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말랑말랑했던 손등은 나무껍질처럼 딱딱해 물을 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곳을 다녀간 수많은 여행객 중 한 명이었으나, 돌아가지 않고 강정 주민이 되었습니다. 돌들 사이로 흐르던 물소리가 아름다워서, 라고 내게 말했습니다. 새까만 손등에 달처럼 둥근 열 개의 손톱이 그녀와 함께 노래를 합니다. 크리스마스카드에 손 글씨로 꾹꾹 눌러씁니다. 한 줄로 그녀의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있니, 대신 잘 지내고 있지?

 

ⓒ엄문희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방파제 동쪽 끝 ‘멧부리’에 활동가들이 모기장 텐트를 폈다.

 

 

 

기자명 사진 엄문희·글 유현아(시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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