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0만에 불과한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계문학전집’을 가진 나라로 이야기된다. 2005년 즈음부터 시작된 세계문학전집 붐은 2010년에 무려 10여 종에 이르게 되었고, 그 여파 때문인지 문단이나 학계에서도 세계문학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말 그대로 한국은 ‘세계문학 공화국’이 되었다.
프랑코 모레티, 파스칼 카자노바, 댐 로시 등 주로 서구 이론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로 참조되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왜 한국에서 세계문학이 유행하는지 그리고 한국에서 형성된 세계문학 담론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조영일의 〈세계문학의 구조〉(2011)는 한국문학의 침체와 한국기업의 세계화, 그리고 한류의 전파 등 세계문학이 유행하는 배경에 주목했다. 저자는 세계문학이란 무엇인지, 한국문학에 존재하는 세계문학에 대한 열망은 어디서 왔는지, 왜 한국문학은 그동안 세계문학이 되지 못했는지, 그리고 세계문학이 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세계사적 맥락에서 면밀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획기적인 발상과 문제성에 비해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세계문학을 지향하는 한국문학의 허상, 아니 근대문학 자체에 존재하는 허상을 철저히 해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 문학을 쓰고 읽는 사람들 중에 그와 같은 허상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문예지 〈문학계(文學界)〉에 책의 일부가 소개된 후, 이를 계기로 책 전체가 완역되어 이와나미 서점(岩波書店)에서 출간되었다. 이후 일본의 대표적인 문예지 〈신초(新潮)〉와 〈문학계〉가 이 책의 서평을 실었고, 〈스바루〉는 조영일 저자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이 책은 일본의 여러 대학원에서 세미나 교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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