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제 국제 대회에서의 성과는 나쁘지 않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뿐 아니라 남미 최강팀을 가리는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최근 14년간 준우승만 네 차례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매번 좌절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절하된 편이지만, 이 정도도 대단한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르헨티나는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돌풍의 팀’ 아이슬란드, ‘단단한’ 크로아티아, ‘유연한’ 나이지리아와 함께 D조에 속해 있다.
아르헨티나 공격진은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메시를 중심으로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 곤살로 이과인, 파울로 디발라(이상 유벤투스)가 있어 누가 나오더라도 위력적이다. 문제는 뒷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아르헨티나 골문을 지켜온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 소속 팀에서는 백업 골키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이지만, 대표팀만 오면 날아다니는 ‘애국자’였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A매치 경험이 94경기나 되는 그의 부상은 충격적이다. 윌리 카바예로(첼시)가 로메로를 대신해 주전 골키퍼가 될 가능성이 크다. 37세(1981년생)의 베테랑이지만 A매치 경험이 2경기에 불과하다. 소속 팀에서는 최근 4시즌 동안 리그 26경기 출전이 전부다. 메시가 아무리 공격을 해봤자 뒤에서 뚫리게 되면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카바예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세계가 주목하는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아르헨티나가 지난 월드컵에서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토너먼트에서 실점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16강부터 결승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딱 한 골만 내줬다. 결승전에서 독일에 허용한 실점이 유일하다. 이처럼 이번 대회 역시 수비가 중요하다. 수비에서 틀어막은 다음 최전방에서 메시가 해결하는 형태의 경기 운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메로의 갑작스러운 부상 그리고 최근 평가전에서 보여준 많은 실점이 아르헨티나를 괴롭히고 있다.
월드컵 티켓 중고 거래 사이트를 보면 해당 팀의 인기를 알 수 있다. 아르헨티나 경기의 평균 중고 티켓 가격은 항상 상위권이다.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크로아티아 경기는 1인 기준 약 100만원은 넘게 줘야 그럴듯한 자리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의 강팀 경기도 60만~70만원 내외라는 걸 감안했을 때 아르헨티나가 가지고 있는 티켓 파워는 매우 강하다. 이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자체가 인기 있어서가 아니다. 메시 덕분이다. 31세 메시의 전성기 경기를 보기 위한 열망이 티켓 가격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메시도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월드컵 우승 도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 메시는 최근 인터뷰에서 “(4년 전) 독일과 결승전 경기를 다시 본 적이 없다. 형편없었다. 이제 마지막 기회다. (나의 월드컵 우승은) 지금 아니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메시는 집중 견제 대상이다. 최소 2명 이상의 수비수들이 메시를 견제할 것이다. 그래서 메시의 활약은 공격 포인트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 메시 덕분에 자유로워진 동료 선수들의 활약까지 넓게 봐야 한다. 메시가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월드컵 우승을 위해서는 조별 리그부터 결승까지 총 7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수비 조직력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빛나는 공격력이 필요하겠지만, 토너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정적인 수비력이다. 이 점은 아르헨티나의 불안 요소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스페인과 벌인 평가전에서 1-6으로 패했다. 주축 선수 일부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6실점은 뼈아픈 결과다. 특히 과거 아르헨티나 축구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었던 수비수들의 강력한 공격력은 점차 색깔이 옅어지고 있다. 여기에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허베이)도 전성기가 지났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스리백’ 대신 ‘포백’ 전술을 실험했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다시 스리백 전술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수비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조별 리그에서 상대하는 3개 팀의 공격력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했을 때 대회 초반부터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수비수여, 아르헨티나를 울리지 말아요
아르헨티나는 1978년과 1986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마라도나가 5골을 넣은 1986년 대회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다. 1990년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서독에 0-1로 패했으나 여전히 세계 축구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로는 조금씩 하락세였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는 조 3위로 16강(당시에는 24개 팀이 참가했기 때문에 조 3위도 16강 진출이 가능했다)에 올랐다가 루마니아 돌풍에 발목을 잡혀 탈락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는 데이비드 베컴을 앞세운 잉글랜드에 0-1로 패하며 1승 1무 1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3경기만 치르고 탈락한 건 당시 기준으로 1966년 이후 36년 만의 일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등장과 함께 다시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2006년과 2010년 대회에서 연속해 8강에 오른 이후 2014년엔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아르헨티나 축구에서 러시아 월드컵은 어쩌면 다시 오기 힘든 기회다. 전 포지션에 걸쳐 균형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메시를 앞세운 공격력이 극강인 세대이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를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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