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열리는 축구 축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다. F조에 속한 한국 대표팀이 조별 예선을 통과해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사IN〉에서 ‘무규칙 끝장 축구 토론장’을 마련했다. 박학다식하고 탄탄한 축구 해설로 정평이 난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과 장지현 SBS 축구 해설위원이 만났다. 사회는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맡았다. ‘MB 프로젝트’ 취재에 바빴던 주진우 기자는 〈시사IN〉에서 ‘축잘알’ 기자로 꼽힌다. 좌담은 온두라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이 열리기 전인 5월28일 오후 2시에 〈시사IN〉 회의실에서 열렸다. 좌담 말미에 〈시사IN〉 측에서 몇 가지 ‘사소한’ 질문을 던졌다. 축구 애호가인 양정민씨가 이 흥미로운 좌담을 정리했다. 이야기는 좌담을 하기 직전에 열린 유럽 챔피언스 리그 ‘레알 마드리드 대 리버풀’전에 대한 소감부터 시작되었다.

ⓒ시사IN 조남진장지현 SBS 축구 해설위원,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 주진우 〈시사IN〉 기자(왼쪽부터).

주진우(이하 주):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은 어떻게 보셨나?

한준희(이하 한):여태까지 눈으로 본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중에 가장 황당한 경기였다.

장지현(이하 장):예상대로 전반 30분까지는 리버풀이 압박하고 레알 마드리드가 버티며 고전하는 패턴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고립되는 시간이 많았다. 골키퍼인 로리스 카리우스의 실수로 어이없게 균형이 깨졌다. 모하메드 살라가 어깨탈골 부상으로 일찍 나간 것도 변수였다.

:제가 리버풀 팬이었다면 교체 선수로 들어온 애덤 랄라나를 다시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엠레 칸을 넣고 제임스 밀러를 측면으로 보내거나 도미닉 솔란케를 넣거나…. 살라와 비교했을 때 대체 선수인 랄라나가 영향력이 거의 제로였다. 거기서 리버풀의 운명이 이미 결정됐다.

:살라는 월드컵에서 이집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을까?

:이집트는 그러길 희망하지만 조별 예선 초반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 축구는 어깨싸움이 심한 게임이라 통상 2주 정도는 뛸 수 없다.

:BBC의 전망에 따르면 살라처럼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는 달릴 때 팔을 많이 쓰기 때문에 고통이 있으면 정상 기량까지 회복 기간이 길 것이라 보고 있다. 반면 탈골이 일상생활이 어려운 정도의 부상은 아니니까 회복 기간이 짧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살라는 이집트의 ‘파라오’이기 때문에 월드컵에 반드시 데리고 간다. 다만 조별 리그 첫 경기부터 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깨 탈골은 재발이 쉬운 부상이어서 사실은 쉬는 게 맞지만 팀 사기 때문에라도 데려갈 것 같다.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서 ‘기적의 파라오’가 될지는 지켜봐야겠다.

:살라는 리버풀 전력의 절반 이상이다. 살라가 나온다면 월드컵에서 이집트가 다크호스가 될 만하다.

:다른 아프리카 팀인 모로코의 조직력, 세네갈이나 나이지리아의 선수 구성과 비교하면 이집트가 강자는 아니다.

ⓒ시사IN 조남진주진우 〈시사IN〉 기자
:그럼 아프리카에서 강자를 꼽자면?

:우리가 통상 1990년 카메룬 이후 아프리카 축구 하면 카메룬,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축구 이야기를 주로 했다. 그런데 처음 아프리카 축구가 부흥했을 때 강호로 꼽힌 나라들은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국가다. 이 나라들은 프랑스나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다. 이번에 모처럼 다시 북아프리카 시대가 왔다. 러시아 월드컵에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이집트, 튀니지,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세네갈 총 5팀이 출전했다. 5개 팀의 전체적인 전력을 보면 북아프리카의 모로코가 아프리카 팀 중에 최강이다. 다만 모로코보다 이집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A조가 우루과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렇다 보니 살라 한 명만 잘해줘도 이집트가 16강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모로코는 전력이 최강임에도 조 편성이 스페인, 포르투갈, 이란이고 살라만 한 거물이 없다. 그러나 23명 평균치로 보면 모로코가 아프리카 참가팀 중에 최강이다. 모로코는 스페인, 포르투갈도 상당히 조심해야 할 팀이다.

:물론 스페인, 포르투갈이 세지만 모로코의 조직력, 압박, 공수 전환이 매우 좋다. 스타플레이어는 적더라도 기량이 준수한 테크니션들이 포지션마다 배치돼 있다. 팀적으로 상당히 좋다. 모로코는 복병이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이 전력은 확실히 우위지만 방심하면 잡힐 수 있다.

:우리가 4년 전에 알제리에게 큰코다치지 않았나. 이번 월드컵에서 모로코는 조 편성 핸디캡만 빼고 본다면 4년 전 알제리보다 더 전력이 좋은 팀이고 다크호스로 꼽힐 만하다. 이란은 아시아 참가팀 중에서는 최강이고 황금세대다. 나라마다 황금세대가 오는데 이란이 지금 그렇다. 그 조 스페인-포르투갈 맞대결에서 지는 팀은 모로코, 이란과의 대결을 대단히 조심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남미에 강하다는 건 미신”

:일반인에게는 요새 월드컵보다 재밌는 게 남북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의 단독 드리블이다. 저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모시는’ 사람인데 MB 재판이 관심사에서 밀렸다.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에 모든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6월12일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에 언론의 관심이 3~4일간 집중될 것이다. 우리나라 첫 경기 스웨덴전이 6월18일이니까 그때까지는 어느 정도 관심이 정치 이슈에서 월드컵으로 넘어올 것 같다.

:스웨덴과 첫 경기다. 스웨덴은 조별 예선에서 네덜란드도 이긴 적 있고, 이탈리아를 잡은 팀이다. 과거와 달리 프레드리크 융베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같은 슈퍼스타가 없는 게 오히려 장점인 것 같다.

:한국 대표팀은 감독도 중간에 바뀌었고 스웨덴, 멕시코, 독일처럼 오래 손발을 맞춘 팀이 아니다. 그게 가장 아킬레스건이다. 선수 개인 능력치로 보면 우리도 결코 스웨덴보다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상대에 비해 조직적으로 정비된 팀이 아니다. 그걸 극복하려면 수비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다가 역습이든 세트피스든 돌발 변수를 만들어서 승부를 봐야 하지 않나 싶다.

:4년간 우리가 얼마나 앞으로 나아갔는가? 브라질에서 아픔을 맛봤으면 4년 사이에 앞으로 더 나갔어야 하는데 이번 대표팀은 전혀 나아간 것 없이 벼락치기 팀이 돼버렸다. 온두라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볼리비아, 세네갈과 연습경기를 하고 월드컵에 들어가는데, 그사이에 부상자 대신 새로 뽑힌 선수가 적지 않다. 볼리비아전쯤 되어야 스웨덴전에 활용할 선수들이 많이 경기에 나올 거다. 베스트 11을 가동하는 기회가 실제로는 한두 경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험 며칠 전에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학생 같은 형국이다. 반면 스웨덴은 명단 발표 이전부터 23인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가지 희망은 우리가 스웨덴을 예측하고 대비하기는 편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장 위원 말대로 스웨덴은 오랜 기간 발을 맞춘 멤버이고 우리는 ‘벼락치기 오브 벼락치기’라 걱정이 앞선다.

:언제부턴가 월드컵 하면 16강 진출이 지상 명제처럼 되어 있어서 국민들 기대가 크다. 16강을 위해서는 스웨덴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1차전이 물론 중요하다. 사실 우리의 역대 월드컵을 보면, 야구로 치면 ‘2할5푼’ 게임이었다. 중요한 상황에서 결승 안타를 치느냐 못 치느냐 싸움이다. 우리가 2할5푼 타율에서 안타를 칠 확률은 거기서 거기다. 어차피 모든 경기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우리가 객관적 전력이 가장 아래이기 때문에 어느 경기에서 안타가 터질지는 모르지만 버티는 힘은 있어야 한다. 득점도 중요하지만 무실점으로 막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관건은 수비 집중력이다. 최대한 버티면서 돌발 변수로 득점해 승점을 쌓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시사IN 조남진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

한:우리가 스웨덴을 이긴다 해도 멕시코에 지면 16강에 가기 어렵다. 멕시코전에서도 최소한 비겨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 2002년 폴란드전, 2006년 토고전, 2010년 그리스전에서 이겼다. 2014년에는 러시아전에서 비겼다. 2002년 이래로 월드컵 첫 경기 성적이 3승 1무로 무패를 기록했고, 첫 경기 승리를 거둔 월드컵에서는 그 뒤로도 비교적 선전했다. 첫 경기를 잡아도 멕시코전 승부가 계속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첫 경기를 못 잡으면 16강 진출 확률은 그 순간 3% 미만이 되지 않을까? 반대로 스웨덴을 잡으면 16강 진출 확률이 수직 상승하면서 이번 대회 분위기가 2002년에 버금갈 정도로 급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장에 모이거나 ‘치맥’하기 좋은 시간대에 경기도 시작한다.

주:우리 대표팀이 항상 전력은 조 최약체여도 국민들 성원이 선수들을 좀 더 뛰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응원이 작은 것 같아서 걱정이다.

장:한국 대표팀에 기대가 적은 지금 상황이 반대로 호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이승우처럼 겁 없는 선수도 들어왔고, 선수들이 부담감이 덜한 상태에서 오히려 기량을 잘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박종환 사단의 4강 진출(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도 기대감이 적은 상태에서 터져 나왔다.

한:축구는 실수의 게임이다. 아무도 실수하지 않으면 0-0이다. 실수하는 팀이 나오기 때문에 승패가 갈린다. 다만 지금까지 해온 모습을 보면 우리가 상대 팀보다는 실수할 확률이 더 높아 보이고, 특히 수비 쪽에서 그런 실수 상황이 누적됐다는 게 부담감이다.

주:2차전 상대인 멕시코는 1998년에 우리가 패한 아픔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유럽보다는 중남미에 ‘쓸데없는 자신감’이 있다.

장:1990년대 스포츠 신문에는 “한국 축구는 남미에 강하다”는 말이 매번 나왔다. 대체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체격이 더 크니까 적극적인 대인방어를 하면 강점이 있다고 말하는데 엄청난 편견이다. 우리가 기술이 좋은 팀을 상대해서 결과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왜 자꾸 ‘중남미 팀은 해볼 만하지 않느냐’는 프레임이 생기는지…. 멕시코나 북중미, 남미 팀 선수들이 지금은 유럽 무대에서 많이 뛰고 있고, 현대 축구에서는 피지컬로 남미와 유럽을 구분하기 어렵다. 알제리는 북아프리카 팀이지만 유럽 못지않게 기술이 좋다. 멕시코도 체격이 좋은 선수들이 꽤 많다. 측면 풀백이나 미드필더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뛰면서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고 전술적으로도 상당히 앞서가 있는 팀이다. 어처구니없는 단순한 잣대로 ‘멕시코 해볼 만하다‘는 이야기는 그만 하자.

한:프레임을 씌워서 잘못 판단하고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패한 경기들은 기술파 팀을 상대로 한 경기다. 1986년 아르헨티나전, 1998년 멕시코전, 2010년 아르헨티나전, 2014년 알제리전 모두 어려운 경기를 했다. 이들은 모두 기술력이 좋다. 우리 수비수들이 평상시 리그 경기에서 만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기술이 떨어지고 신체 조건이 큰 유럽 선수를 상대할 때보다는, 새로운 기술로 돌파하는 선수를 국제 무대에서 맞닥뜨렸을 때 더 어려운 경기를 했다. 남미, 북중미, 아프리카 팀을 ‘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건 근거 없는 프레임이다. 해외 언론들은 F조 최강자는 독일이고, 그다음을 멕시코로 보고 있다. 멕시코의 염원은 5경기를 해보는 것이다. 멕시코가 코파 아메리카, 컨페더레이션스컵 조별 리그 3경기는 다 통과하는데 그다음 경기부터 덜미를 잡힌다. 해외 언론은 이번에 그 이상을 할 거라 전망하는데 우리가 쉽게 볼 이유가 없다.

장:중계진은 보통 16강 이후의 숙박은 따로 예약한다. 한국 중계진들도 만약을 대비해서 한인 민박을 잡으려고 했는데 거기까지 멕시코 사람들이 예약을 싹 해놨다고 한다. 멕시코는 이미 16강 너머를 보고 있다. 기대치가 높다.

한:멕시코가 티켓을 6만 장 이상 구입했다. 사실상 멕시코 홈경기처럼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서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우려하고 있다.

주:2002년 월드컵 효과로 다음 월드컵부터는 경기장에 한국 관중이 상당히 늘어났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러시아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없다.

장:러시아에 인종주의자가 정리되고 외국인이 다니기에 안전한 도시가 됐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주변에서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원정 응원단이 상대적으로 적다.

한:예전에는 대기업에서 원정 응원단을 많이 조직했다. 지금은 대형 원정 응원단이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다.

“광고에 축구공이 안 보인다”

주:월드컵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광고에 축구공이 안 보인다.

한:하석주 감독, 차범근 전 감독 나오는 광고 정도다. 예전 같으면 저도 예능 프로그램에 7~8개 넘게 출연했어야 하는데 올해 한 개 찍었다.

ⓒ시사IN 조남진장지현 SBS 축구 해설위원

:저 같은 프리랜서 처지에서는 월드컵 특수가 이렇게 없는 해도 처음인 듯싶다.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하는데 미용사분이 “월드컵을 해요? 다음 달에요? 처음 알았어요!”라고 하더라. 광고도 없고 대형 현수막도 없고, 월드컵이 열리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심각하다.

:멕시코전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희망은 뭘까?

:중요한 역할을 해줄 주전 센터백 네스토르 아라우호가 낙마하고, 센터백 겸 수비형 미드필더 디에고 레예스가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많이 밀리겠지만 세트피스는 노려볼 만하다.

:수단 방법 안 가리고 골을 넣어야 하는데, 요즘 선수들 보면 공을 너무 예쁘게만 차려고 하는 순둥이 같다.

:멕시코전 대비책도 터프하고 투지 있는 플레이와 연관이 있다. 1차전에서 멕시코가 독일에 패하고 우리가 스웨덴을 이긴다면 멕시코는 갈급한 상황에서 한국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멕시코를 짜증스럽게 만들면서 긴 시간 버티거나 선취골을 일찍 넣으면 멕시코는 흥분하고 당황한다. 최근 몇 년간 경기 흐름을 보면 그런 경기에서 멕시코는 많은 골을 내주거나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있었다. 최대한 멕시코를 조급하고 짜증나게 만들 수 있느냐가 포인트다. 그걸 해내려면 역시 활동량, 체력, 조직력이 필요하다.

:독일은 지난 대회 우승팀이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독일 축구가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보이고 있다.

:선수들도 좋지만 요아힘 뢰브 감독이 오랜 기간 팀을 잘 만들어놓았다. 예전 바이에른 뮌헨 스타일을 비롯해서 여러 장점을 접목했다. 선수들이 감독의 철학과 전술 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

:독일은 특히 선수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면 자기 능력을 더 발휘하는 것 같다. 한국의 강점이라면 태극마크를 달고 죽어라 뛰는 투혼인데, 사실 요즘은 이런 모습이 한국이 아니라 독일과 멕시코에서 더 보인다.

:독일에 대한 뾰족한 대처법이 있다기보다는 앞의 두 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가 중요하다. 독일을 3골 차로 이겨야만 16강 진출, 이런 경우의 수가 나오면 경기 시작 전부터 사기가 꺾인다. 독일에게 2골 차로 지더라도 16강 진출이 가능하다는 정도로 최선의 조건을 만들어놓고 조금이라도 부담이 적은 상태에서 도전하면 무승부까지도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독일이 2승을 거둬놓은 상태에서 우리를 상대하면 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은 어떤 전술을 쓰고 어떤 선수가 나오든 최강자다. 기존 멤버보다 새 멤버가 더 잘할 때도 있다. 한국전에 1.5군 선수들이 나와도 1군보다 기량이 떨어지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누가 됐든 실력이 고르기 때문에 주전 멤버가 빠진다 해도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건 위험하다.

:독일은 조 1위를 완벽하게 확정지어야 16강에서 브라질과 만날 가능성이 적다. 또한 독일이 1.5군을 내보낸다 해도 선수들 입장에서는 이 경기에서 뭔가 보여줘야 다음 경기부터 중용될 확률이 높다. 그런 점을 고려해보면 독일이 우리를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장난 섞인 사견인데 ‘태권 축구’로 상대의 기를 꺾어놓는 방법은 어떤가?

:월드컵에서 레드카드를 받으면 그 선수는 트라우마가 수십 년씩 간다.

:허정무가 결과적으로 마라도나를 막는 데 성공했나? 19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수비수 이임생이 아르헨티나 에스나이더를 전담 마크해서 성공한 것 외에 큰 경기에서 우리가 상대를 거칠게 다뤄서 성공한 적은 없다.

놓치지 말아야 할 조별 리그 경기

:월드컵은 축제의 장이고 즐겨야 한다. 한국 대표팀 경기 말고 다른 경기도 즐길 때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경기가 있다면?

:A조는 살라 컨디션이 문제지만 러시아 대 이집트. B조 스페인 대 포르투갈, G조 벨기에 대 잉글랜드가 있다. 그리고 D조(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경기는 대부분 빅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지겨울 정도로 만났고, 크로아티아와 아이슬란드도 자주 만났던 팀이다.

ⓒREUTERS이집트 대표팀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포르투갈이 호날두 원맨팀을 벗어나서 신구 조화가 좋아진 것 같다. B조에서 아시아의 다크호스 이란, 아프리카 최강자 모로코와 한 조에 속한 게 재밌다.

:포르투갈은 페페, 호세 폰테 등 센터백 노쇠화가 걱정되지만 여전히 강팀이다. 주앙 마리우, 윌리엄 카르발류 등이 전성기에 올랐고 대체적으로 멤버들이 호날두 한 명에게 의존할 때보다 좋아졌다. 과거에 비해 팀플레이를 많이 하고 조직적으로 변했다. 8강 후보에는 들어간다. 스페인은 4강 이상, 우승 후보군이다.

:스페인은 4년 전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실책을 만회하고도 남을 ‘뉴 스페인’이 됐다. 마르코 아센시오, 코케, 사울 니게즈 같은 선수들이 들어왔다. 4년 전에는 델보스케 감독이 워낙 오래도록 성공한 팀을 보수적으로 운영한 면이 있었다. 반면 지금 훌렌 로페테기 감독의 스페인은 고유한 스타일은 여전히 있지만 젊은 에너지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강력한 우승 후보임이 틀림없다.

:F조 독일 대 멕시코. D조 아르헨티나 대 크로아티아 경기가 지켜볼 만하다.

:B조의 포르투갈 대 모로코 경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로코에게 발목 잡히면 포르투갈은 곤란해진다. C조는 페루 대 덴마크가 빅 카드다. 비슷한 실력의 페루 대 덴마크가 서로를 넘어야만 다크호스 자격을 얻게 된다. 재미있는 대결이 될 것 같다.

:저는 C조에서 페루는 파올로 게레로가 못 나오는 상황이고, 오히려 오스트레일리아가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세 팀이 물고 물릴 것 같다.

:D조의 크로아티아는 마리오 만주키치, 마르첼로 브로조비치 등 호화 군단인데, 올해 들어 국민들이 대표팀을 보는 시선은 약간 싸늘하다. 소속 팀에서와 국가대표팀에서의 플레이를 비교하면 크로아티아 국민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페루, 우루과이 선수들이 소속 팀보다 대표팀에서 더 잘하는 기질이 있는 반면 크로아티아는 반대 성향이다. 개인 능력은 우승 후보를 위협할 수준인데 실제로는 어떨지 지켜봐야 한다.

:전술적으로 팀 경기를 보면 현대 축구에서 많이 요구되는 다이내믹한 운영은 아니다. 대표팀 감독이 이 선수들의 소속 팀 감독만큼 개인 기량을 살려주느냐는 의문이다. 크로아티아가 멤버는 좋은데 경기를 보면 늘 생각보다 별로였다.

:월드컵을 발판으로 빅 클럽으로 간다는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선수들은 이미 빅 클럽 소속이다.

장:아르헨티나도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 체제로 바뀐 이후에 팀이 완전히 조직되지는 않아서 부침이 많다. 오히려 조직적인 팀은 아이슬란드다. 플레이가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다. 나이지리아는 워낙 좋은 선수가 많다. 오디온 이갈로, 빅터 모제스, 존 오비 미켈 등 ‘선수발’이 상당히 좋다. D조에서 팀적으로 우수한 팀은 아이슬란드다. 나머지 세 팀은 명성이나 기대치만큼 경기력이 안 나온다. D조 네 게임은 다 재밌을 것 같다.

한:E조는 스위스 대 세르비아. 조 전체의 판도를 가를 만한 경기다.

:F조는 아까 한국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했으니 G조로 넘어가자.

:G조 튀니지는 유세프 음세크니라는 에이스이자 최고의 드리블러가 부상으로 빠졌다. 벨기에와 잉글랜드 2강이 순위 싸움을 할 공산이 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선수들 간의 맞대결이 흥미롭다. H조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폴란드와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콜롬비아 대결이 빅 카드다. 물론 세네갈도 마네, 칼리두 쿨리발리, 셰이쿠 쿠야테 등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스타 파워나 해외 언론의 주목도를 볼 때 폴란드 대 콜롬비아가 재미있는 대결이 될 것 같다.

:H조의 일본은 국내파 감독이 조직력과 동기를 얼마만큼 끌어올리느냐가 변수다. 세네갈이 멤버에 비해서는 조직력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H조도 어찌 보면 죽음의 조다.

주:일본이 그동안 월드컵을 보면 미드필드에서 패스 플레이로 자기 게임을 하는 게 부러웠다.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16강 못 나가는데 일본이 16강 가는 건 못 볼 것 같다(웃음).

:지금 주축 선수들인 가가와 신지, 혼다 게이스케, 하세베 마코토 모두 전성기를 지났기 때문에 최강 멤버는 아니다. 다만 모든 팀이 물고 물리면서 막판에 운이 좋아서 어부지리로 진출할 확률은 일본이 한국보다는 높다.

:호불호를 떠나서 일본의 16강 진출은 어려울 것 같다. 일본은 과거에는 결과가 어떻든 자신만의 틀을 갖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은 이도 저도 아닌 팀이 됐다. 스타 선수들도 기량이 예전만 못하고, 팀 스타일 면에서도 과거의 잘 짜인 틀이 깨지면서 뾰족한 무기가 없다.

러시아 월드컵이 낳을 스타는?

:우승 후보를 꼽아보자. 우선 잉글랜드는 이름값에 비해서 월드컵마다 성적이 신통치 않다. 이 선수들 데리고 이렇게 못하기도 힘들지 않나?

:연령별 대표팀 성적은 좋아지고 있는데 항상 축구 종가의 허명만 있지 내실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잉글랜드를 최소한 다크호스 정도로는 꼽아야 한다. 이번 잉글랜드는 황금 세대(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폴 스콜스,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리오 퍼디낸드)와 비교하면 선수들 개개인의 이름값은 떨어졌지만 과거 잉글랜드 팀의 고질적 단점은 덜 가지고 있다. 예전보다는 내실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시점이라 보인다.

:예전에는 언론의 기대가 높았고 명성 있는 선수를 여론 때문에 꼭 뽑아야 했다. 이번에는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감독의 선수 선발이 자유로워졌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뽑혔을 조 하트가 이번에 조금 부진하니까 안 뽑히고 최근 활약했던 닉 포프가 뽑혔다. 수비에 필 존스 같은 경험 많은 수비수를 뽑고 앞쪽에는 델레 알리, 해리 케인, 마커스 래시퍼드 등 경험은 많지 않지만 젊은 선수들을 배치했다. 팀 스타일 자체도 예전처럼 어정쩡하게 강팀에 맞불작전으로 주도권 싸움을 하지 않고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실리 축구를 하려고 한다. 어린 선수들, 컨디션 좋은 선수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예전에는 베컴, 제라드, 스콜스, 램파드 같은 슈퍼스타 미드필더를 선발 명단에 다 넣어야 했다. 그러면 비슷한 선수 과잉이 되고 밸런스가 깨진다. 지금은 거품을 좀 걷어내고 실속형 팀이 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자율성이 높아졌다. ‘설레발쳐봤자 특별히 잘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 잉글랜드 팬들도 안다.

:벨기에는 로멜루 루카쿠, 에당 아자르 등 척추가 강하고, 티보 쿠르투아라는 걸출한 GK를 가지고 있다. 이 좋은 선수들로 4강까지 갈 수 있을까?

:전에는 마르크 빌모츠 감독의 문제가 많았다. 우리 표현대로라면 ‘쌍팔년도 축구’ 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선수발’로 버틴 부분이 좀 있었다. 실리적이고 현대 축구에 부합하는 역동적인 전술 쓰려고 데려온 게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다. 마르티네스 감독도 지금 현대 축구의 최첨단에서는 조금 뒤떨어져 있는 세대다. 벨기에가 긍정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역동적인 전술을 보여주기는 이번에도 힘들 것 같다.

ⓒAFP PHOTO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완전히 동의한다. 전술이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 개별적 플레이에 성적이 달려 있을 공산이 크다. 작년 연말에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벨기에가 3-3으로 비겼다. 선수들 이름값을 생각하면 벨기에가 이겼어야 하는 경기인데 진땀을 뺐다. 벨기에 선수 사이에서 팀 전술에 의구심을 품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이번 월드컵 최고의 스타는 누굴까? 메시와 호날두가 전성기의 나이에서 맞붙을 수 있는 마지막 월드컵이다. 새로운 스타가 나올까?

:저는 동기부여 측면에서 메시다. 마지막 월드컵을 맞은 메시에게 아마 앙헬 디 마리아, 세르히오 아구에로, 파울로 디발라 등 많은 공격진 동료들이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아르헨티나가 조직적으로 완비되지 않았지만 메시 개인의 동기부여가 크다. 하지만 우승 확률은 독일이 가장 높다고 본다.

:우리 세 명이 내기를 걸어보자. 우승팀 두 팀과 가장 빛날 선수 예측하기. 

:우승 후보는 독일, 스페인을 보고 있다. 선수는 메시.

ⓒAP Photo브라질 대표팀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선수는 네이마르. 메시도 커리어에 월드컵이 오점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엄청난 동기를 가질 것은 틀림없다.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조기 탈락한 게 휴식기가 됐다는 점도 메시에게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네이마르 입장에서도 이번 월드컵에서 못하면 2018년은 그냥 날리는 거다. 올해의 선수 정할 때 10등 안에도 못 들 상황이다.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는데 클럽에서는 장기 부상 때문에 실패한 시즌이 됐다. 몇 개월 쉬었다 해도 월드컵에서 경기 감각이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체력적으로 충전돼 있고 호베르투 피르미누, 윌리안, 가브리엘 제수스 같은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잘 뛸 수 있는 환경은 갖춰졌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에 비해서는 브라질이 강팀이다. 그래서 네이마르를 꼽았다. 우승 후보 둘은 브라질과 프랑스를 꼽겠다. 스페인까지 꼽고 싶은데…. 최근 모든 인터뷰에서 독일, 스페인, 브라질, 프랑스 4강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력으로도, 토너먼트 대진상으로도 넷 중에 우승팀이 나올 확률이 높다.

:브라질의 어떤 점을 보고 우승 후보로 뽑았나?

:브라질이 네 팀 중에서는 선수층이 약간 얇다. 그래도 스위스, 세르비아, 코스타리카 조별 리그 상대가 브라질 처지에선 아주 험난한 대진은 아니다. 스페인은 포르투갈, 모로코, 이란과의 조별 리그에서 상처 입을 가능성이 있다. 독일은 다른 팀들에 비해 선수층의 평균은 높지만 토마스 뮐러, 마르코 로이스, 마리오 고메즈 등 최전방의 화력이 옛날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는 액면가로는 최강이다. 못 뽑힌 선수들로도 국가대표 세 팀을 더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디디에 데샹 감독에게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최근 프랑스의 〈르 파리지앵〉 월드컵 특별판에 제가 기고를 한 적이 있다. 프랑스 대표팀에 대한 평가를 질문받았는데 이렇게 답했다. ‘프랑스가 이 멤버로 4강 이상 못 가면 대실패인데, 데샹 감독이 남아서 못 쓸 정도로 훌륭한 선수들을 가지고 최적의 라인업을 찾아내는 일이 문제다. 그리고 프랑스는 선수들끼리 에이스 경쟁을 하지 말고 공통의 목표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메시, 네이마르를 최고의 별로 꼽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지켜볼 만한 신성은?

ⓒAFP PHOTO하킴 지예흐(아약스)
:모로코의 하킴 지예흐라는 젊은 선수가 있다. B조가 재미있는 게 하킴 지예흐와 이란의 알리레자 자한바크슈 모두 네덜란드 리그의 최상급 선수들이다. 흥미로운 맞대결이다. 모로코가 죽음의 조를 통과하려면 지예흐가 제 실력을 발휘해줘야 한다. 만약에 모로코가 조별 예선을 통과해 최고의 다크호스가 되면 핵심인 지예흐도 확실히 뜬다.

:러시아의 알렉세이 미란추크를 꼽겠다. 러시아는 마리오 페르난데스, 콘스탄틴 라우슈 등 몇몇 귀화 선수를 예비 명단에 넣었다. 개최국으로서 어떻게든 조별 리그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우루과이의 로드리고 벤탄쿠르도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는 누가 뭐래도 킬리안 음바페다. 나이로 치면 신성이고 첫 월드컵이지만 몸값은 이미 신예 수준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제가 기대하는 선수는 많이 지친 것 같지만 세르비아의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 정도다. 라치오의 중앙 미드필더로 체격도 좋다.

:저는 주목할 선수는 메시, 우승 후보는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를 꼽겠다. 스페인과 프랑스 모두 전·현직 첼시 골잡이들이 약해서 고민인데 프랑스가 더 우승 확률이 높아 보인다. 두 분 중에 예상이 적중하는 분이 있으면 제가 밥과 술, 커피까지 사겠다. 반대로 하나도 못 맞힌 분은 저에게 사주셔야 한다. 일본은 16강 탈락하는 걸로 우리 셋 의견이 만장일치로 정리됐다(웃음).

이영표와 박지성의 중계 대결

:두 분 모두 월드컵 때 러시아에 해설하러 가는데, 이번에는 마이크 싸움에서 어디가 유리할까? SBS가 박지성 해설위원을 영입했는데.

:이영표 위원이 4년간 모든 대회에서 지상파 3사 시청률 전승을 거뒀다. 축구선수 출신으로서 조리 있게 장시간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이영표 위원이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역 선수 중에는 김신욱 선수가 이영표 위원 버금가게 말을 잘한다. 이번에 KBS에 게스트 해설자로 오는 이근호 선수와는 홍명보 자선축구에서 중계를 같이 해본 적이 있다. 이근호 선수는 말을 재미있게 한다. 게스트로 온다고 해서 두 팔 벌려 환영했다.

:SBS는 박지성 해설위원, 박문성 해설위원이 있다. 중계 시청률은 1진 해설진이 무너지면 2진, 3진도 같이 무너진다.  

:이전까지는 비슷한 세대 위원들과의 경쟁이었다면 지난 월드컵부터 최초로 2002년 월드컵 세대와의 대결이 시작됐다. 차범근 감독을 아는 세대는 2002 세대도 알지만, 2002 세대를 아는 젊은 층은 차 전 감독을 잘 모른다. 여기서 2002 세대가 남녀노소를 아우른다는 강점이 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차 전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잘 모를 것 같다. 제가 1990년대에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여행을 갔는데 사람들이 “범근 차, 범근 차” 하면서 맥주를 사주더라.

:MBC는 상대적으로 해설 이야기가 많이 안 나오는데?

:시청률로 보면 MBC도 만만치 않다. MBC는 KBS, SBS와는 콘셉트가 다르다. 예능성을 강화한 느낌이다.

:이번엔 박지성 SBS 해설위원이 변수다. 연습하는 걸 봤는데 생각보다 잘한다. 첫 경기에서 팬들이 볼 때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바뀔 수 있다.

ⓒTASS알렉세이 미란추크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박지성 선수는 전설 중의 전설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KBS와 SBS 싸움이 되리라 보인다. 초반에 누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느냐로 승부가 갈리겠지만 박빙의 대결일 것이다. 경험·언변·안정성의 이영표 위원과 잠재력의 박지성 위원 중 시청자의 판단은 어디일지.  

스리백이냐 포백이냐, 한국 대표팀의 고민

스리백, 포백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포백이 수비수 한 명이 더 많으니까 더 수비적인 형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고전적인 전술 형태에서 쉽게 설명드리면 스리백은 뒤에 세 명의 수비수가, 포백은 두 명의 센터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수비로 전환될 때 스리백은 엄연히 얘기하면 사실상 파이브백이다. 윙백이 내려와서 수비를 하고 포백은 네 명이 수비한다. 단순히 수비수 숫자를 놓고 보면 고전적 개념에서는 스리백이 좀 더 수비적이다. 다만 감독이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이 대목에서 꼭 추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 이후에 계속 표류를 해왔지만 우리 국가대표팀은 4-4-2 포메이션을 시도했을 때 조금 나은 경기를 했다. 이번 월드컵은 상대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신태용 감독이 스리백을 쓰더라도 공격에는 투톱을 두겠다는 인터뷰를 했다. 일리는 있다. 원톱 경기에서 우리가 통상적으로 고립되거나 금방 볼을 뺏기면서 공격이 풀리지 않는 상황이 많았다. 그런데 투톱과 스리백 조합이 최선인가는 의문이 있다. 두 가지가 같이 가려면 3-5-2 포메이션이 돼야 한다. 공간 배분 방식이 달라지는 거다. 포백이 바둑판처럼 심플하게 공간을 배분하는 반면 스리백은 좀 더 복잡해진다. 선수의 공간지각력, 활동량이 좋아야 한다. 투톱과 스리백을 같이 짜맞추려고 3-5-2 포메이션을 활용하다가 잘못하면 측면에서 수적 열세가 나올 수 있다. 실전 운용에서 측면 수비를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이번 월드컵에서 첼시 선수들 잘할까? (장지현 해설위원은 축구 팬들 사이에서 ‘첼지현’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첼시의 오랜 팬이다.)

:첼시의 전·현직 선수들이 우승 후보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올리비에 지루, 은골로 캉테), 스페인(디에고 코스타), 벨기에(아자르) 등 전·현직 첼시 선수들의 활약 여부가 우승 향방에 중요하다(웃음).

주진우 기자와 만나서 축구 얘기를 하니까 어땠나?

:일단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일을 많이 하신 분을 뵈어서 영광이다. 주 기자가 축구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요즘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분들이 초등학생 마니아다. 정말 순수하게 많이 보고 좋아하게 되면 해설위원 뺨치게 깊이 알 수 있다. 주 기자님도 내공이 굉장하리라 기대하고 왔는데 오히려 기대치에 비해서는 흡족하지 않은 것 같다(웃음). MB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신 게 아닌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이 많은 시기지만 월드컵 기간에 방송국이 프리뷰 쇼, 하이라이트 쇼 다양하게 시간 할애할 것이다. 주 기자 정도면 축구 프로그램 패널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것 같다. 부업이 필요한 세상이다(웃음).

:요새 트럼프, 김정은 열심히 보고 있고 아직 재판도 받아야 한다. 아무튼 다시 저의 축구사랑이 용솟음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웃음).

기자명 정리·양정민 (축구 애호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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