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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터지는 트럼프 백악관 난맥상

2018년 09월 21일(금) 제575호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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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스>에 실린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의 익명 기고문이 워싱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백악관 측은 법무부에 수사를 요청했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세력의 일부다’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를 정조준한 <뉴욕타임스> 9월5일자 현직 고위 관리의 익명 기고문이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 파문이 좀체 수그러들 줄 모른다. 노발대발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백악관은 법무부에 해당 관리의 신원을 확인해달라며 공식 수사를 요청했다. 백악관 측은 백악관 인사를 포함해 연방 부처를 상대로 은밀히 색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장을 지낸 존 브레넌은 NBC 방송에서 이번 익명 기고문과 관련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서 나온 적극적 불복이다. 직원들이 대통령 명령을 따르지 않는 행정부가 지속되는 건 가능하지 않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행정부 내의 많은 고위 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과제 일부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열심히 힘쓰고 있고, 나도 그 가운데 하나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인사는 과연 누굴까? 현재 워싱턴 정가의 관심도 ‘고위 관리’가 과연 누구이며 이 인사에 대한 법무부의 수사 여부, 나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성격과 통치 난맥상이 11월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잔뜩 쏠려 있다. 435명에 달하는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3분의 1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 집권 후반기의 국정 운영과 본인의 재선 출마 여부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AP Photo
미국 뉴욕의 한 서점에 진열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

먼저 해당 관리가 누구인지 추측이 난무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 범주에 자동으로 포함되는 장관은 기고문이 보도된 직후 한결같이 “Not me(난 아니다)”를 외치며 전전긍긍하는 상태다. 자신이 즐겨 쓰던 표현 ‘lodestar(북극성)’가 해당 기고문에 등장해 의심을 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겠다며 적극 부인했다. 이 외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커스틴 닐슨 국토안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릭 페리 에너지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대사,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이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트럼프 측근이자 ‘고위 관리’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 자신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대선 때 트럼프 핵심 선거참모를 지낸 마이크 카푸토는 CNN에 “익명의 고위 관리가 누구인지 확실히 안다”라면서도 신원 확인은 거부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문제의 관리는 부인한 인사들의 명단에 포함돼 있음을 100% 확신한다”라면서 두 가지 힌트를 주었다. 하나는 해당 인사가 백악관 고위 관리는 아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고위 관리’의 직급 수준과 관련해 “아주 높은 직급이 아니라면 <뉴욕타임스>가 독자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최소한 부장관급 이상일 거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여성과 부장관급 이상의 범주에 드는 닐슨 국토안보장관,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벳시 데보스 교육장관, 장관급인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장은 모두 대변인을 통해 부인했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월10일 브리핑에서 백악관이 법무부에 문제의 인사를 찾아내 의법 조치를 고려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샌더스는 이 관리가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국정 혼란과 난맥상을 막기 위해 유사시 현직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는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하는 문제가 각료들 사이에 조용히 논의된 적이 있다”라고 말한 점을 상기시켰다. 샌더스 대변인은 “적법하게 선출된 대통령과 행정부 전체를 적극적으로 약화시키려 한 만큼 분명 문제가 있고, 이걸 법무부가 들여다봐야 한다”라며 수사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기고문이 국가 안보를 위험하게 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크리스토퍼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즐겨 보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 같은 수사 요청은 법무부의 독립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AP Photo
9월5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칭찬한 한 기사를 보여주고 있다.

논란에 더해진 밥 우드워드의 신간


트럼프의 ‘대통령 직무 적합성’ 논란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트럼프의 통치 난맥상을 고발한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도 출간되었다. 우드워드는 일부 고위 관리들이 트럼프의 좌충우돌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행정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이 책에 따르면, 지난 3월 사임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불만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1쪽짜리 경고성 서한에 서명하지 않도록 그의 책상 서랍에서 해당 서한을 몰래 빼냈다. 또 이런 일도 있다. 해외 주둔 미군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한 해 35억 달러를 써가며 주한 미군을 유지하는 이유가 뭐냐? 철수시키자”라고 하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서 주둔이 필요하다”라면서 그를 납득시키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매티스 장관은 “이해 수준이 초등학생 5, 6학년 정도”라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우린 지금 미친 곳(Crazytown)에 있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백치(idiot)’라고 측근들에게 털어놓았다. ‘미친 곳’은 백악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때문에 북·미 양국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갈 뻔한 일도 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 가족들을 한국에서 철수시킬 생각이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려고 당시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견해를 물었다. 던 포드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는 충격에 빠졌다. 이 같은 트위터 내용이 북·미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들어갔고, 북한이 이를 미국의 대북 공격 준비로 간주할 것이란 메시지를 보내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우려한 참모들의 만류를 수용했다. 밥 우드워드는 CBS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당시 국방부 수뇌진은 문제의 트위터를 북한이 미국의 대북 공격 임박으로 간주할 것으로 보고 경악했다. 트럼프의 북핵 대치 가운데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밥 우드워드의 신간에 대해 “거짓말과 허위 출처로 가득한 사기”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집필 과정에서 일부 취재원과 아홉 번 인터뷰한 밥 우드워드는 CBS 방송에서 “정말 사람들이 행정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CNN도 “익명의 관리 기고문과 우드워드의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현대 역사상 아마도 과거 닉슨 행정부를 제외하곤 최대의 통치 위기와 지리멸렬한 대통령 직무 상태를 경험하는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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