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독특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상인의 현실감각과 선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자다. ‘메이지유신 기행’과 ‘말라카 기행’을 함께했는데, 여행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여행의 질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상대를 대할 때 그는 탁월한 협상가이지만, 유물과 유적 앞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한 학자다.
주 교수의 매력은 관심의 폭이 넓으면서도 이해가 깊다는 점이다. 우리 문화의 연원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만, 한편으로는 세계를 누비며 우리 문화와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그보다 자료를 더 많이 본 학자는 있을 수 있지만 답사를 더 많이 한 학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지금도 꾸준히 해양 문화 탐방을 하고 있는데, 일전에 이스탄불 톱카프 궁전에서 열심히 유물 사진을 찍는 그를 본 적이 있다. 기자가 어깨를 툭 치자 그가 돌아보았는데, 코끝에 땀방울이 알알이 맺혀 있었다.
1995년 〈한겨레신문〉에 연재되고 이듬해 출간된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는 그를 스타 민속학자로 만들어주었다. 무려 60여만 권이 팔렸다. 주 교수는 최근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 2권을 한데 묶은 합본호를 내며 ‘금줄 없이, 도깨비 없이 태어난 세대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았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라 할 수 있는 민속과 풍속을 전하는 소회가 이 말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시원시원하게 써내려간 ‘글맛’과 풍부한 도판, 다양한 현장 사진이 주는 ‘눈맛’에 책이 수월하게 읽힌다. 우리 고유의 것, 그리고 예전 것에 대한 책이지만 여행할 때 가져가서 읽기 좋다. 우리 문화를 이해하면 그들의 문화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남사당패가 장마당을 들썩이게 하는 모습이 EDM DJ가 좌중을 휘어잡는 모습과 비슷하고, 우리 금줄과 레드카펫의 의미가 서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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