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 패밀리 아메리카(Healthy Family America·HFA)’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고안된 미국의 대표적인 가정방문 프로그램이다. 임신한 여성이나 태어난 지 3개월 이내의 신생아 부모가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가정방문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부모 교육, 우울증 검사 등 양육에 필요한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한다.

1992년 시작한 이래 HFA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은 미국 전역 25개에서 624개로 증가했고 현재 35개 주, 캐나다 등지에서 10만여 가구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11년 미국 보건복지부가 HFA를 검증된 가정방문 모델의 하나로 인정한 것이 확산 계기가 되었다. 250개가 넘는 가정방문 모델을 검토한 결과다. 법적으로도 프로그램의 지원 근거가 강화되었다. 1974년 만들어진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CAPTA)’의 2010년도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커뮤니티 기반의 예방 중심 프로그램 및 활동 시간을 운영 및 확장’하도록 했다.

ⓒ시사IN 이명익이은주 알바니 대학 사회복지학교 교수는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초기에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를 지원하면 학대 예방 효과가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기조에 따라 정책을 개발하고 관리·감독한다. 뉴욕 주는 2011년 이전부터 HFNY(Healthy Fmaily New York)의 설립을 지원하는 등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뉴욕 주는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 편이다. 이은주 알바니 대학 사회복지학교 교수도 관련 연구자 중 한 명이다. 미국의 아동복지 정책을 전공한 이 교수는 1999년부터 HFNY가 운영하는 가정방문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 연구해왔다.

 

HFNY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하는가?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가정방문 프로그램의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 서비스를 받은 가정이 1년째, 3년째, 5년째에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추적 관찰하는 식이다. 개선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1200여 가정을 무작위로 선정해(절반은 서비스를 경험한 가정, 절반은 경험하지 않은 가정) 비교하는 연구를 15년째 하고 있다. 첫 번째 연구에서 이 프로그램이 신생아의 저체중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했다. 임신 31주차가 되기 전 프로그램에 등록한 임신부의 경우 그렇지 않은 임신부보다 저체중아를 출산할 위험이 48% 낮았다. 저체중아는 유아 사망률을 비롯해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아동학대 및 방임을 예방하는 효과도 증명되었나?

아동학대 사건으로 수사기관에 보고된 적이 있는 가정의 7년 후를 비교했다. HFNY를 접한 가정의 경우 서비스를 접하지 않은 가정에 비해 아동학대 사건의 재발 확률이 절반이었다. 심각한 수준의 신체적 학대 행위를 저지르는 비율도 75~88% 낮았다. 서비스를 받은 지 3년째 되는 부모가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비디오를 찍어 분석하기도 했는데, 부모가 비교 집단에 비해 아이의 인지 발달을 자극하는 양육 태도를 보였다. 아이들의 요구에도 예민했다. 비폭력적인 훈육 방식을 택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5세(취학 전)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아기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나?

연구 결과 서비스를 받은 아동의 경우 학업성취도도 높은 걸로 나온다. 프로그램을 경험한 가정의 아동이 학교에 진학했을 때 보통의 경우보다 유급할 확률이 절반이었고, 7세에 영재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이 2.7배 더 높았다. 7세에 (학업 부진으로 인한) 특수교육을 받는 비율은 26% 적었다.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서비스 이후에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NFP 홈페이지 갈무리뉴욕 시는 NFP도 지원하고 있다. NFP는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 간호사가 방문해
아이와 산모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가정방문 프로그램(아래)이다.

HFA 이외에도 미국의 가정방문 프로그램이 다양하다고 들었다. 

뉴욕 주는 HFA를 강조하는데 뉴욕 시에서는 자체적으로 NFP(Nurse Family Partnership)를 많이 지원하고 있다. HFA와 마찬가지로 미국 전역에서 이뤄지는 가정방문 프로그램으로, 간호사가 아이 있는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가 하는 거라 효과가 좋은 편이다. 그 밖에도 18세 미만의 산모를 대상으로 하는 HS(Healthy Start), 3세 이하의 아이가 있는 가정을 방문하는 EHS (Early Head Start), 임산부를 비롯해 1세 미만에게 서비스하는 CCDP(the Compre-hensive Child Development) 등이 있다. 모두 아동학대 예방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 및 가정환경, 부모의 우울감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다.

뉴욕 주가 특히 가정방문 서비스를 강조하는 편인가?

미국의 가정방문 프로그램은 뉴욕 주 북부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NFP를 고안한 데이비드 올스가 1977년, 뉴욕 주 셔멍카운티 엘미라에서 최초로 무작위 실험을 실시했다(프로그램을 경험한 집단과 경험하지 않은 집단을 무작위로 골라 비교하는 연구). 아동학대 예방 효과 등 훌륭한 결과가 나왔다. 다른 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92년 미국 아동학대 예방 단체 PCAA (Prevent Child Abuse America)가 NFP의 강점을 가져오되, 간호사 대신 가정방문사를 쓰는 HFA를 시작했다. 뉴욕 주는 최초로 HFA를 도입한 주다.

정부가 인증한 가정방문 모델이라는 게 뭔가?

수백 개의 가정방문 프로그램 중 정부가 인증한 것으로,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의미다.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연방정부의 지원 예산과도 관련이 있다. 2010년까지 가정방문 프로그램은 연방 기금이 아닌 주정부나 시의 기금으로 진행되었다. ‘오바마 케어’가 통과되었을 때, 증거에 기초한(evidence based)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확장하기 위한 기금이 생겼다. 선택 가능한 모델이 몇 가지 있지만 NFP와 HFA가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지원이 끊길까 봐 우려했지만 공화당 정부도 승인했다. 그만큼 보편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오클라호마같이 보수적인 주에서도 시작했다.

주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나?

미국은 각 주의 지원 체계나 방식이 다르다. 아동학대에 대한 통계도 그렇다. 어떤 곳은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다 다쳐도 교통사고가 아니라 학대 사건으로 집계한다. 6개월이 되기 전에 이유식을 주는 건 굉장히 안 좋은데 그런 것도 아동학대에 속한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아동학대 집계 비율이 높다고 해서 실제로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없다. HFA도 어린 임신부,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같이 취약 요소를 가진 가정을 대상으로 하지만 각 주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 주는 첫째 아이를 가진 21세 미만의 엄마를 대상으로 하지만 뉴욕 주는 취약 요소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국에 추천할 만한 모델이 있다면?

영아가 있는 모든 가정에 한 번씩은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초기에 부모를 지원하면 학대 예방 효과가 클 것이다. 이른 시기에 맺은 양육 관계가 평생의 발달을 좌우하기도 한다. 지자체와 민간의 협력 아래 훈련받은 방문사가 가정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도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가 각각 조산사와 간호사를 전체 가정에 보내는 것으로 안다.

 

 

 

 

 

기자명 뉴욕·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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