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는 ‘외모’ 때문에 손해를 본다. 보기 좋고 듬직한 것도 한두 개 서 있을 때 얘기다. 여러 개가 떼 지어 있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바뀐다. 바람이 잘 부는 곳에 설치한다고 산등성이를 따라 풍력발전기가 늘어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매우 보기 흉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좋은 장소는 비교적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다. 바람이 센 곳 대부분은 척박한 곳이라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어느 곳이든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인간의 구조물이란 게 있을까.

풍력발전기는 딛고 설 자리가 없다. 말 그대로 땅이 없다. 효율성만 좇아 아무 땅에 마구 세울 수도 없다. 바람이 센 곳에 무한정 짓자니 환경파괴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산에 송전탑 하나를 지어도 께름칙한데 풍력발전기는 그보다 더 크다. 탑만 세우는 것도 아니고 그 위에 수십 미터에 이르는 날개를 달아서 돌린다.
 

ⓒ시사IN 이명익경상북도 영양군 풍력발전단지에는 풍력발전기 총 130기가 설치되어 있다.

날개가 커지면 온갖 구조적인 문제가 일어난다. 부품을 운반해서 조립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풍력발전기의 크기를 함부로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큰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다. 풍력발전에서 날개의 넓이는 바람이 지나가는 양을 의미한다. 넓이가 클수록 이용할 수 있는 바람 에너지도 커진다. 풍력발전기의 키가 큰 것도 같은 이유다. 지표면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져야 더 질 좋은 바람이 분다. 더 높이 더 크게. 풍력발전이 효율성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풍력발전기를 사람 사는 지역 주변으로 약간 끌고 오면 환경 파괴, 자연 파괴의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러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자기 집 앞에는 전봇대 하나만 새로 들어와도 신경 쓰인다. 실제로 적지 않은 풍력발전단지 조성 계획이 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거주지 근처로 내려오면 풍력발전기가 만드는 소음도 문제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을 맞고 회전하는 구조체이기 때문에 날개가 바람을 맞으며 소리를 만든다. 풍력발전기가 만들어내는 전력은 이론상 날개의 회전수에 비례하므로 날개를 최대한 많이 돌릴 수밖에 없다. 빨리 돌리면 돌릴수록 소음이 더 크게 난다. 날개를 크게 만들어 천천히 돌리면 소음이 조금이나마 감소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큰 날개가 아무리 천천히 회전해도 날개 끝은 엄청난 속도로 공기를 헤치며 소음을 만든다.
 

ⓒXinhua세계 최초로 완공된 스코틀랜드의
부유식 풍력발전단지 ‘하이윈드’.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며 만드는 저주파 소음도 무시할 수 없다. 날개나 기둥의 떨림은 낮은 주파수의 진동을 만든다. 이때 생성되는 공기 중의 진동은 우리 귀에 들리지 않을 뿐 명백히 소리와 형태가 똑같다. 풍력발전기 주변에 전파된 저주파 진동은 창문이나 벽으로 쉽게 차단할 수도 없다.

상상도 못하는 장애물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날개는 회전하며 새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무리 지어 이동하는 철새들에게는 재앙이라고 한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만드는 깜박이는 햇빛 그림자까지 불쾌함을 야기한다고 하니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정착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 옛날 매연을 펑펑 뿜어내는 화력발전소나 제철소는 처음에 어떻게 지어질 수 있었을까.

바람이 강하면서 사람이 없는 곳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 정말 사람이 없어서, 자연경관을 해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광활하여 환경 파괴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은 곳. 마치 사막과 같은 곳은 어디일까. 바로 바다다.

바닷바람이 더 세고 일정해서 유리

물론 바다도 근해에 풍력발전기를 짓는 것은 여전히 문제를 발생시킨다. 해안가에는 많은 사람이 산다. 자연경관 역시 마찬가지로 망가진다. 얕은 바다에 기둥을 세우면 그만큼 연근해의 환경은 망가진다. 물속에 감춰져 있을 뿐이다. 상상할 수 있는 문제는 끝도 없다. 공사로 인해 바다 밑 생태계가 망가진다면, 저주파 소음으로 생태계가 고통받는다면, 그로 인해 어획량이 감소한다면…. 실제로 국내에서 처음 제주도에 조성되어 지난해 11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해상 풍력발전도 도입 단계에서 주민 설득에 많은 애를 먹었다.

아예 먼바다로 나가면 어떨까? 10㎞ 이상 해안가에서 떨어진 곳에 풍력발전기를 물에 띄우는 것이다. 힘들게 기둥을 세우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이 정도면 환경문제에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다. 특히 소음 문제로부터는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다. 발전기 날개도 얼마든지 대형화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바닷바람이 육지보다 통상적으로 더 세고 더 일정하다는 점이다. 자연 자원이 척박한 우리나라조차 거리가 조금 떨어진 바다의 풍속은 나쁘지 않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땅이 사람이 살기 좋게 풍속이 약한, 그래서 풍력 자원이 척박한 곳이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풍력기상자원도에 따르면 한반도 대부분의 풍속은 5㎧를 넘지 못한다. 풍력발전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풍속이 적어도 4㎧는 되어야 하며, 발전기가 경제성을 갖추려면 6~7㎧는 되어야 한다. 풍력발전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먼바다로 나가면 바람은 강해진다. 국제신재생에너지기구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자원이 척박한 한국도 바다에서만은 쓸 만한 바람을 갖고 있다. 고작 1~2㎧ 차이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이용할 수 있는 풍력에너지는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풍속이 두 배가 되면 이용할 수 있는 풍력에너지는 여덟 배가 된다. 풍속이 4㎧인 곳과 6㎧인 곳의 풍력에너지 차이는 세 배를 넘는다. 이런 여러 이점 덕분에 해상 풍력발전 건설은 새로운 돌파구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물에 띄운다든지 해상 발전단지로부터 해안까지 긴 송전선을 마련해야 한다든지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바닷바람을 이길 수 있도록 내부식성 재료와 설비를 준비해야 하고, 풍랑을 견뎌야 하는 일 따위가 전부 기술적인 도전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술자들이 극복할 수 있는, 혹은 극복해야 하는 기술 요인이다. 혐오시설로 여겨져 유치할 곳을 못 찾는 문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띄울 때 증가하는 비용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석유시추선도 물에 띄우는 세상이니까 풍력발전기를 물에 띄우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대양을 넘나드는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시대이므로 해안까지 송전 시설을 깔지 못할 이유도 없다. 단지 이 모든 새로운 과제들 때문에 추가되는 비용을 상회하는 효율성을 기술력이 제공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또한 기술적 도전이다.

실제로 이런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첫 번째 결실이 북해 스코틀랜드 인근에서 이뤄졌다. 수심 100m가량의 깊은 바다 위에서 거둔 성과다. ‘하이윈드’라는 이 풍력발전단지는 해안에서 약 25㎞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데,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단지다. 북해에서 자그마치 6년간의 테스트를 거친 뒤 지난해 11월 가동을 시작했다. 지름 154m의 날개를 가진 6㎿급 풍력발전기 딱 다섯 기가 2만여 가구가 사용 가능한 전력을 만들어낸다. 이 성공이 향후 풍력발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물론 바람 자원이 풍부한 북유럽의 결과를 보고 섣불리 한국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풍력 자원 역시 보통의 자원처럼 지역적으로 균일하지 않을뿐더러 나라별로 전력 시스템의 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절대 안 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만 온다. 우리나라도 2020년 4월을 목표로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 파일럿 플랜트(750㎾급) 기술 개발 관련 국책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2016년부터 진행된 이 과제는 4년간 총 16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고 정부는 이미 100억원을 출원했다. 이 과제의 결과 역시 궁금하다. 몇 년 안 남았다.

기자명 이진오 (〈밥벌이의 미래〉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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