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비재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상반기 사회소비재 총매출액은 18조18억 위안(약 295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이 9.4%이다. 2004년 이후 최저치다. 상반기 생산량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제품은 설탕, 에어컨 정도다. 나머지 소비재는 한 자릿수 혹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자동차, 가전, 식품의 증가율 둔화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 증가율은 6.3%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겨우 3.5%였다.

〈뉴욕타임스〉 등 매체도 ‘세계의 시장’ 중국의 소비수준 하향세를 집중 보도했다. 중국 국민들이 라면과 이과두주같이 적은 돈을 주고도 만족을 얻는 ‘불황형 상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중 무역마찰이 이어지면서 소비 절벽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중국 공시자료를 보면 상반기 중국의 최대 라면업체 ‘캉스푸’와 ‘퉁이’의 매출액은 각각 310억 위안(약 5조858억원), 112억 위안(약 1조837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8.5%, 6% 증가했다. 대표 서민주인 이과두주를 생산하는 순신농업의 상반기 매출액도 작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느긋한 반응이다. 8월14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거시경제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공업 생산이 안정적이었으며, 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다소 둔화되었으나 전반적으로 견고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구조는 지속적으로 최적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수치를 보면 최근 중국의 사회소비재 매출액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지만, 소비재 판매 총량만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EPA2017년 중국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이 마련한 부스.


온라인·관광·의료·문화에서 소비 수요 창출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여전히 중국 경제발전의 핵심 기조는 ‘소비’다. 정부는 수출·투자 중심의 성장 일변도 전략에서 소비 촉진을 통한 내수시장 강화로 경제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소비의 경제성장(GDP)에 대한 기여도는 78.5%에 이른다. 점차적으로 소비 주도의 경제성장 구조가 확립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도 그냥 소비가 아니다. 앞에 ‘신(新)’이라는 글자가 붙는다. 소비구조의 질적 개선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소비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관광·의료·문화 같은 서비스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서비스업 발전과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최근엔 수입 자동차 및 생활용품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수입품 관세를 내려 소비재 구입 가격을 낮추고 이를 소비 활성화의 촉진제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7월1일부터 소비재 1449개 품목의 수입 관세율이 낮아졌다. 전체 소비재 품목의 70%에 해당한다. 이번 관세 인하 조치를 두고 양즈융 중국 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내 산업에 미칠 부담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했을 것이나, 국민들의 생활의 질 개선을 만족시키는 데 정부가 더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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