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서울 영등포 한 쪽방촌에서 타임스퀘어가 바라다보인다.

경제학 내에서 불평등과 관련된 대표적인 연구자는 영국의 앳킨슨이었다.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수인 ‘앳킨슨 지수’의 개발자다. 또한 노벨상을 받은 스티글리츠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의 멘토이기도 했다. 그는 심화된 불평등이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지적하고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뒤를 이어 스티글리츠는 이른바 ‘1%’에 초점을 맞췄다는 차이는 있지만 불평등이 증가하면 성장이 멈추게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피케티는 불평등의 원인에 관해 분석했다. 그는 과세 자료를 분석해 지난 200년 동안 상위 10% 사람들의 소득과 부가 얼마나 늘었는지 알아냈다.

그리고 경제학계의 슈퍼스타 라지 체티 하버드 대학 교수가 있다. 체티 교수는 아직 40대이지만 그가 곧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체티 교수는 미국의 소득세 빅데이터를 이용해 미국 불평등의 다양한 측면을 조망해왔다. 이러한 연구는 2009년 미국 국세청(IRS)이 체티에게 개인 식별 정보를 제외한 과세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일련의 연구를 통해 체티 교수는 미국 소득과 사회 이동성의 다양한 측면을 문자 그대로 그려냈다. 예컨대 연방소득세 자료를 분석해 빈곤율이 낮은 곳에서 성장한 아동이 높은 곳에서 성장한 아동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좀 더 높은 소득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분석 결과는 주택 바우처 제도, 학교 배정 등과 같은 정책에 바로 응용해 적용되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도 불평등과 관련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과정 중에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후보 대부분이 이런 불평등 심화 현상을 지적했다. 모든 후보가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소득주도 성장도 불평등과 그 격차가 더 이상 확대되면 한국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이 얼마나 불평등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사실’의 영역이다. 자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소득은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 국세청에 보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세 자료에 기초한 소득분배 현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과세 정보는 국세기본법 비밀유지 조항(제81조의 13)에 따라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국가 통계를 목적으로 통계청장에게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되었지만 상당히 제한적이다. 제공된 자료도 상세하지 못해서 상위 1%, 상위 0.1%의 소득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 더 나아가서 근로소득 외에 사업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 등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정확한 전수 자료를 서버에 쌓아둔 채 설문조사에 의존한다. 청와대 경제수석·통계청장 교체와 관련된 논란도 알고 보면 소득분배가 좋아졌는지, 아니면 나빠졌는지를 두고 벌어진 일이다. 북유럽 나라들이 과세 정보를 이용하여 다양한 정책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상위 0.1%가 배당소득 전체의 51.8% 가져가

최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통해 공개된 국세청 자료는 이러한 빈 공간을 메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심상정 의원은 9월2일 근로소득·이자·배당·종합소득 천분위 자료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원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공식 통계인 〈국세통계연보〉에는 16개 구간으로만 구분되어 뭉뚱그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상위 소득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해당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의 경우 근로소득 총급여 기준 상위 0.1%의 평균 근로소득은 6억8000만원으로 하위 10%의 37만원과 비교해 1800배 이상 높았다. 상위 1%가 1억4700만원 정도를 번 것과 비교하면 소수의 사람들에게 고소득이 집중되었다고 볼 수 있다(위 〈그림 1〉 참조).

근로소득이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얻는 소득이라면 금융소득은 과거에 축적해놓았던 자산으로부터의 소득이다. 금융소득은 크게 보면 돈을 빌려준 대가로 받는 이자소득과 투자한 것에 대한 대가인 배당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자소득은 상위 0.1%가 이자소득 총액의 17.8%를, 배당소득은 전체의 51.8%를 가져가고 있었다. 금융소득, 기업의 영리 행위로부터 얻는 소득인 배당은 소수의 몇 명에게 집중됨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총생산 중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면서 자본소득분배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증가한 자본소득도 몇몇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소득주도 성장 추진 여부에 대한 정보의 일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공개된 자료에는 조세 부담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어서 그동안 궁금하게 생각해오던 2014년 세제개편의 효과도 비교적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위 〈그림 2〉에서와 같이 소득 대비 세 부담을 측정하는 평균 유효세율이 2014년 세제 개편 후 총급여 7000만원 이하는 감소한 데 비해, 그 이상은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진보 진영에서 비판하던 ‘서민증세·부자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던 것이다.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가 개인 식별 정보가 제거된, 자세한 개인납세자 수준의 자료가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 그런 자료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이다. ‘징검다리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번 분석은 앳킨슨과 체티 연구의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식별 정보가 제거된, 자세한 자료가 공개되면 우리 소득의 변화를 비교적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기자명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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