럭저럭 집밥 냄새를 풍길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밥에 관심과 연민이 많은 분들이었다. 방금 지은 밥과 달걀말이, 두부조림, 김자반, 된장찌개 등을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밥술을 뜨며 ‘내 밥’을 넘은 ‘네 밥’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따뜻하고 배부른 시간이었다.

03  김은지 기자와 함께하는 ‘뉴스 뒷담화'

 

 

 

 

ⓒ시사IN 조남진

나도 안다. 뒷담화는 재미있는 소재이지만,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란 걸. ‘김은지 기자와 함께하는 뉴스 뒷담화’라는 다섯 어절 사이 깊은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하나. 창간 10주년을 맞았으니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했다. 예전에 쓴 기사를 뒤적였다. 박근혜 게이트, 박근혜 5촌 살인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내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독자들한테도 그럴까?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월요병에 시달리는 날, 심지어 갑작스럽게 추워진 저녁에 독자들을 기다렸다. 기우였다. 들을 준비로 무장하고 와준 독자들 덕분에 왠지 내가 더 좋은 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달떠 ‘너무 나만 말했나’ 하는 후회까지 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진짜 좋은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04  송지혜 기자와 함께하는 ‘내게 맞는 일자리 찾기’

‘독자와의 만남’이라니, 자리를 이끌 깜냥이 아니었다. 기사로 담아낸 전문성은 전무하고 ‘기자’라는 고민만 안고 수년을 보낸 게 전부인 터라 면구스럽기 짝이 없었다. 기자의 부담을 알아챘는지, 독자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주었다. ‘첫 직장’의 어려움을 안은 휴학생부터 20여 년 직장 생활을 하다 새로운 일을 찾는 50대 가장까지, ‘일’을 마주한 경험이 제각각인 만큼 못다 한 이야기에 아쉬움이 컸다. 어쩌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일에 관한 고민은 해갈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안녕을 빕니다. 반가웠습니다. 또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05 김동인 기자와 함께하는 ‘세계일주 기획하기'

ⓒ시사IN 윤무영

‘바람’을 나누고 싶었다. 간절히 원하던 꿈이든, 마음속에 스며든 ‘헛바람’이든. 낯선 언어와 긴 고독을 온몸으로 빨아들이고 싶은 독자들과 짧게나마 깊은 인상을 나눌 수 있었다. 중림동에 모인 10여 명이 서로가 떠나고 싶은 곳을 이야기했다. ‘세계일주’가 아니더라도, 꿈꾸는 풍경을 얘기하되, 그것을 성취나 자랑으로 여기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이날,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저는 이곳에서 일하는 걸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날 밤 ‘이불킥’을 피한 걸 보니, 진심이었던 것 같다. 진심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준 독자들에게 감사한다.

06  김형민 pd와 함께하는 ‘현대사 뒷이야기’

술자리에서 떠드는 건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으나 자리를 능수능란하게 주재하는 건 질색이다. 차라리 강의를 하면 제멋대로 떠들고 말지 혼자 화제를 이끌며 분위기를 리드하는 건 젬병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현대사 뒷얘기’라는 제목보다는 ‘현대사 뒷고기’로 해서 술이나 먹을 요량이면서도 몇 명이나 올까 걱정도 했다. 맥주잔을 기울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대화가 자연스럽게 무르익지는 않아 스스로의 능력을 한탄해야 했다. 독자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원래 그보다는 더 재미있을 수 있는 사람인데. 더 유쾌한 자리일 수 있었는데. 다음번엔 잘해야지. 그런데 기회가 올까?

07  굽시니스트와 함께하는 ‘역사 그리고 만화’

ⓒ시사IN 윤무영

독자들의 눈에 담긴 채 숙성된 내 만화를 만나보는 것은 참으로 값진 가르침이었다. 그 만화는 수평선이 되어 있었고, 이 만화는 계피 향이 되어 있었고, 저 만화는 우단의 감촉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도달한 지점에 대한 증언 덕분에 내 만화는 무죄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무슨 전, 무슨 전뿐 아니라 메뉴를 좀 더 시켜 먹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모두 술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모임이 청교도들의 비밀 집회와 같은 맥락을 지녔음을 암시한다. 역사는 분석 가능한 맥락과 구조를 가진 것이 아니라 기연들로 얽힌 삶들의 총합일 뿐이라고 합의할 수 있었다.

08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와 함께하는 ‘비장의 무비'

10명이라고 들었는데 4명이 앉아 있었다. 다른 필자의 테이블은 만남을 청한 독자들로 붐볐는데 나에게 주어진 테이블만 의자가 남았(다고 나는 알고 있)다. 상처 같은 건 받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오지 않은 6명은, 그래서 내 얕은 내공을 알아차리지 못한 6명은 앞으로 계속 내 글을 읽어줄 테니까.
내 인생의 감독이 잘만 킹이라는 얘긴 하지 말 걸 그랬다. 장 뤽 고다르 영화 한 편 보지 않고 영화잡지 기자가 되었다는 무용담도 참을 걸 그랬다. 하여간 조잘조잘 촐싹대지 말 걸 그랬다. 아무래도 나는 그날, 소중한 4명의 독자를 잃은 것 같다.
‘독자와의 만남’ 덕분에 다시 한번 내 주제를 알았다. 이렇게 얄팍한 내게 10년째 온정 어린 지면을 내어주는 〈시사IN〉이 얼마나 마음 따뜻한 사람들인지도 알았다. 더 열심히 쓰겠다. 고맙게도 날 만나러 와준 독자 4명과 다행히도 날 만나러 오지 않은 6명을 위해서.

09  은유 작가·김현 시인과 함께하는 ‘감성 충전소’

은유
〈시사IN〉 창간 즈음에 나도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기 시작했다. 〈시사IN〉 기자들이 쓴 〈기자로 산다는 것〉을 읽으면서 글쓰기의 자세와 방향을 잡았다. 그런 〈시사IN〉의 열 살 생일잔치에 작가로 초대되니 기쁘다. 바이라인으로만 만났던 기자들의 얼굴을 보니 잡지가 생명체로 느껴졌다. 독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책임감도 더 생겼다. 저 홀로 잘되는 일은 없다. 서로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정기구독자가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마음이 그러하겠지. 앞으로 10년 후 나와, 우리와, 〈시사IN〉은 또 어떤 모습일까.

김현
10년만 하면 뭐가 돼도 된다는 스승의 말을 믿고 10년 동안 글을 써서 뭐가 되긴 됐다. 10년 전, 〈시사IN〉도 꿈꾸던 바 있었을 테고, 뭐가 되긴 되어서 10년을 기념했을 테다. 자신을 ‘〈시사IN〉의 시조새’라고 자칭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뭐가 돼도 된 일일까. 〈은유와 김현의 감성 충전소〉에 오셨던 고가희·김재현·정해왕·오세승·황영훈씨, 정기 구독을 10년간 하시면 뭐가 돼도 됩니다. 가령, 정기 구독의 시조새들이랄까요. 반가웠습니다. 또 반갑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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