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조사했나?조사 대상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35명조사 기간 2018년 9월13~15일조사 방법 가구 유선전화 및 이동전화 RDD를 병행한 전화면접조사(CATI)표본 오차 ±3.0%포인트(95% 신뢰수준)조사 기관 칸타퍼블릭

ⓒ시사IN 조남진9월18일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보도하고 있다.

JTBC는 ‘굳은자’다. 〈시사IN〉과 칸타퍼블릭이 9월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신뢰도 조사 결과, JTBC는 지난해에 이어 방송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예상과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 매체를 주관식으로 묻자 JTBC는 37.4%의 응답을 받아 2위인 KBS 신뢰도(18.5%)를 약 두 배 차이로 따돌렸다(〈표 1〉 참조).

이번 JTBC 신뢰도는 지난해 43.4%에 비해 6%포인트 하락한 결과다. ‘최순실 태블릿 PC’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촛불 혁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던 분위기가 반영된 지난해 신뢰도가 이례적일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올해 신뢰도는 JT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린 결과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JTBC는 30대(57.8%)와 40대(44.6%), 더불어민주당 지지층(47.7%)과 정의당 지지층(57.7%), 화이트칼라(47%), 진보 성향(53.9%)에서 특히 높은 신뢰를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보낸 ‘잃어버린 9년’은 레거시 미디어(전통적인 미디어)가 격변을 겪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공영방송 ‘공백’ 사태 와중에 시청자들은 JTBC를 일종의 ‘대안 매체’로 받아들였다. 2013년 신뢰도 조사 당시 JTBC를 가장 신뢰하는 언론으로 꼽은 사람은 0.5%에 불과했다. 그러나 JTBC는 레거시 미디어의 ‘간판’ 손석희 교수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함께 출범한 종편(종합편성채널) 매체(TV조선·채널A·MBN)와는 다른 노선을 선택했고, 이번 신뢰도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여타 종편 매체와는 상이한 평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표 3〉 참조). 신문·방송·인터넷 매체를 통틀어 가장 신뢰하는 매체와 불신하는 매체를 각각 두 개만 꼽아달라고 물었을 때도 JTBC 신뢰도(23.5%)가 가장 높았고, 불신도(3.0%)는 낮게 나타났다. MBC의 경우 불신도(7.6%)가 신뢰도(3.1%)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표 2〉 참조).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꼽아달라는 질문에서도 JTBC가 돋보였다. JTBC 〈뉴스룸〉은 16.8%를 얻어 4년째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 자리를 지켰다. KBS 〈뉴스 9〉(5.6%), SBS 〈그것이 알고 싶다〉(4.9%), JTBC 〈썰전〉(4.1%),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4%)을 크게 따돌린 결과였다(〈표 4〉 참조). 상위 5개 프로그램 외 나머지는 1%대로 큰 의미가 없다. 신뢰하는 프로그램을 방송사별로 묶어 살펴봐도 JTBC가 23.3%로 가장 높고, KBS (12.5%), SBS(9.6%)가 뒤를 이었다.
KBS 〈뉴스 9〉 MBC 〈뉴스데스크〉 내리막길

눈에 띄는 점은 MBC 프로그램의 ‘실종’이다. 신뢰도가 높은 상위 5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2007년 결과부터 비교해 살펴보면 MBC 프로그램이 상위 5순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번 조사 결과 신뢰도 0.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2012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후 오랜만에 순위권 안에 들어왔다.

시청 습관은 한번 굳어지면 잘 바뀌지 않는다. 대개 사람들은 변화보다는 익숙함을 택하기 때문이다. KBS 〈뉴스 9〉가 직전 방송되는 일일 드라마의 시청률과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 그 예다. 일단 ‘보면’ 판단의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MBC의 경우 그런 유인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진 교체 이후 방송의 변화를 체감할 시청층 자체가 무너졌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KBS 〈뉴스 9〉와 MBC 〈뉴스데스크〉의 신뢰도는 반등의 여지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표 5〉 참조).

MBC·KBS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방송 정상화를 기치로 경영진 교체를 단행하며 시청자의 신뢰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더는 예전의 문법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와버렸다. 전반적인 취재력과 제작 역량이 떨어진 것은 아닌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를 해보지만 너무 오래 현업을 떠나 있어서 스스로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자꾸 자문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의 격변 역시 ‘돌아온’ 공영방송에 불리한 조건이다. 방송사 메인 뉴스 앵커가 방송사 ‘간판’ 구실을 하던 시절은 사실상 끝났다. 시청자는 더 이상 저녁 시간에 거실에서 뉴스를 시청하지 않고, 메인 앵커도 잘 기억하지 않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를 보면 스마트폰 등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73.2%에 달한다. “방송국이 열심히 짜놓은 본방 편성표는 시청자는 기억할 필요 없는 방송 종사자들만의 계획표가 됐다(〈1.2초 찰나의 유혹〉, 2018).”

방송 뉴스에 만족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채널을 고려하기보다 다른 대안을 찾는다. “1분마다, 72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300만 개의 콘텐츠를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공유한다. 인스타그램에는 매일 23만 장 이상의 사진이 게재된다(〈콘텐츠의 미래〉, 2017).”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팟캐스트 시장이 프로그램에 따라 수십억원대 광고를 흡수하고 있을 만큼 건재하고, 팟캐스트의 인기를 라디오로 이어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신문 매체 신뢰도, ‘무응답’ 43.4%

그러나 방송의 위기는 신문의 위기에 비하면 약소해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신문 매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3.4%가 ‘없다/모름/무응답’을 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종이 신문을 정기 구독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9.9%. 높은 비율의 ‘무응답’은 종이 매체의 몰락을 반영하는 가장 상징적인 대답이다. 방송 매체 신뢰도 조사에서 ‘무응답’을 선택한 사람은 12.9%에 불과했다.

〈한겨레〉는 14.2%로 신문 매체 중 신뢰도 1위를 차지했지만, 2위 〈조선일보〉 (14%)와 차이는 오차범위 이내인 0.2%포인트다. 두 매체를 제외한 상위 10개 매체는 모두 한 자릿수 신뢰도를 보였다(〈표 6〉 참조).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제외한 신문들은 신문·방송·인터넷 매체를 통틀어 가장 신뢰하는 매체와 불신하는 매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서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