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입헌군주제 국가이지만 실질적인 국정은 훈센 총리가 34년째 쥐고 있다.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 일당독재 체제다. 7월29일 열린 총선 역시 사실상 단독 선거였다. 훈센 총리와 CPP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야권을 미리 초토화했다. 2013년 총선에서 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이례적인 지지율(45%)로 CPP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해 11월 CNRP는 ‘외세와 손잡고 국가 전복을 꾀했다’는 혐의로 강제 해산됐고, 당 대표 켐소카 씨는 반역죄로 구속됐다. 소속 정치인 118명에게는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했다. CNRP 부대표인 무어쏙후어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구속 위기에 처한 무어쏙후어 씨는 지난해 10월 캄보디아를 떠났다. 세계 각국을 돌며 국제사회에 캄보디아의 현실을 알리고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7월28일, 무어쏙후어 씨는 광주 금남로 5·18민주광장에 있었다. 재한 캄보디아인 5000여 명과 함께 촛불을 든 채였다. 캄보디아어로 개사한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불렀다. 국제민주연대·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참여연대가 주최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하는 ‘캄보디아 총선과 민주주의의 위기’ 간담회 참석차 다시 한국을 방문한 무어쏙후어 씨를 8월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만났다.
광주에서 촛불집회를 연 까닭은?
한국에 있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나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 데려갔다. 이주노동자이자 캄보디아 민주화를 위한 활동가들이다. 그들이 내게 우리가 광주에서 배울 점이 많으며 그 역사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캄보디아를 바꾸고 싶고, 독재자를 권력에서 내려오게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런 점에서 광주 시민들이 1980년 당시 보여준 결단력은 인상적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곳에 모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캄보디아인이 대부분 결혼 이주여성이거나 이주노동자다. 그럼에도 촛불집회 당일 5000명 정도가 모일 수 있었던 건 민주화에 대한 우리의 열망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캄보디아 인구 75%가 35세 이하다. 그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이 와 있고, 그들이 캄보디아 미래의 리더가 될 것이다.
2016년 한국 촛불집회도 인상적으로 봤다고 들었다.
한국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촛불집회를 통해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렸다는 사실이 다른 아시아 독재국가 국민들에게 굉장한 희망을 주었다. 엄청나게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캄보디아 총선을 보이콧하면서 벌인 캠페인 중 하나가 ‘깨끗한 손가락’이었다. (선거에 참여했다는 표식인) 잉크가 묻지 않은 손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그러자 바로 탄압이 이어져 현재 다섯 명이 구금되어 있다.
자신의 안전도 보장받기 어려웠을 텐데.
남편이 미국인인데 2년 전 암으로 죽었다. 딸이 셋인데 현재는 나는 물론이고 딸들도 캄보디아에 남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 많은 반독재 시위 활동을 벌였고, 그 자리에 항상 딸들이 있었다. 딸들은 여성단체를 조직하거나 인권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캄보디아 총선 결과가 사실상 확정됐다.
대의민주주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가짜 선거’다. 캄보디아구국당(CNRP)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견제가 심했다. 선거 결과는 캄보디아가 독재정치로 회귀하는 과정을 잘 나타낸다. 단순히 권력을 가지는 것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군사력도 증강시키고 있다. 훈센 총리가 정권을 아들에게 이양하려는 움직임 중 하나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은?
유럽연합에서는 훈센 정부에 민주주의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특혜를 거두고 시장을 닫겠다고 한다. 캄보디아 섬유 시장에 투자한 한국 기업인도 많은 것으로 안다. 캄보디아 민주주의의 위기는, 한국의 경제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 발전을 보여준 국가다. 함께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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